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대교 경전 탈무드는 ‘영혼의 휴식이 필요한 사람이 잠을 청한다’는 격언을 남겼다. 영국 총리 윈스턴 처칠도 휴식이 절실했는지 2차 세계대전 중 낮잠을 거의 빠뜨리지 않았다. 스페인 소설가 미겔 데 세르반테스는 소설 <돈키호테>에서 “잠은 깨어 있는 자들의 고통을 덜어준다”고 설파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잠은 인간 생존의 필수 요소다. 낮 동안 지친 육체와 영혼이 밤새 충전하지 않으면 살아갈 에너지를 얻을 수 없다. 그런 의미에서 침대는 단순한 가구가 아니라 고단한 삶을 위로해 주는 쉼터다.온종일 집과 사무실에서 내 몸을 맡겨두는 의자는 어떤가. 누구보다 내 허리를 걱정하며 바른 자세로 이끌어 주는 안내자다. 예술 작품에선 작가와 혼연일체가 된 상징물로 등장한다. 빈센트 반 고흐가 생을 마감한 라부여인숙 5번 방의 황색 나무 의자가 대표적 예다. 강렬한 색채와 거친 질감으로 그린 의자는 당시 고흐의 불안한 정서를 담고 있다. 가난한 예술가의 괴로움, 존재와 삶에 대한 고뇌, 고독한 5번 방의 공기까지 의자에 고스란히 남아 있다. 침대에 누워 바라본 5번 방의 유일한 가구, 의자는 고흐 자신이었다.의자가 자기연민의 산물이라면 침대는 사랑의 창조물이라고 불러야 할 듯하다. 아픈 아내의 욕창을 낫게 하려는 남편의 지극한 정성이 명품 침대의 출발점이었다. 내가 뒤척여도 아내가 불편하지 않게 하겠다는 사랑과 배려심이 침대 개발의 원동력이었다. 세계 최초의 포켓스프링이 그 사랑의 힘을 자양분 삼아 탄생했다. 스웨덴의 한 아버지는 세 자녀를 먹여 살리겠다는 일념으로 말안장 기술을 배워 훗날 스웨덴어로 ‘말’을 뜻하는 명품 침대 해
움찔움찔, 어린 조카가 엉덩이를 들썩거리다가 조금씩 벽을 잡으며 일어섰다. 얼마 뒤에는 한 발씩 발을 떼고 걷기 시작했다. 10년이 훌쩍 넘은 지금도 그날 그 첫걸음은 내게 소중한 기억으로 남았다. 나는 그 어린 걸음에서 인류가 직립보행으로 시작하며 겪은 성장과 변화, 인간이 걸어온 길의 농축된 서사를 읽었다.인간의 걸음걸이를 탐색하는 건 인류학의 중요한 연구과제다. 인류 조상이 지금의 인류처럼 걸었는지의 논제는 여전히 의미 있게 다뤄지고 있다.인류학을 연구하는 과학자 못지않게 ‘걷기’에 지대한 관심을 갖는 또 한 부류가 있다. 춤추는 사람들 특히 탱고를 추는 사람들이다. 우리는 ‘탱고’라고 하지만 아르헨티나 현지에서는 ‘땅고’라고 부른다.아르헨티나 탱고를 배우러 간 첫날, 강사는 한번 걸어보라고 요청했다. 걸음이 탱고에서 얼마나 중요한지 잘 몰랐던 그때, 나는 나름대로 내가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그런 걸음을 걸었다. 내가 생각하는 아름다운 걸음걸이란 발레에서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그것이었다. 고관절을 열어 턴아웃을 하고, 발끝은 푸앵트(포인트) 상태로 무릎을 쫙 펴서 뻗고, 상체는 갈비뼈를 닫고 하늘로 향해 풀업하고, 어깨는 내리고 목은 길게, 코에 눈이 있다고 생각하며 걷는 그런 걸음. 17세기 프랑스 왕궁에서부터 19세기 러시아 고전발레 시대를 거쳐 완성된 그런 걸음.파리오페라발레단에는 오로지 무용수들이 걷는 것만으로 이뤄진 작품이 있다. ‘데필레 뒤 발레(Défilé du ballet)’, 발레의 행진 혹은 퍼레이드라고 해석할 수 있는 이 작품은 파리오페라발레학교 학생과 발레단 군무진부터 수석무용수인 에투알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