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 투입해 소재 자립화 나섰지만
R&D 등 미흡…여전히 日 의존

정부는 2012년까지 10대 핵심 소재의 자립화를 완료하고 2018년에는 세계 시장의 30% 이상을 점유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를 위해 2018년까지 투입하기로 한 예산만 1조원에 달했다. 수송기기용 초경량 마그네슘 소재, 플렉시블 디스플레이용 플라스틱 기판 소재 등을 ‘세계시장을 선점할 10대 핵심 소재(WPM:world premier materials)’로 꼽았다. 일본이 지난달부터 한국으로의 수출을 통제하고 있는 플루오린 폴리이미드는 플렉시블 디스플레이용 플라스틱 기판 소재에 해당한다.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에 따르면 10대 소재 중 올해 8월 기준 양산 단계에 이른 것은 플루오린 폴리이미드와 고에너지 2차전지용 전극(음극재, 양극재) 소재 두 가지뿐이다. 그나마 플루오린 폴리이미드는 여전히 일본 의존도가 높아 자립화를 이뤘다고 말하기 힘들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플루오린 폴리이미드는 올 1~5월 총 1296만달러어치를 수입했는데 이 가운데 일본산이 93.7%에 달했다.
시제품을 포함해 10개 소재의 지난해 매출을 모두 더한 금액은 7200억원가량에 불과하다. 지난해 대일 소재·부품 부문 무역적자는 151억달러였다.
일본 정부가 2일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면 핵심 부품·소재 국산화 대책을 내놓겠다는 게 산업부 등 정부의 계획이다. 관련 연구개발(R&D)에만 연간 1조원 이상 투입한다는 구상이다. 2009년 소재산업 발전대책을 설계하는 데 주도적 역할을 했던 A씨는 “테스트베드 구축, R&D 기업에 대한 세제혜택 등 실효성 있는 대책이 담기지 않으면 세금으로 개발한 기술이 또다시 실험실 안에만 머무를 것”이라고 지적했다.
소재·부품 국산화를 위해선 지속적인 장기 투자가 필요하다는 게 업계의 주문이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10대 핵심 소재가 아직도 자립화에 성공하지 못했다는 것은 일본산 소재를 대체하는 데 10년 이상 걸릴 것이란 또 다른 방증”이라고 했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