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 반기결산]우리금융③ 비은행 강화 험로 예상…"매물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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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말 예상 출자여력 4조6000억원
증권사 인수 투트랙 진행 관측
증권사 인수 투트랙 진행 관측
[편집자주]4대 금융지주가 소란스럽다. 포화되고 있는 국내 은행업을 벗어나 추가 성장을 위한 동력 마련에 분주하다. 2019년 상반기 4대 금융지주의 현황을 살펴보고 이들이 제시하는 미래의 모습을 조망해 봤다.
우리금융그룹은 4대 금융지주 중 가장 늦게 출범했다. 올 1월에야 금융지주사 체제로 다시 전환하고 다른 금융그룹들과 마찬가지로 비은행업 강화를 천명했다. 강점은 비은행업 확대에 활용할 돈이 많다는 것이다. 관건은 중장기 성장 전략에 걸맞는 매물을 찾는 것이다.
1일 우리금융지주에 따르면 손태승 회장(사진)은 지난달 19일 열린 '우리 리더스 콘퍼런스 2019'에서 중장기적으로 비이자이익 비은행 해외수익의 비중을 2~3년 내에 40% 수준까지 끌어올리겠다고 밝혔다. 이 중 비이자이익(대출 등을 통한 이자이익을 제외한 것)과 비은행 비중 확대의 핵심은 인수합병(M&A)이다.
2~3년이라는 길지 않은 시간 안에 현재의 상황에서 목표까지 도달하려면 덩치있는 비은행 금융사의 인수를 성공시켜야 한다. 올 상반기 기준 우리금융지주의 순영업수익(매출)은 3조5420억원이었다. 비이자이익은 6110억원으로 전체의 17%에 불과하다.
은행업 쏠림은 더 심하다. 우리금융지주의 상반기 지배주주순이익 1조1790억원 중 약 98%인 1조1523억원이 우리은행으로부터 나왔다. 그간 지주사 체제를 구축하느라 금융그룹으로서의 외형을 만드는 데 신경쓸 여력이 없었다는 평가다.
◆비축한 4조원대 실탄, 먹방 메뉴가 없다?
옛 우리금융지주는 2000년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된 한빛은행 평화은행 경남은행 하나로종금 등에 공적자금이 투입되면서, 이 회사들의 관리를 위해 2001년 한국 최초의 금융지주회사로 설립됐다. 이후 공적자금 회수를 위한 매각 작업에서 통매각이 힘들어 자회사들이 분리 매각됐다. 사실상 우리은행과 소규모 금융 계열사들이 남은 상황에서 옛 우리금융지주는 우리은행과 합병돼 사라졌다.
우리은행은 이후 IMM 동양생명 키움증권 등 과점주주들에게 매각됐고, 다른 금융사들과의 경쟁 등을 위해 2019년 1월 우리금융지주로 재출범했다. 금융지주는 자산의 130%까지 출자가 가능하지만 우리은행 상태에서는 20%밖에 활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 지분 18.32%를 가진 최대주주인 예금보험공사가 공적자금 회수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도 금융지주사 출범이 필요했다.
신한지주 KB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 등 다른 금융그룹들이 비은행업 강화를 위해 M&A를 진행하는 동안, 우리금융은 멈춰 있었다. 그 결과로 현재는 출자여력이 가장 큰 금융지주가 됐다.
유진투자증권에 따르면 연말 예상되는 우리금융지주의 출자여력은 4조6000억원이다. 신한지주는 2조1000억원, KB금융은 1조5000억원, 하나금융은 1조2000억원 등으로 추산된다. 우리금융지주의 실탄이 가장 많은 것이다. 문제는 앞서 다른 금융그룹들의 M&A로 무게 있는 비은행 금융사 매물이 많이 없다는 것이다. 또 우리금융지주는 현재 위험가중자산 산출방식으로 표준등급법을 사용하고 있다. 국제결제은행(BIS)은 금융사에 위험가중자산(빌려준 돈의 위험도) 대비 일정 수준 이상의 자기자본을 유지하도록 권고 중이다. 표준등급법은 금융회사 전체 표준치로 위험가중자산을 산출하고, 내부등급법은 자체적인 특성을 반영하는 것이다. 내부등급법을 사용할 경우 위험가중치가 떨어져 금융사에 유리하다. 다른 금융지주사들은 내부등급법을 적용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우리금융지주는 다음달 금융당국에 내부등급법 적용을 신청할 계획"이라며 "금융감독원의 심사기간 등을 감안하면 내년 3월께 승인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전까지는 관련 부담 때문에 규모 큰 M&A가 어려울 수 있다.
지주 출범 이후 우리금융그룹은 비은행 M&A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달 동양자산운용 및 ABL글로벌자산운용 인수를 금융위원회의에서 승인받았고, 국제자산신탁 인수도 결의했다. 또 MBK파트너스와 롯데카드 지분 20%를 인수하기로 했고, 아주캐피탈 및 아주저축은행도 내부등급법 승인 시점에 맞춰 계열사로 편입할 예정이다.
◆빈 자리 증권, 투트랙 전략 예상
우리금융지주의 비은행업 강화에서 가장 시급한 부문은 증권이다. 증권은 은행과 협업할 수 있는 부분이 많다는 점에서 2014년 매각한 우리투자증권(현 NH투자증권)의 빈 자리는 크다.
업계에서는 대형 증권사 매물이 없다는 점에서 우리금융그룹이 두 가지 방향으로 증권 M&A를 진행할 것으로 보고 있다.
김인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우리종합금융을 증권사로 전환하고 금융당국의 허가기간 동안 중소형 증권사 인수를 추진할 수 있다"며 "이후 인수 증권사와 우리종금을 합병하는 등의 방법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보험의 경우 기다리면 나올 매물이 많다는 관측이다. 2022년부터 보험사에 새로운 국제회계기준(IFRS17)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IFRS17의 골자는 보험부채의 평가 기준을 원가에서 시가로 변경하는 것이다. 이를 적용하면 보험사의 부채 규모가 커지게 된다. 자본확충 여력이 없는 보험사들이 매물화될 가능성도 높아진다.
업계 관계자는 "손태승 회장의 비은행 및 비이자이익 강화 전략의 핵심은 M&A"라며 "돈은 많지만 성장 전략에 맞는 메뉴가 없는 것이 우리금융의 고민일 것"이라고 했다.
한민수 한경닷컴 기자 hms@hankyung.com
1일 우리금융지주에 따르면 손태승 회장(사진)은 지난달 19일 열린 '우리 리더스 콘퍼런스 2019'에서 중장기적으로 비이자이익 비은행 해외수익의 비중을 2~3년 내에 40% 수준까지 끌어올리겠다고 밝혔다. 이 중 비이자이익(대출 등을 통한 이자이익을 제외한 것)과 비은행 비중 확대의 핵심은 인수합병(M&A)이다.
2~3년이라는 길지 않은 시간 안에 현재의 상황에서 목표까지 도달하려면 덩치있는 비은행 금융사의 인수를 성공시켜야 한다. 올 상반기 기준 우리금융지주의 순영업수익(매출)은 3조5420억원이었다. 비이자이익은 6110억원으로 전체의 17%에 불과하다.
은행업 쏠림은 더 심하다. 우리금융지주의 상반기 지배주주순이익 1조1790억원 중 약 98%인 1조1523억원이 우리은행으로부터 나왔다. 그간 지주사 체제를 구축하느라 금융그룹으로서의 외형을 만드는 데 신경쓸 여력이 없었다는 평가다.
◆비축한 4조원대 실탄, 먹방 메뉴가 없다?
옛 우리금융지주는 2000년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된 한빛은행 평화은행 경남은행 하나로종금 등에 공적자금이 투입되면서, 이 회사들의 관리를 위해 2001년 한국 최초의 금융지주회사로 설립됐다. 이후 공적자금 회수를 위한 매각 작업에서 통매각이 힘들어 자회사들이 분리 매각됐다. 사실상 우리은행과 소규모 금융 계열사들이 남은 상황에서 옛 우리금융지주는 우리은행과 합병돼 사라졌다.
우리은행은 이후 IMM 동양생명 키움증권 등 과점주주들에게 매각됐고, 다른 금융사들과의 경쟁 등을 위해 2019년 1월 우리금융지주로 재출범했다. 금융지주는 자산의 130%까지 출자가 가능하지만 우리은행 상태에서는 20%밖에 활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 지분 18.32%를 가진 최대주주인 예금보험공사가 공적자금 회수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도 금융지주사 출범이 필요했다.
신한지주 KB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 등 다른 금융그룹들이 비은행업 강화를 위해 M&A를 진행하는 동안, 우리금융은 멈춰 있었다. 그 결과로 현재는 출자여력이 가장 큰 금융지주가 됐다.
유진투자증권에 따르면 연말 예상되는 우리금융지주의 출자여력은 4조6000억원이다. 신한지주는 2조1000억원, KB금융은 1조5000억원, 하나금융은 1조2000억원 등으로 추산된다. 우리금융지주의 실탄이 가장 많은 것이다. 문제는 앞서 다른 금융그룹들의 M&A로 무게 있는 비은행 금융사 매물이 많이 없다는 것이다. 또 우리금융지주는 현재 위험가중자산 산출방식으로 표준등급법을 사용하고 있다. 국제결제은행(BIS)은 금융사에 위험가중자산(빌려준 돈의 위험도) 대비 일정 수준 이상의 자기자본을 유지하도록 권고 중이다. 표준등급법은 금융회사 전체 표준치로 위험가중자산을 산출하고, 내부등급법은 자체적인 특성을 반영하는 것이다. 내부등급법을 사용할 경우 위험가중치가 떨어져 금융사에 유리하다. 다른 금융지주사들은 내부등급법을 적용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우리금융지주는 다음달 금융당국에 내부등급법 적용을 신청할 계획"이라며 "금융감독원의 심사기간 등을 감안하면 내년 3월께 승인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전까지는 관련 부담 때문에 규모 큰 M&A가 어려울 수 있다.
지주 출범 이후 우리금융그룹은 비은행 M&A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달 동양자산운용 및 ABL글로벌자산운용 인수를 금융위원회의에서 승인받았고, 국제자산신탁 인수도 결의했다. 또 MBK파트너스와 롯데카드 지분 20%를 인수하기로 했고, 아주캐피탈 및 아주저축은행도 내부등급법 승인 시점에 맞춰 계열사로 편입할 예정이다.
◆빈 자리 증권, 투트랙 전략 예상
우리금융지주의 비은행업 강화에서 가장 시급한 부문은 증권이다. 증권은 은행과 협업할 수 있는 부분이 많다는 점에서 2014년 매각한 우리투자증권(현 NH투자증권)의 빈 자리는 크다.
업계에서는 대형 증권사 매물이 없다는 점에서 우리금융그룹이 두 가지 방향으로 증권 M&A를 진행할 것으로 보고 있다.
김인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우리종합금융을 증권사로 전환하고 금융당국의 허가기간 동안 중소형 증권사 인수를 추진할 수 있다"며 "이후 인수 증권사와 우리종금을 합병하는 등의 방법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보험의 경우 기다리면 나올 매물이 많다는 관측이다. 2022년부터 보험사에 새로운 국제회계기준(IFRS17)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IFRS17의 골자는 보험부채의 평가 기준을 원가에서 시가로 변경하는 것이다. 이를 적용하면 보험사의 부채 규모가 커지게 된다. 자본확충 여력이 없는 보험사들이 매물화될 가능성도 높아진다.
업계 관계자는 "손태승 회장의 비은행 및 비이자이익 강화 전략의 핵심은 M&A"라며 "돈은 많지만 성장 전략에 맞는 메뉴가 없는 것이 우리금융의 고민일 것"이라고 했다.
한민수 한경닷컴 기자 hm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