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한결의 중동은지금] 독일 "美 주도 호르무즈 방위체 불참…대신 유럽 주도 검토"
독일이 미국 대신 유럽이 주도하는 호르무즈 해협 다국적 방위 연합체에 참여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국제 원유 주요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의 방위 주도권을 두고 이란, 미국, 유럽 등이 신경전에 나선 모양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즈 등에 따르면 지난달 31일(현지시간) 하이코 마스 독일 외무장관은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기자들과 만나 “독일 정부는 미국이 계획해 요청한 (호르무즈 해협) 해상 방위 작전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독일 정부도 미국 주도 방위 연합체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독일 외무부는 “미국이 독일에 페르시아만 방위에 기여하라고 요청했으나 독일 정부는 어떤 기여 방안도 제안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독일 정부는 대신 유럽이 주도하는 호르무즈 해협 방위 연합체에 참여할 의향을 보였다. 울리케 뎀머 독일 총리실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독일 정부는 일대 해양 안보 문제를 두고 영국, 프랑스 등과 긴밀히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호르무즈 해협이 향후 이란, 미국, 유럽 등의 세력 다툼 장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호르무즈 해협 북쪽에 있는 이란은 이란혁명수비대(IRGC)와 이란 해군 등 병력을 일대에 두고 있다. 지난달 29일엔 호르무즈 해협과 인근 마크란 해역에서 러시아 해군과 합동 군사훈련을 벌이겠다고 발표했다.

미국은 일대에 미국이 주도하는 다국적 방위 연합체인 ‘센티넬’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지난달 25일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한국, 영국, 프랑스, 독일, 노르웨이, 일본, 호주 등에 호르무즈 해협 방위 요청을 했다”고 말했다.

반면 영국은 영국은 유럽이 주도하는 민간 선박 호위 연합체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이란핵협정 유럽 당사국이 이란핵협정을 일방 파기한 미국과 함께 대(對)이란 방위체를 구성하기는 어렵다는 설명이다. 뎀머 독일 총리실 대변인은 “이란에 대한 독일의 방침은 미국의 접근 방식과는 분명 다르다”며 “독일은 역내 긴장 완화와 이란핵협정 유지를 최우선 과제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이 주도하는 작전에 참여하는 게 문제를 복잡하게 만들 수 있다”고 덧붙였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