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발적 불매운동 장기화에 日 맥주 60%·화장품 20% 안팎 매출 감소
유통업체·지자체도 동참…롯데百, 추석 선물세트서 일본산 제외

한국에 대한 일본의 수출규제로 촉발된 일본 상품 불매운동이 시작된 지 약 한 달이 됐지만 좀처럼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소비자들의 자발적 움직임으로 시작된 불매운동에 이제 유통업체는 물론 지방자치단체까지 동참하고 나섰다.

불매운동 대상 제품도 맥주와 패션브랜드, 화장품은 물론 자동차와 의약품 등으로까지 확산하고 있다.

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이번 불매운동으로 가장 눈에 띄는 타격을 입은 상품은 일본 맥주다.

지난달 1∼29일 일본 맥주 매출은 편의점 CU에서 전년 동기보다 49%, GS25에서는 40.1%나 빠졌다.

반면 같은 기간 국산 맥주나 다른 수입 맥주 매출은 증가세를 보이면서 전반적인 시장 구도마저 바꿔놨다.

GS25에 따르면 대용량 캔맥주 매출 부동의 1위를 유지해온 아사히는 이달 들어 1위 자리를 카스에 내주고 7위까지 순위가 떨어졌다.

지난해 7월 기준 매출 7위와 9위를 기록했던 기린이치방과 삿포로는 아예 1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이마트에서도 지난달 1∼30일 일본 맥주 매출은 전달보다 62.7%나 빠졌고 일본 라면은 52.6%, 조미료는 32.9% 감소했다.

한국 시장에서 승승장구하던 일본의 대표적 의류 브랜드 유니클로는 브랜드 이미지에 치명상을 입었다.

불매운동 초기 유니클로 일본 본사 임원이 "(한국 불매운동이)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는 취지로 발언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성난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이후 유니클로는 두차례나 사과문을 냈지만, 국내 소비자들의 반응은 더 싸늘해졌고 택배노조에서는 유니클로 제품은 배송하지 않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불매운동 움직임이 한 달째 사그라지지 않으면서 매출 감소의 여파는 패션과 화장품 브랜드까지 미치고 있다.

국내 한 백화점에 따르면 지난달 1∼30일 백화점 매장에 입점한 유니클로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0% 역신장했다.

SK-Ⅱ나 시세이도 같은 화장품 브랜드는 20%가량, 꼼데가르송과 이세이미야케 등 일본 패션 브랜드는 10% 이상 매출 감소를 피하지 못했다.

일본 자동차 업체도 불매 운동 바람을 비껴가지는 못했다.

일본 차 브랜드는 일부 독일 차 브랜드가 주춤한 사이 반사 효과를 누리며 올 상반기 고속질주를 했지만, 최근에는 렉서스를 부수는 퍼포먼스가 나올 만큼 이미지에 타격을 받았다.

이 때문에 일본 차 구매계약을 취소했다거나 갖고 있던 일본 차를 다른 차로 바꾸려 한다는 사례도 언급되고 있다.

상황이 이렇자 닛산은 지난달 16일 신형 알티마를 출시하면서 미디어 시승 행사를 취소하는 등 일본 차 브랜드들은 몸을 낮추고 분위기를 살피는 분위기다.

소비자 개개인의 참여에 힘입은 불매운동은 이제 유통업체와 지방자치단체까지 움직이고 있다.

편의점 업계는 수입 맥주 '4캔에 1만원' 할인 행사에서 일본 주류를 모두 제외하기로 했다.

롯데백화점은 지난해 추석에는 일본주류인 사케 등을 선물세트로 구성해 판매했지만, 올해는 일본산 제품은 선물세트에서 제외했다.

서울 서대문구 등 전국 52개 지방자치단체로 구성된 '일본 수출규제 공동대응 지방정부 연합'은 지방정부 차원에서 불매운동과 일본 여행 보이콧을 적극 지지하고 동참하겠다고 나섰다.

일부 지자체는 공무원의 일본 출장과 연수를 중단하고 시가 구매하는 품목에서 일본산을 빼기로 했다.

대전시약사회에서는 일본의 경제보복이 철회될 때까지 일본산 의약품 판매를 중단한다고 선언했고 대구 등지에서도 카베진과 화이투벤 등을 팔지 않는 약국이 나오는 등 불매운동 대상이 의약품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과거와 달리 소비자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인증샷을 남기면서 불매운동이 한 달 가까이 지속할 수 있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본 언론에서도 이번 불매운동을 '오래 가지 못했던 과거의 사례와 다르게 이례적으로 장기화 양상을 띠고 있다'고 진단하는 등 한국 내 불매운동 장기화 움직임을 조명하는 보도를 잇달아 내놓고 있다.

[日불매운동 한달] "아사히 안 마시고 유니클로 안 입는다"…이례적 장기화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