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통신장비업체 중국 화웨이가 미국 정부의 강력한 제재에도 올해 상반기 양호한 실적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화웨이는 올 상반기 매출이 4013억위안(약 68조8400억원)으로 집계돼 작년 같은 기간(3257억위안)보다 23.2% 증가했다고 30일 발표했다. 순이익률은 약 8.7%를 기록했다.

세계 스마트폰 시장이 둔화하는 와중에도 상반기 화웨이의 스마트폰 출하량은 1억8100만대에 달해 전년 동기 대비 24% 증가했다. 로이터통신은 “중국 내 스마트폰 판매 호조와 5세대(5G) 이동통신 신규 계약이 미국의 거래 금지 조치에 따른 부정적 영향을 상쇄했다”고 분석했다. 9분기 연속 평균 6%의 감소세를 보이고 있는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화웨이는 올해 2분기 시장점유율 38%를 차지했다. 작년 동기(31%)보다 점유율이 7%포인트 뛰었다.

핵심사업 분야인 통신 네트워크 장비 매출은 1465억위안을 올렸다. 소비자 사업 부문 매출이 2208억위안으로 전체 매출의 55%를 차지했다. 화웨이는 이날 세계 50개 통신사와 상용 5G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런정페이(任正非) 화웨이 회장은 이날 실적 발표회에서 “지난 5월 미국 정부의 거래 제한 조치가 시작되기 전까지 수익이 빠르게 늘었다”면서 “미국의 제재가 성장을 둔화시키긴 했지만 이후에도 안정적으로 성장하고 있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는 다만 “화웨이 앞에 어려움이 없는 것은 아니다”며 “(미국의 제재가) 단기적으로 화웨이의 성장 속도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미국 제재에 따른 피해는 아직 시작 단계에 불과하다며 5G 시장이 본격 열리는 올해 하반기와 내년까지 제재가 풀리지 않으면 피해가 본격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베이징=강동균 특파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