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경제가 지난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0%대 성장률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범죄인 인도법 개정안(송환법)’ 반대 시위에 따른 정치 불안과 미·중 무역전쟁 장기화 여파 등이 홍콩 경제를 끌어내리고 있다는 진단이다.

무너지는 홍콩 경제…두 분기째 '0%대 성장'
홍콩 통계청은 1일 2분기 국내총생산(GDP)이 전년 동기 대비 0.6% 증가하는 데 그쳤다고 발표했다. 이는 직전 분기인 1분기 때와 같은 증가율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3분기 -1.7% 이후 10여 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홍콩의 2분기 경제성장률은 시장 예상치인 1.5%에도 크게 못 미쳤다.

블룸버그통신 등은 1년 넘게 이어지고 있는 미·중 무역전쟁으로 중국 경제가 둔화하고 여기에 송환법 반대 시위까지 겹치면서 홍콩 경제가 압박을 받고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1분기 4.6%에 달했던 홍콩의 경제성장률은 미·중 무역전쟁이 본격화한 하반기부터 급격히 낮아졌다. 지난해 3분기에 2.8%를 나타낸 데 이어 4분기에는 1.2%를 기록했다. 올 들어서는 두 개 분기 연속 0%대에 머물렀다.

특히 소매업이 큰 타격을 받고 있다. 홍콩의 5월 소매판매 증가율은 1.3%를 기록해 4개월 연속 둔화세를 보였다. 시위가 본격화한 6월 발표치부터는 마이너스로 돌아설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홍콩소매업관리협회는 “6월부터 10% 이상 마이너스 성장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홍콩 경제가 앞으로 더욱 악화할 것이란 비관적 전망이 나온다.

에드워드 야우 홍콩 상무장관은 “송환법 반대 시위의 영향이 3분기와 4분기에 본격적으로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홍콩에서 경기 침체의 전조가 나타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편 홍콩 송환법 반대 시위가 계속 격화하는 가운데 중국 정부는 강경 대응을 예고하고 나섰다. 이날 중국 환구시보 등에 따르면 홍콩 주둔 중국군 사령관인 천다오샹은 시위가 계속될 경우 중국군이 개입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정연일 기자 ne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