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 중국 등이 세계무역기구(WTO)에서 개발도상국 혜택을 못 받도록 모든 수단을 강구하라”고 미무역대표부(USTR)에 지시했다. WTO에서 농업을 제외한 분야에서 특혜를 요구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개도국 대우를 받고 있는 한국의 농업이 타격을 입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개도국 지위를 잃으면 농업분야에서 고율 관세 부과, 보조금 지급 등이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WTO가 90일 안에 개도국 특혜 철폐 문제에서 진전을 못 이루면 미국이 개별국가에 대해 개도국 대우를 일방적으로 중단하겠다”고 말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현재 적용되는 농산물 관세와 보조금은 (WTO의) 차기 농업협상 타결까지 그대로 유지될 것”이라고 했지만, 미국이 무역법 301조와 무역확장법 232조 등을 앞세워 압박해 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을 요구할 수도 있다.

그동안 정부는 쌀 참깨 마늘 등 수입 농산물에 높은 관세를 부과하고 연간 11조원에 달하는 보조금을 지급하며 국내 농업을 보호해왔다. 그러나 미국이 지적한 대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G20 회원국, 세계은행 분류 고소득국가(2017년 기준 1인당 국민총소득 1만2056달러 이상), 세계 무역량의 0.5% 이상 국가에 모두 해당하는 한국이 언제까지 농업 보호를 위해 개도국 대우를 요구할 수는 없다.

고율 관세, 보조금 등 보호정책이 농업 경쟁력을 오히려 약화시켜 온 현실도 냉정히 생각해 볼 때가 됐다. 미국이 제기한 ‘개도국 졸업론’은 한국 농업이 더는 피할 곳이 없음을 일깨워준다. 지금이라도 개도국 졸업에 대비한 정책 개선과 함께 선제적 혁신에 나서는 게 농업을 살리는 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