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자들이 서울고용노동청에서 실업급여를 신청하기 위해 서류를 작성하고 있다.  /한경DB
실업자들이 서울고용노동청에서 실업급여를 신청하기 위해 서류를 작성하고 있다. /한경DB
올해 상반기에 해고 등으로 비자발적으로 회사를 떠난 근로자가 관련 통계가 작성된 2009년 이후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특히 건설업 일용직, 식당 종업원 등 취약 업종 종사자들의 비자발적 이직 사례가 크게 늘었다.

고용노동부가 31일 발표한 ‘2019년 6월 사업체 노동력조사’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비자발적 이직자는 47만5800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상반기(42만9500명)와 비교해 4만6300명(10.7%) 늘었다. 비자발적 이직자는 구조조정, 해고, 고용계약 종료 등으로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회사를 떠난 근로자를 말한다. 사실상 회사에서 내쫓긴 것이다. 비자발적 이직자는 2010년대 들어 반기별로 20만~35만 명 선을 유지하다가 2017년 40만 명대로 늘었고 올해는 50만 명에 육박하는 수준까지 급증했다.

기업 규모별로는 중소기업 근로자의 비자발적 이직이 두드러졌다. 300인 미만 기업의 비자발적 이직자는 39만900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7% 늘었다. 이에 비해 300인 이상 기업은 2.5%(8만4900명) 증가하는 데 그쳤다.

업종별로는 건설업의 비자발적 이직자가 10.5% 늘어난 21만6600명에 달해 전체 비자발적 이직자의 45%가량을 차지했다. 최근 건설 투자가 대폭 줄어들면서 건설업종 종사자들이 대거 일자리를 잃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주 52시간제 여파…건설 일용직 등 취약업종 '구직 낭인' 급증

올해 상반기 비자발적 이직자 수가 관련 통계가 작성된 2009년 이후 최대 규모로 늘었다. 직장에서 내쫓긴 근로자가 최근 큰 폭으로 증가했다는 얘기다. 건설업과 음식·숙박에 종사하는 일용직 근로자들이 대거 일자리를 잃은 영향이다. 건설투자가 꽁꽁 얼어붙으면서 이 분야 취업자 수가 크게 쪼그라들었고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에 음식·숙박업 등의 고용 여력이 약화된 점이 원인으로 꼽힌다. 비자발적 이직자가 늘면서 실직자의 구직활동을 돕기 위해 지급하는 구직급여(실업급여) 지급액은 올 들어 매달 최고치를 갈아치우고 있다.

건설업·음식숙박업 직격탄

상반기 '강제 퇴직' 48만명으로 역대 최대
31일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2019년 6월 사업체노동력조사’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비자발적 이직자가 가장 많은 업종은 건설업으로 집계됐다. 건설업 비자발적 이직자는 21만6600명으로 전체 비자발적 이직자의 45%에 달했다. 음식·숙박업 비자발적 이직자 비중이 11.2%로 그 뒤를 이었다. 이 업종의 비자발적 이직자는 5만3500명으로 지난해 동기보다 7.2% 늘었다.

건설업 일자리는 부동산 경기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국내 부동산 시장은 지난해 나온 정부의 9·13 부동산 대책 등으로 열기가 빠르게 식어가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건설투자는 전분기 대비 -0.8%로 역성장했다. 올해 2분기에는 전분기 대비 1.4% 증가했지만 전년 동기 대비로는 -3.5%로 여전히 꽁꽁 얼어붙었다. 건설 경기가 빠르게 식으면서 건설회사와 관련 하청업체들이 대거 인력 감축에 나섰다는 평가다.

박영범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기업들이 설비투자를 대폭 줄이면서 건설업 경기도 영향을 받았다”며 “대기업 건설현장이 주 52시간 근로제의 영향을 받게 되자 이 현장에 투입된 하청업체는 근무시간 대신 근로자를 줄였다”고 말했다. 음식·숙박업은 인건비가 오름세를 보이면서 고용을 줄이거나 가족들을 근로자로 채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고용부는 비자발적 이직자가 늘었지만 입직자(취업자)도 늘었다며 고용시장 여건이 나쁘지 않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늘어난 비자발적 이직자가 새 직장을 찾으면서 입직자도 증가하고, 해고가 늘면서 다시 이직자가 증가하는 상황이 반복되면서 고용안정성은 악화됐다는 평가다. 취약업종을 중심으로 일자리를 전전하는 ‘일자리 낭인’이 양산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업급여도 역대 최대

비자발적 이직자 증가는 실업급여 지급액 확대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실업급여는 비자발적인 이직자를 대상으로 지급하기 때문이다. 지난 5월 실업급여 지급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4.7% 늘어난 7587억원을 기록했다. 역대 처음으로 7000억원을 돌파한 4월 이후 한 달 만에 7500억원을 넘어선 것이다. 구직급여 지급액 기준이 되는 최저임금이 급격하게 오른 데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게 정부 설명이지만 비자발적 이직자가 대폭 늘어난 여파가 크다.

지난달 실업급여를 받은 사람도 50만3000명에 달했다. 작년 동월(44만9000명) 대비 12.1% 증가했다. 신규 신청자는 8만4000명으로 작년 동월(7만8000명)에 비해 7.8% 늘었다. 실업급여 급증도 건설업 비자발적 이직자 증가와 맥을 같이하고 있다. 건설 일용 근로자의 구직급여 수급이 늘면서 지난달 건설업 구직급여 지급자는 전년 대비 15.4% 많은 5만7000명으로 나타났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