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비타코퍼레이션이 2017년에 내놓은 ‘에이치이공일 비타민 샤워필터’. 샤워기에 해당 제품을 끼워서 사용하면 녹물을 제거하고 피부에 비타민도 공급해 준다. 신기한 상품이지만 초기 반응은 뜨뜻미지근했다. 기존에 없던 생소한 제품이었던 탓이다.

비타코퍼레이션은 판매량을 가늠하기 어려워 얼마나 생산할지도 고민이었다. 그때 카카오의 쇼핑몰인 ‘메이커스 위드 카카오’(현 카카오메이커스)를 만났다. 2017년엔 카카오톡 플랫폼을 통해 받은 주문만 처리했다. 입소문이 퍼지면서 서서히 매출이 늘었다. 출시 1년 만에 카카오메이커스에서만 4만 개 이상의 제품이 팔려나갔다.

‘선주문-후생산’ 확산

‘재고 없는 생산’을 내세운 카카오의 모바일 쇼핑몰 카카오메이커스가 국내 온라인 상거래 시장에서 ‘메기’ 역할을 하고 있다. 예상치 못했던 히트 상품이 매달 쏟아지고 있다. 2016년 2월 만들어진 카카오메이커스는 주문생산 방식의 쇼핑몰이다. 소상공인, 중소기업 등이 판매하고 싶은 제품을 쇼핑몰에 올리고 최소 주문량을 확보하면 제작에 들어간다. 배송에 1주일 이상이 걸리지만 소비자들의 반응은 나쁘지 않다. 질 좋은 소상공인 제품을 구입할 수 있어서다.

홍은택 카카오메이커스 대표(사진)는 “자영업자와 중소기업들이 창의적인 제품 판로를 확보하고 제품의 수요 예측 실패로 겪는 부담도 덜어주려는 목적으로 시작한 사업”이라고 설명했다.

카카오메이커스는 서비스를 시작한 지 3년2개월 만인 지난 5월 누적 매출 1000억원을 돌파했다. 4월 기준으로 1743곳이 제품을 팔았고 85만여 명이 주문생산에 동참했다. 413만 개의 제품이 재고 없이 판매됐고 주문 성공률은 98%에 달했다. 통째로 세탁이 가능한 기능성 솜 베개 ‘코튼샤워’는 2017년 7월 출시 이후 6만6000여 개가 팔려 22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카카오메이커스에서 인지도를 높인 ‘에이치이공일 비타민 샤워필터’는 해외 10여 개국에 팔리고 있다.

대량 맞춤생산 시대 선도

카카오메이커스는 판매 방식을 다양화했다. 소상공인들의 요구로 제작된 기성 제품도 판매하기 시작했다. 홍 대표는 “제품을 시장에 본격 출시하기 전에 선공개 방식 등으로 카카오메이커스 플랫폼을 활용하고 싶다는 판매업자들의 요청을 수용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3월에는 자체상표(PB) 상품인 ‘메이커스 프라임’ 제품으로 여성용 청바지를 내놨다. 이 제품도 ‘선주문 후생산’ 방식을 따랐다. 바지 길이 등 한국인 체형에 맞게 제작한 것이 특징이다. 하반기에는 개인 맞춤형에 가까운 캐시미어 니트를 판매할 계획이다. 홍 대표는 “각종 기술 발달로 짧은 시간에 개인의 선택을 반영에 제품을 제작할 수 있는 ‘매스커스터마이제이션(대량 맞춤생산)’시대가 현실화되고 있다”며 “옷 치수도 101, 102, 103 등 보다 세분화해 제품을 판매할 수 있다”고 말했다.

홍 대표는 대량 맞춤생산 방식의 확대가 국내 제조업의 부흥에도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주문, 제작, 배송까지 신속하게 처리하기 위해서는 관련 생산을 국내에서 할 수밖에 없다”며 “카카오메이커스와 비슷한 시장이 형성돼 있는 미국 뉴욕 등 일부 지역에서는 해외로 나간 제조업체들이 되돌아오는 ‘리쇼어링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