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자영업자 절규 외면하는 정부
자영업자들은 “벽에 대고 얘기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건강보험공단과 보건복지부를 상대로 건강보험료 제도의 불합리함을 호소했을 때다.

현행 건강보험 제도는 고용원을 둔 자영업자의 경우 적어도 ‘최고 보수를 받는 종업원’만큼의 건보료를 내도록 하고 있다. 매출보다 인건비나 재료비로 나가는 비용이 많아 월소득이 0원인 달에도 건보료는 최소 10만원 이상 내야 한다. 문제는 경기침체와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등으로 ‘아르바이트보다 못 버는 사장’이 많아졌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실소득만큼만 건보료를 내게 해달라’는 민원이 늘고 있지만 정부는 외면하고 있다.

“가계가 계속 적자가 나 생활비도 부족한데 건보료를 매달 10만원씩 물리면 어떡하냐고 하소연해도 건보공단 직원은 ‘법이 이런데 어쩔 수 없다’는 말만 앵무새처럼 반복하더라.” 한 편의점 점주의 말이다.

민원인을 되레 몰아세우는 경우도 있었다. 음식점을 운영하는 한 자영업자는 “건보공단에 항의하니 ‘사장님, 정말 종업원보다 수입이 적은 것 맞아요? 그럴 리 없잖아요’라고 따지더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당장은 어렵지만 해결책을 찾아보겠다는 말만 해줘도 위안을 받을 수 있을 텐데 매몰찬 대응에 분통이 터졌다”고 했다.

그나마 친절한 일부 직원은 제도의 취지에 대해 설명해준다고 했다. 자영업자 소득을 제대로 파악할 수 없어 종업원만큼은 건보료를 내게 한 것이라는 얘기다.

정작 정부는 자영업자 소득 파악률 현황조차 제대로 모르고 있었다. 복지부의 담당 공무원은 “우리가 소득 파악률 통계를 관리하고 있지는 않다”며 “정확한 숫자는 모르지만 낮은 것만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2016년 기준 자영업자 소득 파악률은 86.1%에 이른다. 최근엔 90%를 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자영업자 주머니 사정이 과거보다 많이 투명해졌는데도 막연한 편견으로 차별을 지속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자영업자 호소에 귀를 닫는 사례는 이뿐이 아니다. 지난해 최저임금이 16.4%나 오른 뒤 “속도 조절을 해달라”는 자영업자들의 요구가 빗발쳤다. 하지만 정부는 2019년도 최저임금 역시 10.9% 인상했다. 주휴수당을 폐지해달라는 요청도 2년간 계속됐지만 묵묵부답이다. 주휴수당은 1주일에 15시간 이상 일하는 근로자에게 지급해야 하는 하루치 수당으로, 선진국엔 없는 제도다.

문재인 정부는 ‘사회적 약자를 위한 정부’를 자처하고 있다. 일련의 정책을 보면 노동자 보호에만 치중하고 자영업자는 약자로 여기지 않는 것 같다. 정작 정부 뒤에서 약자임을 끊임없이 주장하고 있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노조원은 대부분 대기업 정규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