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켈·마크롱 초청 의사에도 직접 만남 계획 없어
취임 이후 버라드커 아일랜드 총리와는 통화도 안해
英 존슨 "재협상 없이 만남 없다?"…EU와 거리두기
보리스 존슨 영국 신임 총리가 의도적으로 유럽연합(EU) 지도자들과 거리를 두고 있다.

독일, 프랑스 정상과의 구체적인 만남은 물론이고, 이웃 나라인 아일랜드 총리와는 취임 1주일이 다 되도록 전화통화도 하지 않고 있어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30일(현지시간)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존슨 총리는 취임 이후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가졌다.

메르켈 총리와 마크롱 대통령은 존슨 총리에게 초청 의사를 밝혔지만, 존슨 총리는 아직 구체적인 만남을 계획하지 않고 있다.

총리실 대변인은 전날 존슨 총리가 유럽연합(EU)과 새로운 브렉시트 합의를 체결하고 싶어하지만, EU가 재협상에 동의하지 않는 한 직접 만남을 가질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대변인은 "존슨 총리는 EU 지도자들을 만나 협상하고 싶다는 입장을 명확히 해 왔다"면서 "그러나 EU 탈퇴협정을 재협상할 수 없다는 말을 듣기 위해서는 하지 않을 것이다.

(EU) 입장에 변화가 있다면 총리는 즐겁게 자리를 함께할 것"이라고 말했다.

도미니크 랍 영국 외무장관은 존슨 총리가 언제쯤 EU 정상들과 만날 계획인지를 묻자 "정해진 절차에 따른 만남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일간 더타임스에 따르면 존슨 총리는 취임 이후 1주일이 지나도록 아직 리오 버라드커 아일랜드 총리와는 전화통화도 하지 않았다.

통상 영국 총리는 취임 당일날 아일랜드 총리와 통화하는 것이 최근의 관례였다.
英 존슨 "재협상 없이 만남 없다?"…EU와 거리두기
아일랜드는 존슨 총리가 폐지를 주장하고 있는 '안전장치'(backstop)의 당사국이다.

영국과 EU는 지난해 11월 EU 탈퇴협정과 '미래관계 정치선언' 두 부분으로 구성된 브렉시트 합의에 도달했다.

EU 탈퇴협정에 포함된 '안전장치'는 아일랜드 국경에서 '하드 보더'(Hard Border·국경 통과 시 통행과 통관 절차를 엄격히 적용하는 것)를 피하기 위해 미래관계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 영국 전체를 당분간 EU 관세동맹에 잔류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존슨 총리는 전날 스코틀랜드 파스레인(Faslane) 해군 기지를 방문한 자리에서 "'안전장치'는 쓸모가 없다.

EU 탈퇴협정도 폐기해야 한다"면서 "그러나 여전히 새로운 합의를 체결할 기회는 있다"고 말했다.

아일랜드 일각에서는 존슨 총리가 의도적으로 버라드커 총리를 냉대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EU 내에서는 존슨 총리의 이같은 태도가 '노 딜' 브렉시트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한 EU 내 취재원은 가디언에 "('안전장치' 폐지 약속 없이 EU 정상을 만나지 않겠다는 영국 입장과 관련해) 이러한 선택은 우리를 '노 딜'로 몰고 간다.

'노 딜'은 브렉시트의 영향을 관리할 수 있는 방법 중 최악"이라고 말했다.

영국 총리실 대변인은 "(총리는) '안전장치'가 폐기돼야 한다는 입장을 명확히 했으며, EU가 탈퇴협정 수정은 안된다는 주장을 그만둘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면서 "그전까지 우리는 10월 31일 '노 딜' 브렉시트를 전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존슨 총리는 10월 말 브렉시트를 단행하기 위해 매주 두 차례 '전시내각'(war cabinet) 회의를 열 예정이다.

한편으로 1억 파운드(약 1천400억원)를 투입해 국민과 기업들에 '노 딜' 준비를 독려하는 광고 캠페인을 실시하기로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