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교역 15년 퇴보…日 '내맘대로' 규제 나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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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공격 이어 경제전면전 선포…일본도 3위 흑자국 잃으며 자충수
'마이너스' 韓무역에 부담 불가피…미래산업 의도적 훼방 우려 한일 교역이 1965년 수교를 맺은 이후 54년 만에 최대위기를 맞았다.
양국은 수교 당시 2억달러로 시작해 매년 평균 12%의 성장세를 보이며 수출 기준 한국은 일본의 3위, 일본은 한국의 3위 무역국으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일본이 2일 각의(국무회의)를 열어 끝내 한국을 백색국가(우방국)에서 제외하는 일방적 조치를 단행하면서 오랜 기간 꾸준히 발전시켜온 한일 무역관계도 과거로 후퇴했다.
한국이 2004년부터 갖고 있던 백색국가 지위를 빼앗은 것으로 사실상 한일 교역관계가 15년 전으로 퇴보하는 셈이다.
한국이 일본의 백색국가에서 제외됨에 따라 다음 달 하순께부터 일본의 대(對)한국 수출이 대폭 까다로워진다.
일본은 전략물자를 수출할 때 정부의 허가를 받도록 하고 있다.
다만 전략물자 1천120개 품목 중 '비민감품목'으로 분류되는 857개는 백색국가에 한해 개별허가가 아닌 3년에 한 번만 허가를 받으면 되는 포괄허가를 받도록 일종의 혜택을 부여한다.
한국이 일본의 백색국가에서 제외됐다는 것은 이들 품목의 대한국 수출이 일본 정부의 결정에 따라 가능할 수도, 막힐 수도 있는 의미다.
여기에 비전략물자 중 대량살상무기(WMD)나 재래식 무기에 전용될 수 있다고 판단되는 품목은 일본 정부의 판단에 따라 개별허가 대상에 들어갈 수 있어 사실상 식품과 목재를 제외한 전산업이 영향을 받는다.
일본이 어떤 품목에 대해 어떤 식으로 규제에 나설지는 아직 알 수 없다.
현재로선 반도체 소재 3개 품목처럼 한국에 가장 충격을 줄 수 있는 품목을 골라 대한국 수출길을 가로막을 것으로 예상된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일본의 행동을 예단하기는 어렵지만, 특정품목을 포괄허가에서 개별허가로 바꾸는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일본은 지난 4일 고순도 불화수소(에칭가스),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리지스트 등 한국 주력산업인 반도체 공정에 필수적이면서도 대일 의존도가 높은 품목을 콕 집어 우선 규제한 바 있다.
이들 품목이 한국의 대일 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미미하지만, 일본산의 비중이 크게는 94%에 달해 첫 조치가 이뤄졌을 때 기업들이 받은 충격은 상당했다.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이 수출규제가 이뤄진 지 사흘만인 지난달 7일 일본으로 긴급 출장을 떠난 것만 봐도 그 파장이 상당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가 반영된 지난 7월 대일 수입은 지난해 같은 달 대비 9.4% 하락했다.
이번에는 한국 정부가 차세대 주력산업으로 키우는 전기차나 수소차를 겨냥해 자동차 등 제조업 전반에 쓰이는 공작기계, 수소차 연료탱크의 필수 소재인 탄소섬유 등을 타깃으로 삼을 수 있다.
지난해 공작기계를 제어하는 소프트웨어의 약 90%를 일본에서 수입했다.
전기차에 들어가는 배터리를 감싸는 파우치 필름이나 수소차 탱크에 필요한 탄소섬유 및 원료도 대부분 일본산이다.
일본은 민간용의 경우 신속하게 허가를 내줄 것이라고 했지만, 한국을 압박하는 수단이자 한국 미래산업을 견제하기 위한 용도로 규제를 휘두를 가능성이 있다.
미국이 중국의 부상을 견제하기 위해 중국과 무역분쟁을 고조시키고 중국의 첨단산업 육성정책인 '중국제조 2025' 전략과 중국의 대표 IT기업인 화웨이(華爲)를 타깃으로 삼고 있는 것을 연상시킨다.
현대경제연구원은 화학, 기계, 자동차부품, 비금속 등 48개 주요 수입품목의 지난해 대일 수입의존도가 90%를 넘는 것으로 분석했다.
그나마 대일 수입을 원활하게 하는 방법은 '특별일반포괄허가'가 허용된 자율준수프로그램인정기업(CP) 기업을 통해 거래하는 것이다.
CP기업과 거래하면 품목에 상관없이 특별일반포괄허가를 통해 기존 포괄허가 때와 비슷한 방법으로 일본산 제품을 사 올 수 있다.
하지만 이 역시 일본 정부가 CP기업 허가 권한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자의적 조치를 원천 차단하기는 쉽지 않다.
그렇다고 한국만 일방적으로 당하는 구조는 아니다.
일본은 수교 이후 한 번도 한국과의 교역에서 적자를 낸 적이 없다.
한국은 일본의 3위 수출국이자 흑자국이다.
일본 수출이 올해 들어 내리 내리막길을 걸은 상황에서 주요 무역국인 한국과의 수출입이 막히면 일본 또한 그만큼 피해를 볼 것이 자명한 상황이다.
세계 경제가 받는 타격도 불가피하다.
각국이 원자재와 중간재, 최종재를 수입·수출하며 촘촘한 글로벌 가치사슬을 형성하면서 무역분쟁이 당사국만의 문제가 아니게 됐기 때문이다.
미중 무역분쟁으로 미국과 중국은 물론 한국, 일본, 유럽연합(EU) 등 전 세계 무역이 모두 위축된 것이 이 같은 상황을 잘 보여준다.
김규판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선진경제실장은 "한국의 일본 의존도가 높은 만큼 일본 기업에도 한국은 중요한 고객"이라며 "한국에 부품·소재를 수출하는 기업은 물론 역으로 파나소닉·소니 등 한국 반도체 수입하는 기업도 타격을 받는다"고 지적했다.
또 "글로벌 가치사슬이 촘촘하게 연결된 만큼 정도의 차이일 뿐이지 모든 국가에 영향을 미친다"며 "중국조차도 이득을 본다고 말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마이너스' 韓무역에 부담 불가피…미래산업 의도적 훼방 우려 한일 교역이 1965년 수교를 맺은 이후 54년 만에 최대위기를 맞았다.
양국은 수교 당시 2억달러로 시작해 매년 평균 12%의 성장세를 보이며 수출 기준 한국은 일본의 3위, 일본은 한국의 3위 무역국으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일본이 2일 각의(국무회의)를 열어 끝내 한국을 백색국가(우방국)에서 제외하는 일방적 조치를 단행하면서 오랜 기간 꾸준히 발전시켜온 한일 무역관계도 과거로 후퇴했다.
한국이 2004년부터 갖고 있던 백색국가 지위를 빼앗은 것으로 사실상 한일 교역관계가 15년 전으로 퇴보하는 셈이다.
한국이 일본의 백색국가에서 제외됨에 따라 다음 달 하순께부터 일본의 대(對)한국 수출이 대폭 까다로워진다.
일본은 전략물자를 수출할 때 정부의 허가를 받도록 하고 있다.
다만 전략물자 1천120개 품목 중 '비민감품목'으로 분류되는 857개는 백색국가에 한해 개별허가가 아닌 3년에 한 번만 허가를 받으면 되는 포괄허가를 받도록 일종의 혜택을 부여한다.
한국이 일본의 백색국가에서 제외됐다는 것은 이들 품목의 대한국 수출이 일본 정부의 결정에 따라 가능할 수도, 막힐 수도 있는 의미다.
여기에 비전략물자 중 대량살상무기(WMD)나 재래식 무기에 전용될 수 있다고 판단되는 품목은 일본 정부의 판단에 따라 개별허가 대상에 들어갈 수 있어 사실상 식품과 목재를 제외한 전산업이 영향을 받는다.
일본이 어떤 품목에 대해 어떤 식으로 규제에 나설지는 아직 알 수 없다.
현재로선 반도체 소재 3개 품목처럼 한국에 가장 충격을 줄 수 있는 품목을 골라 대한국 수출길을 가로막을 것으로 예상된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일본의 행동을 예단하기는 어렵지만, 특정품목을 포괄허가에서 개별허가로 바꾸는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일본은 지난 4일 고순도 불화수소(에칭가스),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리지스트 등 한국 주력산업인 반도체 공정에 필수적이면서도 대일 의존도가 높은 품목을 콕 집어 우선 규제한 바 있다.
이들 품목이 한국의 대일 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미미하지만, 일본산의 비중이 크게는 94%에 달해 첫 조치가 이뤄졌을 때 기업들이 받은 충격은 상당했다.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이 수출규제가 이뤄진 지 사흘만인 지난달 7일 일본으로 긴급 출장을 떠난 것만 봐도 그 파장이 상당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가 반영된 지난 7월 대일 수입은 지난해 같은 달 대비 9.4% 하락했다.
이번에는 한국 정부가 차세대 주력산업으로 키우는 전기차나 수소차를 겨냥해 자동차 등 제조업 전반에 쓰이는 공작기계, 수소차 연료탱크의 필수 소재인 탄소섬유 등을 타깃으로 삼을 수 있다.
지난해 공작기계를 제어하는 소프트웨어의 약 90%를 일본에서 수입했다.
전기차에 들어가는 배터리를 감싸는 파우치 필름이나 수소차 탱크에 필요한 탄소섬유 및 원료도 대부분 일본산이다.
일본은 민간용의 경우 신속하게 허가를 내줄 것이라고 했지만, 한국을 압박하는 수단이자 한국 미래산업을 견제하기 위한 용도로 규제를 휘두를 가능성이 있다.
미국이 중국의 부상을 견제하기 위해 중국과 무역분쟁을 고조시키고 중국의 첨단산업 육성정책인 '중국제조 2025' 전략과 중국의 대표 IT기업인 화웨이(華爲)를 타깃으로 삼고 있는 것을 연상시킨다.
현대경제연구원은 화학, 기계, 자동차부품, 비금속 등 48개 주요 수입품목의 지난해 대일 수입의존도가 90%를 넘는 것으로 분석했다.
그나마 대일 수입을 원활하게 하는 방법은 '특별일반포괄허가'가 허용된 자율준수프로그램인정기업(CP) 기업을 통해 거래하는 것이다.
CP기업과 거래하면 품목에 상관없이 특별일반포괄허가를 통해 기존 포괄허가 때와 비슷한 방법으로 일본산 제품을 사 올 수 있다.
하지만 이 역시 일본 정부가 CP기업 허가 권한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자의적 조치를 원천 차단하기는 쉽지 않다.
그렇다고 한국만 일방적으로 당하는 구조는 아니다.
일본은 수교 이후 한 번도 한국과의 교역에서 적자를 낸 적이 없다.
한국은 일본의 3위 수출국이자 흑자국이다.
일본 수출이 올해 들어 내리 내리막길을 걸은 상황에서 주요 무역국인 한국과의 수출입이 막히면 일본 또한 그만큼 피해를 볼 것이 자명한 상황이다.
세계 경제가 받는 타격도 불가피하다.
각국이 원자재와 중간재, 최종재를 수입·수출하며 촘촘한 글로벌 가치사슬을 형성하면서 무역분쟁이 당사국만의 문제가 아니게 됐기 때문이다.
미중 무역분쟁으로 미국과 중국은 물론 한국, 일본, 유럽연합(EU) 등 전 세계 무역이 모두 위축된 것이 이 같은 상황을 잘 보여준다.
김규판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선진경제실장은 "한국의 일본 의존도가 높은 만큼 일본 기업에도 한국은 중요한 고객"이라며 "한국에 부품·소재를 수출하는 기업은 물론 역으로 파나소닉·소니 등 한국 반도체 수입하는 기업도 타격을 받는다"고 지적했다.
또 "글로벌 가치사슬이 촘촘하게 연결된 만큼 정도의 차이일 뿐이지 모든 국가에 영향을 미친다"며 "중국조차도 이득을 본다고 말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