쨍하고 해뜨니 農家 울상…무·양파 이어 복숭아 가격도 뚝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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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소 이어 과일도 '풍작의 역설'
농가들 재배면적 늘렸는데
올해 날씨 좋아 수확량 급증
불황에 식자재 수요는 급감
농가들 재배면적 늘렸는데
올해 날씨 좋아 수확량 급증
불황에 식자재 수요는 급감
‘풍작의 역설.’
올 들어 비는 적당히 내렸다. 추위도 없었다. 볕도 좋았다. 밭의 농작물은 쑥쑥 자랐다. 양파, 마늘, 무 수확량이 크게 늘었다. 풍작이었지만 지나쳤다. 호남·영남지방 등 주요 농산물 산지에선 봄철 내내 채소 썩은 냄새가 진동했다. 시장에 내놔도 팔리지 않자 농민들은 밭을 갈아 엎었다. 풍작으로 인한 피해는 여름철 제철 과일인 복숭아를 재배하는 농가까지 덮쳤다.
주요 농산물 가격이 계속 폭락하고 있다. 올 상반기 내내 과잉공급 논란을 겪었던 무, 양파 등에 이어 반찬거리로 쓰이는 주요 먹거리 가격이 떨어지고 있다. 폭염과 폭우가 이어지며 가격이 급등했던 지난해와 비교하면 절반 수준으로까지 추락한 품목도 있다. 국산 삼겹살도 값이 계속 내려가고 있다. 하지만 수요는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농산물 가격 얼마나 왜 내렸나
농작물 작황을 결정하는 첫 번째 요인은 날씨다. 따듯한 겨울, 강수량, 일조량 모두 채소가 자라기 딱 좋았다. 대풍으로 이어졌다. 시장에는 물량이 계속 쏟아졌다. 가격은 떨어졌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가격 정보를 보면 지난달 양파 상품 기준 한 상자(20㎏) 도매가는 8452원밖에 안 했다. 작년 평균가(1만3302원)보다 36%나 떨어진 가격이다. 6000원대까지 떨어졌던 2007년 이후 12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무와 배추도 마찬가지다. 20㎏ 도매가 기준으로 각각 9276원, 7356원에 거래됐다. 평년 7월 가격의 절반 수준이다.
제철을 맞은 복숭아도 따뜻한 겨울, 태풍 영향 없는 여름을 지나며 열매를 많이 맺었다. 천도복숭아와 백도복숭아 모두 가격이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15~30%가량 떨어졌다. 짧은 장마는 시금치 가격에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늦장마가 잠깐 찾아왔다 가는 바람에 시금치가 잘 자랐다.
날씨와 함께 산지가 크게 늘어난 것도 농산물 가격에 영향을 미쳤다. 한 해 가격이 비싸면 농민들은 이듬해 특정 작품의 재배면적을 크게 늘린다. 1980년 이후 재배면적이 꾸준히 늘어난 양파와 복숭아가 이런 사례에 속한다. 감자도 산지 생산량이 대폭 늘었다. 마늘과 양파는 기존 전망치를 훌쩍 뛰어넘은 양이 생산됐다.
농산물 가격을 짓누르는 또 다른 요인은 재고다. 무와 배추는 6월 수확된 봄 생산량이 아직 창고에 남아 있다. 이런 상황에서 곧 7~8월 수확한 작물까지 시장에 쏟아져 나온다.
성수기인데도 삼겹살 값도 뚝
가격이 떨어지는 것은 돼지고기도 마찬가지다. 지난달 국내산 냉장 삼겹살 소매가는 100g 기준으로 1931원을 기록했다. 7월 한 달 평균 가격이 2000원 밑으로 떨어진 것은 2013년 이후 처음이다. 7월은 휴가철이라 삼겹살 가격이 연중 가장 높다.
올해는 예외다. 삼겹살도 공급과잉이 이어지고 있다. 식자재 유통업체 CJ프레시웨이의 관계자는 “대형 축산업자들이 사육 시설을 넓히면서 사육 돼지 수가 지난해보다 10% 이상 늘었다”며 “국산 삼겹살 대신 외국산을 찾는 곳이 늘어난 것도 가격 하락의 요인”이라고 짚었다.
식당 수요가 줄어든 것도 원인으로 꼽힌다. 회식 문화가 바뀌면서 대량 소비처가 사라진 탓이다. 이는 주꾸미 가격을 봐도 알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소비의 30%를 차지하는 베트남산 주꾸미는 지난 3년간 가격이 올랐지만 올해는 10% 정도 떨어졌다”며 “자영업 불황의 여파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회복은 미지수
농산물 가격 급락은 이달 말께 멈출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급식을 하는 학교가 개학하고, 다음달 추석이 있어 소비가 회복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명절 특수 등으로 소비 증가가 예상되는 이달 말이나 돼야 주요 농산물 가격 추락이 멈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농산물 값이 추락하자 정부는 수요 촉진 운동에 나섰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양파 1만5000t 이상을 중국 싱가포르 태국 등 아시아 국가로 수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달 초 함양군에서 생산된 양파 4000t을 베트남으로 수출했다. 배추와 무를 사들여 산지에서 폐기하기도 했다. 유통업계도 소비를 늘리기 위해 할인 행사를 하고 있다.
이마트는 천도 복숭아 780t을 구매해 대규모 할인 행사를 진행 중이다. 롯데슈퍼는 지난달 초 전라남도와 손잡고 양파 농가 돕기 행사를 여는 등 사흘 동안 500t 분량의 양파를 팔았다. 한돈자조금위원회는 국내산 돼지고기 직거래 장터를 열고 국산 삼겹살, 목살 등을 반값에 팔았다.
안효주/박종필 기자 joo@hankyung.com
올 들어 비는 적당히 내렸다. 추위도 없었다. 볕도 좋았다. 밭의 농작물은 쑥쑥 자랐다. 양파, 마늘, 무 수확량이 크게 늘었다. 풍작이었지만 지나쳤다. 호남·영남지방 등 주요 농산물 산지에선 봄철 내내 채소 썩은 냄새가 진동했다. 시장에 내놔도 팔리지 않자 농민들은 밭을 갈아 엎었다. 풍작으로 인한 피해는 여름철 제철 과일인 복숭아를 재배하는 농가까지 덮쳤다.
주요 농산물 가격이 계속 폭락하고 있다. 올 상반기 내내 과잉공급 논란을 겪었던 무, 양파 등에 이어 반찬거리로 쓰이는 주요 먹거리 가격이 떨어지고 있다. 폭염과 폭우가 이어지며 가격이 급등했던 지난해와 비교하면 절반 수준으로까지 추락한 품목도 있다. 국산 삼겹살도 값이 계속 내려가고 있다. 하지만 수요는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농산물 가격 얼마나 왜 내렸나
농작물 작황을 결정하는 첫 번째 요인은 날씨다. 따듯한 겨울, 강수량, 일조량 모두 채소가 자라기 딱 좋았다. 대풍으로 이어졌다. 시장에는 물량이 계속 쏟아졌다. 가격은 떨어졌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가격 정보를 보면 지난달 양파 상품 기준 한 상자(20㎏) 도매가는 8452원밖에 안 했다. 작년 평균가(1만3302원)보다 36%나 떨어진 가격이다. 6000원대까지 떨어졌던 2007년 이후 12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무와 배추도 마찬가지다. 20㎏ 도매가 기준으로 각각 9276원, 7356원에 거래됐다. 평년 7월 가격의 절반 수준이다.
제철을 맞은 복숭아도 따뜻한 겨울, 태풍 영향 없는 여름을 지나며 열매를 많이 맺었다. 천도복숭아와 백도복숭아 모두 가격이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15~30%가량 떨어졌다. 짧은 장마는 시금치 가격에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늦장마가 잠깐 찾아왔다 가는 바람에 시금치가 잘 자랐다.
날씨와 함께 산지가 크게 늘어난 것도 농산물 가격에 영향을 미쳤다. 한 해 가격이 비싸면 농민들은 이듬해 특정 작품의 재배면적을 크게 늘린다. 1980년 이후 재배면적이 꾸준히 늘어난 양파와 복숭아가 이런 사례에 속한다. 감자도 산지 생산량이 대폭 늘었다. 마늘과 양파는 기존 전망치를 훌쩍 뛰어넘은 양이 생산됐다.
농산물 가격을 짓누르는 또 다른 요인은 재고다. 무와 배추는 6월 수확된 봄 생산량이 아직 창고에 남아 있다. 이런 상황에서 곧 7~8월 수확한 작물까지 시장에 쏟아져 나온다.
성수기인데도 삼겹살 값도 뚝
가격이 떨어지는 것은 돼지고기도 마찬가지다. 지난달 국내산 냉장 삼겹살 소매가는 100g 기준으로 1931원을 기록했다. 7월 한 달 평균 가격이 2000원 밑으로 떨어진 것은 2013년 이후 처음이다. 7월은 휴가철이라 삼겹살 가격이 연중 가장 높다.
올해는 예외다. 삼겹살도 공급과잉이 이어지고 있다. 식자재 유통업체 CJ프레시웨이의 관계자는 “대형 축산업자들이 사육 시설을 넓히면서 사육 돼지 수가 지난해보다 10% 이상 늘었다”며 “국산 삼겹살 대신 외국산을 찾는 곳이 늘어난 것도 가격 하락의 요인”이라고 짚었다.
식당 수요가 줄어든 것도 원인으로 꼽힌다. 회식 문화가 바뀌면서 대량 소비처가 사라진 탓이다. 이는 주꾸미 가격을 봐도 알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소비의 30%를 차지하는 베트남산 주꾸미는 지난 3년간 가격이 올랐지만 올해는 10% 정도 떨어졌다”며 “자영업 불황의 여파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회복은 미지수
농산물 가격 급락은 이달 말께 멈출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급식을 하는 학교가 개학하고, 다음달 추석이 있어 소비가 회복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명절 특수 등으로 소비 증가가 예상되는 이달 말이나 돼야 주요 농산물 가격 추락이 멈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농산물 값이 추락하자 정부는 수요 촉진 운동에 나섰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양파 1만5000t 이상을 중국 싱가포르 태국 등 아시아 국가로 수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달 초 함양군에서 생산된 양파 4000t을 베트남으로 수출했다. 배추와 무를 사들여 산지에서 폐기하기도 했다. 유통업계도 소비를 늘리기 위해 할인 행사를 하고 있다.
이마트는 천도 복숭아 780t을 구매해 대규모 할인 행사를 진행 중이다. 롯데슈퍼는 지난달 초 전라남도와 손잡고 양파 농가 돕기 행사를 여는 등 사흘 동안 500t 분량의 양파를 팔았다. 한돈자조금위원회는 국내산 돼지고기 직거래 장터를 열고 국산 삼겹살, 목살 등을 반값에 팔았다.
안효주/박종필 기자 j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