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행키, 만우절 이벤트로 만든 '포켓몬고'…글로벌 센세이션으로 '초대박' 행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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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행키 SW개발업체 나이앤틱 설립자 겸 CEO
'구글어스' 개발한 창업전문가
'구글어스' 개발한 창업전문가
위치기반 서비스를 활용한 증강현실(AR) 게임 포켓몬고는 2016년 출시 후 3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여전히 많은 팬의 사랑을 받고 있다. 지난해 포켓몬고의 매출은 전년 대비 35% 증가한 7억9500만달러(약 9400억원)를 기록했다. 현재 전 세계에 걸쳐 매달 1회 이상 포켓몬고에 접속해 게임을 즐기는 이용자는 1억5000만여 명에 달한다.
포켓몬고 성공 신화의 중심에는 소프트웨어 개발업체 나이앤틱이 자리하고 있다. 나이앤틱은 2010년 구글 사내벤처로 출발해 2015년 분사한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이다. 구글의 위성지도 서비스 ‘구글어스’를 만든 주인공인 존 행키 나이앤틱 설립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포켓몬고를 통해 세계인의 게임하는 방식에 대변혁을 이끌고 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구글어스의 아버지’가 된 창업 전문가
행키 CEO는 여러 차례 기업을 설립해 성공한 경험이 있는 창업 전문가다. 10대 때부터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좋아했던 그는 2004년 구글에 합류하기 전까지 정보기술(IT) 기업을 총 세 차례 창업해 성공적인 엑시트(투자금 회수)로 이끌었다. 그가 2001년 설립한 위치기반 서비스 활용 컴퓨터 프로그램 회사 ‘키홀’은 구글에 인수되면서 구글의 위치기반 서비스 부문인 ‘구글지오’의 전신이 됐다.
키홀의 인수합병(M&A)과 함께 구글로 자리를 옮긴 행키 CEO는 구글지오의 총괄 책임 부사장으로 일했다. 구글어스 외에도 모바일 지도 서비스인 ‘구글맵스’, 3차원 지도 서비스인 ‘스트리트뷰’ 등이 모두 그의 손을 거쳐 탄생했다. 2005년 8월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미국 남부를 덮쳤을 당시 구글어스가 실시간 위성사진을 온라인으로 제공해 피해 복구에 도움을 준 사실이 화제가 됐다. 이때도 행키 CEO의 역할이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구글어스가 어느 정도 궤도에 올랐다는 판단이 들자 행키 CEO는 새로운 프로젝트를 찾아나섰다. 2010년 행키 CEO는 “다시 컴퓨터 프로그래밍에 매진하고 싶다”는 말과 함께 구글 사내벤처인 나이앤틱랩스를 열었다. 2015년 구글이 지주회사인 알파벳을 설립하면서 구글의 여러 자회사가 분사하게 됐고, 나이앤틱랩스도 곧 나이앤틱이란 이름의 독립된 기업으로 거듭났다.
만우절 장난에서 시작된 초대박 프로젝트
나이앤틱의 포켓몬고 프로젝트는 우연한 계기로 시작됐다. 2014년 4월 나이앤틱이 아직 구글 내 조직으로 활동하던 때의 일이다. 구글은 매년 4월 1일 만우절 때마다 구글 웹사이트나 구글맵스 등 자사 서비스를 활용한 재미난 이벤트를 기획해 진행한다. 당시 한 직원의 아이디어로 구글맵스의 지도에서 포켓몬 캐릭터들이 나타나는 이벤트가 열렸다. 이용자들이 포켓몬 캐릭터들을 직접 포획할 수 있는 미니게임도 제공됐다. 만우절 하루 동안 이뤄진 이벤트에 대한 이용자 반응은 가히 폭발적이었다. 온라인에서는 “계속 할 수 있게 해 달라”는 요구가 쇄도했다.
행키 CEO는 여기에서 나이앤틱의 차기 프로젝트가 나올 수 있음을 직감했다. 당시 나이앤틱에서는 인공위성 지도 정보와 AR을 결합한 도시 탐방 게임인 ‘인그레스’를 운영하고 있었기 때문에 해당 시스템에 포켓몬 캐릭터를 담은 사용자환경(UI)을 도입하기만 하면 되는 일이었다. 때마침 구글맵스의 만우절 이벤트를 본 일본 닌텐도와 포켓몬컴퍼니 측에서도 먼저 관심을 표해왔다. 만우절 농담으로 시작된 포켓몬고 프로젝트는 그렇게 급물살을 타게 됐다. 이후 나이앤틱은 구글과 닌텐도 측으로부터 포켓몬고 개발을 위해 3000만달러(약 355억원)의 투자금을 받게 됐다.
포켓몬고 출시 이후는 말 그대로 ‘글로벌 센세이션’이었다. 미국에선 출시 1주일 만에 하루 이용자 수가 2100만 명을 기록하며 역대 최대 모바일 게임이 됐다. 출시 첫 달에 매출 3억달러(약 3500억원), 누적 다운로드 수 2억3000만 건을 기록했다. 모바일 게임 사상 최초 기록으로, 포켓몬고는 이를 통해 기네스북에 등재되기도 했다.
게임 즐기며 모두가 함께하는 세상을 향해
포켓몬고는 게임이자 소셜네트워크(SNS)라는 점이 가장 큰 성공 요인으로 꼽힌다. 이용자들이 직접 길거리를 분주하게 돌아다니며 게임을 즐기는 와중에 다른 이용자와 면대면 교류를 할 수 있다는 부분이 전 세계 사람들을 매료시킨 것으로 풀이된다. 포켓몬고가 현대인들이 안고 있는 상호 단절 문제를 해결하는 데 이바지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일본 도쿄대 연구진은 포켓몬고 이용자를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해당 게임이 사용자의 정신건강을 증진시키는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행키 CEO는 게임을 만들면서 이 같은 부분을 깊이 고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행키 CEO는 과거 한 인터뷰에서 “아이들이 컴퓨터 게임을 하기 위해 방구석에 틀어박혀 지내는 모습을 보며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며 위치기반 서비스를 이용한 모바일 게임에 집중하게 된 계기를 설명했다. 나이앤틱을 설립하는 과정에서 ‘실제 몸을 움직이는 게임을 만들어야 한다’와 ‘다른 사람과 함께 하도록 해야 한다’는 가치를 내세운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행키 CEO는 사람들이 게임을 하며 더 넓은 세상을 탐구할 기회를 가지기를 바란다는 뜻도 전했다. 이런 생각은 나이앤틱이라는 회사 이름에도 반영됐다. 나이앤틱은 미국에서 19세기 ‘골드러시’ 때 활동했던 포경선의 이름에서 따왔다. 당시 화재로 배가 가라앉아 샌프란시스코 앞바다에 묻히게 됐는데, 행키 CEO는 사람들이 바닷가를 지나면서도 바다 깊은 곳에 이런 유물이 숨어 있다는 사실을 잘 모르는 상황을 바꾸고 싶다는 생각에서 회사 이름을 이렇게 지었다.
정연일 기자 neil@hankyung.com
포켓몬고 성공 신화의 중심에는 소프트웨어 개발업체 나이앤틱이 자리하고 있다. 나이앤틱은 2010년 구글 사내벤처로 출발해 2015년 분사한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이다. 구글의 위성지도 서비스 ‘구글어스’를 만든 주인공인 존 행키 나이앤틱 설립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포켓몬고를 통해 세계인의 게임하는 방식에 대변혁을 이끌고 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구글어스의 아버지’가 된 창업 전문가
행키 CEO는 여러 차례 기업을 설립해 성공한 경험이 있는 창업 전문가다. 10대 때부터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좋아했던 그는 2004년 구글에 합류하기 전까지 정보기술(IT) 기업을 총 세 차례 창업해 성공적인 엑시트(투자금 회수)로 이끌었다. 그가 2001년 설립한 위치기반 서비스 활용 컴퓨터 프로그램 회사 ‘키홀’은 구글에 인수되면서 구글의 위치기반 서비스 부문인 ‘구글지오’의 전신이 됐다.
키홀의 인수합병(M&A)과 함께 구글로 자리를 옮긴 행키 CEO는 구글지오의 총괄 책임 부사장으로 일했다. 구글어스 외에도 모바일 지도 서비스인 ‘구글맵스’, 3차원 지도 서비스인 ‘스트리트뷰’ 등이 모두 그의 손을 거쳐 탄생했다. 2005년 8월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미국 남부를 덮쳤을 당시 구글어스가 실시간 위성사진을 온라인으로 제공해 피해 복구에 도움을 준 사실이 화제가 됐다. 이때도 행키 CEO의 역할이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구글어스가 어느 정도 궤도에 올랐다는 판단이 들자 행키 CEO는 새로운 프로젝트를 찾아나섰다. 2010년 행키 CEO는 “다시 컴퓨터 프로그래밍에 매진하고 싶다”는 말과 함께 구글 사내벤처인 나이앤틱랩스를 열었다. 2015년 구글이 지주회사인 알파벳을 설립하면서 구글의 여러 자회사가 분사하게 됐고, 나이앤틱랩스도 곧 나이앤틱이란 이름의 독립된 기업으로 거듭났다.
만우절 장난에서 시작된 초대박 프로젝트
나이앤틱의 포켓몬고 프로젝트는 우연한 계기로 시작됐다. 2014년 4월 나이앤틱이 아직 구글 내 조직으로 활동하던 때의 일이다. 구글은 매년 4월 1일 만우절 때마다 구글 웹사이트나 구글맵스 등 자사 서비스를 활용한 재미난 이벤트를 기획해 진행한다. 당시 한 직원의 아이디어로 구글맵스의 지도에서 포켓몬 캐릭터들이 나타나는 이벤트가 열렸다. 이용자들이 포켓몬 캐릭터들을 직접 포획할 수 있는 미니게임도 제공됐다. 만우절 하루 동안 이뤄진 이벤트에 대한 이용자 반응은 가히 폭발적이었다. 온라인에서는 “계속 할 수 있게 해 달라”는 요구가 쇄도했다.
행키 CEO는 여기에서 나이앤틱의 차기 프로젝트가 나올 수 있음을 직감했다. 당시 나이앤틱에서는 인공위성 지도 정보와 AR을 결합한 도시 탐방 게임인 ‘인그레스’를 운영하고 있었기 때문에 해당 시스템에 포켓몬 캐릭터를 담은 사용자환경(UI)을 도입하기만 하면 되는 일이었다. 때마침 구글맵스의 만우절 이벤트를 본 일본 닌텐도와 포켓몬컴퍼니 측에서도 먼저 관심을 표해왔다. 만우절 농담으로 시작된 포켓몬고 프로젝트는 그렇게 급물살을 타게 됐다. 이후 나이앤틱은 구글과 닌텐도 측으로부터 포켓몬고 개발을 위해 3000만달러(약 355억원)의 투자금을 받게 됐다.
포켓몬고 출시 이후는 말 그대로 ‘글로벌 센세이션’이었다. 미국에선 출시 1주일 만에 하루 이용자 수가 2100만 명을 기록하며 역대 최대 모바일 게임이 됐다. 출시 첫 달에 매출 3억달러(약 3500억원), 누적 다운로드 수 2억3000만 건을 기록했다. 모바일 게임 사상 최초 기록으로, 포켓몬고는 이를 통해 기네스북에 등재되기도 했다.
게임 즐기며 모두가 함께하는 세상을 향해
포켓몬고는 게임이자 소셜네트워크(SNS)라는 점이 가장 큰 성공 요인으로 꼽힌다. 이용자들이 직접 길거리를 분주하게 돌아다니며 게임을 즐기는 와중에 다른 이용자와 면대면 교류를 할 수 있다는 부분이 전 세계 사람들을 매료시킨 것으로 풀이된다. 포켓몬고가 현대인들이 안고 있는 상호 단절 문제를 해결하는 데 이바지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일본 도쿄대 연구진은 포켓몬고 이용자를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해당 게임이 사용자의 정신건강을 증진시키는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행키 CEO는 게임을 만들면서 이 같은 부분을 깊이 고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행키 CEO는 과거 한 인터뷰에서 “아이들이 컴퓨터 게임을 하기 위해 방구석에 틀어박혀 지내는 모습을 보며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며 위치기반 서비스를 이용한 모바일 게임에 집중하게 된 계기를 설명했다. 나이앤틱을 설립하는 과정에서 ‘실제 몸을 움직이는 게임을 만들어야 한다’와 ‘다른 사람과 함께 하도록 해야 한다’는 가치를 내세운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행키 CEO는 사람들이 게임을 하며 더 넓은 세상을 탐구할 기회를 가지기를 바란다는 뜻도 전했다. 이런 생각은 나이앤틱이라는 회사 이름에도 반영됐다. 나이앤틱은 미국에서 19세기 ‘골드러시’ 때 활동했던 포경선의 이름에서 따왔다. 당시 화재로 배가 가라앉아 샌프란시스코 앞바다에 묻히게 됐는데, 행키 CEO는 사람들이 바닷가를 지나면서도 바다 깊은 곳에 이런 유물이 숨어 있다는 사실을 잘 모르는 상황을 바꾸고 싶다는 생각에서 회사 이름을 이렇게 지었다.
정연일 기자 ne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