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보험, 종신보험, 치매보험 등과 같은 ‘보장성보험’의 보험료가 내년부터 2~4% 내릴 전망이다. 보험을 중간에 깰 때 돌려받는 해약환급금은 지금보다 늘어난다.

금융위원회는 1일 이런 내용을 담은 ‘보험 사업비·모집수수료 개편 방안’을 발표했다. 소비자에게는 유리한 내용이 많지만, 보험사와 설계사에겐 수익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사업비 거품' 제동…내년 보험료 최대 4% 싸진다
“사업비 줄여서 보험료 내려라”

보험사들은 가입자들로부터 보험료를 거둔 뒤 인건비, 운영비, 광고비 등의 명목으로 사업비를 차감한다. 가입자를 유치한 설계사와 대리점(GA)에 모집수당도 떼어준다. 정부는 이 사업비와 모집수수료가 부풀려지면서 보험료 상승, 해약환급금 축소, 무리한 영업 등 여러 문제를 일으킨다고 봤다.

정부는 이를 개선하기 위해 우선 보장성보험의 사업비를 인하하기로 했다. 보험사들은 보장성보험의 사업비를 저축성보험보다 두 배 이상 높게 책정하고 있는데, 내년 4월부터는 이를 현재의 70% 수준으로 줄이도록 했다.

이렇게 되면 보장성보험의 보험료가 2~3% 내려간다. 동시에 해약환급금을 계산할 때 적용되는 환급률도 5~15%포인트(2차연도 해지 기준) 올라 환급액이 많아진다.

몇 년에 한 번씩 보험료를 재산정하는 갱신형·재가입형 상품의 사업비도 최초 계약의 70% 수준으로 낮춘다. 신규 가입에 비해 계약 유지에 많은 노력이 들지 않는다는 점에서다. 이에 따라 갱신 시점의 보험료도 지금보다 3%쯤 저렴해질 전망이다.

아울러 해약공제액 한도를 초과하는 과도한 사업비를 책정한 보험상품은 공시를 의무화하기로 했다. 업체들이 공시 의무에 부담을 느껴 사업비를 해약공제액 한도 내로 인하하면 보험료는 최대 4% 낮아질 수 있다고 금융위는 설명했다. 보험료 인하는 내년 4월부터 새로 체결되는 계약에 적용되며, 기존 가입 보험에 소급되진 않는다.

수당만 쫓는 ‘먹튀 설계사’ 막는다

정부는 국내 보험산업의 대표적 폐단으로 꼽히는 설계사 수당 문제에도 칼을 대기로 했다. 보험사들은 최근 점유율 경쟁에 목을 매면서 모집인에게 주는 수당과 시책(비공식적인 추가 인센티브)을 확 높였다. 계약 첫해에 전체 모집수수료의 80~90%를 몰아주고, 월 보험료의 최대 5~6배에 이르는 시책이 지급되고 있다. 지인의 권유 탓에 어쩔 수 없이 보험에 들었다가 조기 해약하고 금전적 손실을 보는 소비자가 늘었다. 모집수수료가 납입보험료보다 많다 보니 설계사가 지인 명의로 가짜 계약을 맺어 수당만 받고 해약하는 ‘자작극’도 성행했다.

금융위는 현행 선지급 방식에 분할지급 방식을 추가했다. 계약 첫해 전체 모집수수료의 60%, 이듬해 45%를 받는 식이다. 선지급 방식에 비해 총액이 많도록 설계해 설계사들이 자발적으로 선택할 유인을 높였다. 또 가입 1차연도의 모집수수료와 해약환급금의 합이 1년간의 납입보험료를 넘지 못하도록 제한할 예정이다.

다만 수수료 체계 개편은 설계사들의 소득과 직결된 문제여서 시행 시기를 2021년 1월로 늦췄다. 윤창호 금융위 금융산업국장은 “사업비가 줄면 당장은 보험영업에 악영향을 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고비용 구조가 개선되고 보험산업의 신뢰도가 높아질 것”이라며 “보험업계에서도 이런 효과에 공감해 개편안을 수용했다”고 말했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