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경제硏 수석국장…"日의 어떠한 수출 규제 조치도 파급 효과"
日 기업도 이미 타격…화학업체 생산 줄이고 화장품 업체도 압박
"日 무역 무기화, 공급사슬 효율성 희생시켜…세계 경제 장애물"
일본이 벌이고 있는 '무역의 무기화'가 수십 년간 구축해온 아시아태평양 지역 공급 사슬의 효율성을 희생시킬 것이란 지적이 나왔다.

한미경제연구소(KEI)의 트로이 스탱거론 수석 국장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한일 갈등과 그에 따른 수출 규제 조치들이 단기적으로는 관광 산업 등에 영향을 줄 것이라며 더 중요한 것은 장기적 영향이라고 말했다고 CNBC가 보도했다.

스탱거론은 장기적으로 무역의 무기화가 "아시아태평양 지역과 그 너머에 걸쳐 수십 년간 구축한 공급 사슬을 통해 확보한 효율성을 희생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는 글로벌 경제에 장애물이 될 것"이라며 일본의 어떤 수출 규제 조치도 전 세계적 파급 효과를 낳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스탱거론은 한일 갈등으로 단기적으로는 한국인의 일본 관광 분야가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봤다.

또 중기적으로는 신뢰 약화로 양자 간의 외국인직접투자(FDI)가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스탱거론은 또 반도체 제조에 많은 관심이 몰려 있지만 한국의 또 다른 핵심 수출 부문인 석유화학 산업에도 타격을 입힐 것이라고 지적했다.

CNBC는 또 이날 '보이콧 재팬'의 영향으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티웨이항공 등이 일본으로의 운항 중단, 노선 축소에 나선 것을 보도하며 "한일 간 갈등이 다양한 산업 영역에 영향을 끼치기 시작했고 심지어 글로벌 경제에도 손상을 줄 수 있다"고 보도했다.

일본의 자산관리 업체 위즈덤 트리 인베스트먼트의 수석고문 제스퍼 콜은 한일 갈등이 여러 산업 부문에서 양국 경제를 훼손할 것이라고 CNBC에 말했다.

그는 일본의 한 화학업체를 예로 들며 이 회사가 "10년간 한국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무척 노력했는데 이제 갑자기 사실상 보이콧을 당했고 급격히 생산을 줄이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소비자를 직접 상대하는 업종도 압박을 느끼기 시작하고 있다.

콜은 "일본 화장품 업체로서는 나쁜 소식"이라며 "이들은 지난 2년간 한국의 수요 증가 덕에 10% 이상의 판매 증가를 누렸는데 이제 한국 여성들의 '소비자 파업'을 느끼기 시작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관광, 항공, 식당, 명품 브랜드 상점 등도 고통을 느끼기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이런 가운데 격화하는 한일 갈등이 메모리 반도체의 생산 차질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진단도 나왔다.

CNBC는 '한일 갈등이 메모리 칩 가격에는 희소식일 수 있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투자자문사 스탠퍼드 C 번스타인의 수석 애널리스트 마크 뉴먼이 이같이 전망했다고 전했다.

뉴먼은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에 따라 삼성이 일본에서 수입해오던 모든 기술 부품과 소재의 대체 공급처를 찾아야 할 상황에 내몰릴 수 있다면서 설령 찾는다 하더라도 그에 대한 검증 과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새로 확보한 공급처가 삼성이 요구하는 품질 관리 기준을 충족하는 부품과 소재를 공급할 수 있는지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다.

뉴먼은 통상적으로 이 절차에 2∼3개월이 소요되고 이로 인해 삼성의 메모리 칩 재고가 줄어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몇 주간 생산이 감소할 가능성이 있고 이것이 현실화한다면 메모리 칩의 가격에는 상당히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러면서도 당장은 삼성이 생산을 계속할 충분한 재고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비상상황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앞서 로이터 통신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이런 일본의 수출 규제를 우회하기 위해 일본이 아닌 제3국의 공급처를 물색 중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CNBC는 "일본이 금주 중 한국을 전략물자 수출심사 우대국(백색국가)에서 제외하면 상황은 더 악화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