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특공제도 배제…"취득·매각 시기 조절해야"
◆일시적 2주택이 아니라고?
발단은 지난 2월 국세청이 일시적 2주택과 관련해 내놓은 유권해석 탓이다. 일반적으로 일시적 2주택자는 양도세를 내지 않지만 예외적인 사례가 있다는 것을 모르는 경우가 많아 혼란이 일고 있다. 국세청에 따르면 ‘조세특례제한법(조특법)’에서 규정한 감면주택이 포함된 경우 일시적 2주택이 아닌 3주택 상태에서 양도한 것으로 보고 부분적으로 62%의 중과세율을 적용한다.
일시적 2주택이란 이사갈 집을 미리 마련한 사람이 2년(2018년 9월 13일 이전 매수 주택은 3년) 안에 기존 주택을 파는 경우 1주택 세율을 적용해주는 제도다. 이때는 조정대상지역 중과세를 피하면서 양도가액 9억원까지 비과세를 받을 수 있다. 감면주택은 조특법에서 규정한 신축주택이나 미분양주택 등을 말한다. 2013년 4월~12월 사이 취득한 이들 주택의 경우 양도세가 전액 감면되고 주택수를 따질 때도 합산에서 제외된다. 문제는 일시적 2주택을 활용한 절세전략을 짤 때 감면주택이 포함된 경우다. 이씨의 경우 15년 전 잠실 A아파트를 3억원에 사들여 재건축 이후부터 쭉 거주했다. 2013년엔 투자목적으로 경기 성남에서 분양하는 B아파트를 추가 매수했다. 이 아파트는 세법상 감면주택 판정을 받았다. 이씨는 실제론 2주택이지만 1주택자와 마찬가지인 셈이다. 그는 이 상황에서 몇 달 전에 이사 목적으로 강남 C아파트를 또 샀다. A아파트를 호가대로 20억원에 팔면 일시적 2주택을 활용해 절세하면서 집을 갈아탈 수 있다는 계산에서다.
이때 이씨가 계산해본 A아파트의 양도세는 5578만원이다. 일시적 2주택으로 1주택자와 똑같은 9억 비과세를 받은 뒤 초과분 11억원에 대해 장기보유특별공제(10년·80%)를 적용한 세액이다. 하지만 국세청의 유권해석은 정반대다. 이씨처럼 감면주택을 가진 상황에서 고가주택을 양도하는 경우 9억 비과세까지는 인정하지만, 9억원을 초과하는 부분에 대해선 일시적 2주택이 아니라 감면주택까지 포함한 3주택 세율을 적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경우 A아파트가 조정지역인 서울에 있기 때문에 중과세율을 적용받아 종전 38%에서 62%로 확 오른다. 9억 초과분에 대한 장기보유특별공제 80%도 사라진다. 이 금액만 7억4800만원이다. 결국 이씨가 내야 할 양도세는 스스로 계산한 세금보다 11배 가까이 오른 5억9702만원이 되는 것이다.
김종필 세무사는 “소득세법은 감면주택 외 1주택일 땐 고가주택이더라도 양도세 중과에서 제외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감면주택 외 일시적 2주택엔 이 같은 규정이 없다”며 “장기보유특별공제 배제와 중과세가 동시에 일어나기 때문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임대주택도 마찬가지
이씨의 사례에서 감면주택을 임대주택으로 바꿔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임대주택 또한 주택수에 합산하지 않기 때문에 거주중인 주택 한 채에 대해 양도세 비과세와 중과 배제의 혜택이 있다. 만약 추가로 한 채를 더 사서 일반주택이 두 채가 된다면 중과 배제 혜택은 사라진다. 일시적 2주택을 활용한 비과세만 받을 수 있다. 9억원을 초과하는 부분에 대해선 이씨처럼 중과세율을 적용받는 것이다. 물론 장기보유특별공제도 없다.
감면주택보다 임대주택을 활용한 일시적 2주택 사례가 더욱 많기 때문에 ‘세금 사고’가 늘어날 여지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원종훈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세무팀장은 “처음부터 취득 시기와 매각 시기를 조절하면 얼마든지 중과세 문제를 피할 수 있다”며 “일시적 2주택을 피해 기존 주택을 먼저 매각한다면 중과세를 피하면서 비과세와 장기보유특별공제도 가능해진다”고 말했다.
과세 관청의 해석과 반대로 양도세를 신고했다가 뒤늦게 수습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세무업계 관계자는 “국세청 해석이 나온 뒤 세무사들 사이에서 이 문제가 회자되고 있다”면서 “최근 시중은행 PB쪽에서도 양도세 사고가 터졌다”고 전했다.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세무팀장은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현재로선 유권해석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일부 세무사들은 불복이나 소송을 거론하고 있지만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고 말했다.
전형진 기자 withmol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