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화, 방콕서 중국·EU 등과도 연쇄 회담…한-아세안 외교장관회의도 예정
굳은 표정 한일외교장관, '백색국가 제외' 앞두고 마지막 담판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고노 다로(河野太郞) 일본 외무상은 1일 오전 태국 방콕에서 다소 냉랭한 분위기 속에 외교장관 회담을 시작했다.

양국 장관이 방콕 센타라 그랜드호텔에서 만나는 모습은 이날 오전 8시 45분(한국시간 오전 10시 45분)께부터 취재진에 10여분간 공개됐는데 이들 얼굴에서는 옅은 미소조차 찾아볼 수 없었다.

고노 외무상은 먼저 회담장에 들어온 강 장관에게 손을 내밀었고, 두 사람은 굳은 표정으로 악수를 했다.

사진 촬영을 마치고 취재진이 회담장을 빠져나갈 때까지 양측은 안부를 묻는 정도의 가벼운 대화조차 나누지 않았다.

이날 양자회담에는 한국 측에서는 김정한 외교부 아시아태평양국장, 일본 측에서는 가나스기 겐지(金杉憲治) 아시아대양주 국장만 통역과 함께 배석했다.

강 장관은 고노 외무상에게 수출규제 조치 철회와 한국을 백색국가(화이트 리스트) 대상에서 제외하는 작업의 중단을 촉구할 방침이다.

고노 외무상은 회담에 앞서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한일 회담이 관계개선으로 이어질 것 같은가'라는 질문에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은 채 호텔로 들어섰다.

한일 외교장관이 만나는 것은 일본이 한국의 대법원 강제징용 배상판결에 대한 불만으로 지난달 4일 대(對) 한국 수출 규제를 강화한 이후 처음이다.

특히 일본이 2일 한국을 전략물자 수출심사 우대국(백색국가)에서 제외하는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을 각의에서 처리할 가능성이 큰 상황이어서 이와 관련해 어떤 논의가 있을지 주목된다.

그러나 일본이 태도를 바꿀 가능성은 작다.

고노 외무상은 오히려 일본 정부가 단행한 조치의 정당성을 주장하면서 한국이 강제징용 배상판결과 관련해 "국제법 위반상황"을 시정해야 한다는 그간의 주장을 되풀이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도 전날 정례브리핑에서 "이번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은 안보를 위해 수출관리 제도의 적절한 운영에 필요한 재검토로, 그 방침에 변화는 없으며 절차를 진행해 갈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다만 미국이 한일 갈등 악화를 막고자 적극적인 역할을 할 것을 시사하고 있어 분위기가 바뀔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어 보인다.

미국은 한국과 일본에 현재의 분쟁을 중지하는 협정에 합의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을 촉구했다고 로이터통신이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보도한 바 있다.

강 장관은 일본에 이어 왕이(王毅)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 만나고, 오후에는 에리완 유소프 브루나이 외교통상부 제2장관, 페데리카 모게리니 유럽연합(EU) 외교안보 고위대표와 각각 양자회담을 할 예정이다.

또 한국-아세안 외교장관회담에도 참석해 일본 정부의 수출규제 조치의 부당성을 지적하고, 신남방정책의 핵심축인 아세안과 협력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