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청 '단호' 기류 강해져…이인영 "강력항의" 정경두 "北, 적 개념 포함"
대화동력 유지 여전히 최우선…"경고 메시지도 결국 대화 위한 것"
미사일 발사후 5시간만에 NSC 상임위 소집…회의형식 고심끝 文대통령 아닌 안보실장 주재
北 연이은 도발에 靑 신속·단호 대응…내부선 수위조절 고민도
북한이 지난 25일에 이어 엿새 만인 31일 다시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하자, 청와대를 비롯한 여권에서는 '신속·단호한 대응' 기류가 조금씩 강해지는 모습이 감지되고 있다.

그럼에도 당정청은 여전히 '대화 동력 유지가 최우선'이라는 원칙을 변함없이 유지하고 있어, 내부적으로는 대응 수위를 조절하는 데 고민하는 모습도 감지됐다.
北 연이은 도발에 靑 신속·단호 대응…내부선 수위조절 고민도
청와대는 북한 이날 오전 북한의 첫 미사일 발사(오전 5시6분)가 이뤄진 지 약 5시간만인 오전 11시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긴급 상임위원회를 소집했다.

청와대는 북한의 발사 소식을 접하고서 이날 예정된 국회 운영위원회를 최대한 일찍 마무리하는 것으로 야권에 의사를 타진한 뒤, 오후 3시 NSC 상임위를 열기로 계획을 세웠다.

이 과정에서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의 제안으로 운영위 회의 자체가 연기되자, 청와대는 NSC 긴급 상임위 회의 오전으로 당겨서 개최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을 만나 "북한이 엿새 만에 또 발사를 한 점을 고려해 NSC 상임위를 긴급 소집했다"며 이번 사안을 엄중히 보고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청와대는 이날 오후 2시∼3시께 회의 결과를 발표할 전망이다.

지난 25일 상임위에서 북한의 발사에 대해 "강한 우려를 표명한다"는 입장을 밝힌 데 이어, 이날 긴급회의에서는 한층 북한을 향한 '경고' 수위를 끌어올릴 수 있다는 관측이 청와대 내에서 제기되고 있다.

여기에는 최근 한일관계 갈등 및 중국과 러시아 전투기의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 침공 등으로 외교·안보 정세가 출렁이고 있다는 점을 고려, 단호한 대응 및 튼튼한 안보태세를 보여 국민의 불안을 덜어야 한다는 생각이 담긴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가 "한미 당국이 긴밀히 소통 중"이라며 한미동맹을 거듭 강조하는 것 역시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특히 북한을 향해서도 거듭된 도발은 남북대화를 유지하는 데에도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보일 시점이라는 판단도 깔린 것으로 보인다.

여당과 정부에서도 나란히 '단호한 대응'에 무게를 싣는 듯한 발언이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는 이날 확대간부회의에서 "북한의 이런 행위는 한반도 평화에 전면 역행하는 것으로, 강력한 항의의 뜻을 표한다"며 "이런 행위가 반복될 경우 어렵게 마련한 남북·북미 관계 개선에 중대 방해만 조성하게 된다는 것을 엄중히 경고한다"고 강조했다.

정경두 국방장관 역시 한국국방연구원(KIDA)이 '제61회 KIDA 국방포럼' 기조연설을 통해 "우리를 위협하고 도발한다면 북한 정권과 북한군은 당연히 '적' 개념에 포함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北 연이은 도발에 靑 신속·단호 대응…내부선 수위조절 고민도
다만 청와대 측은 이런 '신속·단호 기조'와 별개로, 남북 간 대화동력을 살려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원칙에는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북한의 도발에 경고성 언급을 하는 것 역시 결국 남북대화와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일이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이런 점에서 청와대 내에서는 이런 신속·단호한 대처가 자칫 지나친 강경대응 기조로 이어져서는 안된다는 의견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을 자극해 '판을 깨버리는' 일은 생겨서는 안 된다는 판단인 셈이다.

이날 NSC 회의를 문재인 대통령이 주재하는 '전체 회의'가 아닌,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 주재하는 '긴급 상임위 회의' 형태로 한 것에도 이런 고민이 녹아있는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의 다른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직접 회의를 주재해 발언을 할 경우 너무 메시지가 무거워질 수 있다는 우려도 청와대 내부에서 흘러나온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