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다른 소득이 없는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는 내년 생계급여를 월 최고 142만5000원씩(4인 가구 기준) 받을 수 있다. 올해 138만4000원보다 4만1000원 올랐다. 의료급여와 주거급여, 국가장학금, 청년 구직활동 지원금 등의 대상도 확대된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왼쪽)이 30일 제58차 중앙생활보장위원회에 참석하기 전 ‘기준 중위소득’ 인상을 요구하는 시민단체 관계자들과 면담하고 있다.  /김영우 기자 youngwoo@hankyung.com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왼쪽)이 30일 제58차 중앙생활보장위원회에 참석하기 전 ‘기준 중위소득’ 인상을 요구하는 시민단체 관계자들과 면담하고 있다. /김영우 기자 youngwoo@hankyung.com
보건복지부는 30일 중앙생활보장위원회를 열고 내년 ‘기준 중위소득’을 4인 가구 기준 474만9000원으로 결정했다. 올해보다 2.94% 오른 금액이다. 기준 중위소득은 기초생활보장 생계급여 등 78개 복지사업 지원 대상을 결정하는 역할을 한다. 가령 극빈층의 생활비를 지원하는 생계급여는 중위소득 30%가 기준이다. 소득이 이보다 적으면 부족한 만큼을 정부가 지원하는 방식이다.

내년 기준 중위소득 인상률은 2016년(4.0%) 후 가장 큰 인상폭이다. 2017년엔 1.73%, 2018년 1.16%, 올해는 2.09%였다. 복지부 관계자는 “저소득층의 소득 여건이 악화하고 있어 예년보다 기준 중위소득을 많이 올려야 한다는 공감대가 위원회 내에서 형성됐다”고 말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 1분기 소득 하위 20%의 처분가능소득은 1년 전보다 2.5% 줄었다.

중위소득이 2.94% 인상되면서 생계급여 선정 기준이 4인 가구 138만4000원에서 142만5000원으로 올랐다. 월소득인정액 138만4000원에서 142만5000원 사이에 있는 가구도 새로 혜택을 받게 됐다. 생계급여 선정 기준은 급여 수준이기도 하다. 소득인정액이 30만원인 4인 가구는 내년 112만5000원(142만5000원-30만원)을 생계급여로 지원받는다. 1인 가구 선정 기준은 종전 51만2000원에서 52만7000원으로 뛰었다.

주거급여는 선정 기준을 기준 중위소득 44%에서 45%로 확대하기로 했다. 4인 가구의 경우 올해 월소득인정액 203만원 이하까지 받았으나 내년엔 213만7000원 이하면 지원 대상이 된다. 주거급여 임대료 지원액은 지역별로 7.5~14.3% 인상된다. 내년 서울 4인 가구 임대료 상한액은 5만원 오른 41만5000원이다. 월세 50만원짜리 집에 살면 41만5000원을 정부에서 받고 나머지만 본인이 부담하면 된다.

의료급여는 올해와 동일하게 기준 중위소득 40% 이하 가구에 지원한다. 급여 대상 항목에 대한 의료비 중 수급자 본인 부담 금액을 제외한 비용이 지원된다.

기준 중위소득 50% 이하에 지급하는 교육급여의 경우 고등학교 부교재비 지원을 60% 올리기로 했다. 고등학생 1인당 지원금이 20만9000원에서 33만9200원으로 뛴다. 초·중·고교 학용품비는 1.4% 인상한다.

예년보다 기준 중위소득 인상률이 커지면서 재정 부담이 늘어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기준 중위소득과 연동된 국가장학금, 청년 구직활동 지원금, 직업훈련 생계비 대부, 난임부부 시술비 등의 지원 대상도 동시에 넓어지기 때문이다. 일례로 국가장학금 520만원을 받는 4인 가구가 월소득 322만9000원 이하에서 332만4000원 이하로 확대된다. 올해 12조3000억원인 기초생활보장 예산은 최소 1조원 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서민준 기자 moran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