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오전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일본 정부가 이날 각의(국무회의)에서 전략물자 수출 간소화 대상인 백색국가 명단(화이트 리스트)에서 한국을 제외하는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을 결정한 것과 관련한 뉴스를 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일 오전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일본 정부가 이날 각의(국무회의)에서 전략물자 수출 간소화 대상인 백색국가 명단(화이트 리스트)에서 한국을 제외하는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을 결정한 것과 관련한 뉴스를 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일본 정부가 2일 한국을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 수출절차 간소화 국가)에서 제외하는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을 의결하면서 농수산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일본이 한국 농수산품 최대 수출국인 만큼 현장에서는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는 있지만 "품질 경쟁력을 무기로 돌파하겠다"는 의지가 강한 분위기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일본은 한국 농수산품 1위 수출국이다. 지난해 대일(對日) 농산물 수출액은 13억2000만 달러(약 1조5577억원)로 우리나라 전체 농식품 수출액 69억3000만 달러(8조1718억원)의 19.1%에 해당했다. 뒤이어 중국 16.0%, 미국 11.6% 순이었다.

올해 상반기 국내 농수산식품 수출액은 42억7300만 달러(약 5조1006억원)로, 이 가운데 대일 농식품수출액은 6억9000만 달러(약 8240억원)에 달했다. 이 수치는 오히려 전년 대비 2.7% 증가한 수치다. 일본 수출 주요 품목은 김, 파프리카, 토마토, 김치, 굴, 광어 등이다.

강원도 화천군에서 토마토 농사를 짓는 한 농장주는 "일본은 이미 오래전부터 통관 절차를 까다롭게 해왔기 때문에 특별히 이번 조치로 우리 농가에 직접적인 피해가 발생하는 일은 없다"며 "오히려 이번 기회에 품질을 더 끌어올리고 관리를 철저히 해서 생산량과 단가를 높이는 등 동료들 사이에서도 한 번 해보자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업계는 일본에서 인기가 많은 한국산 김의 동향에 주시하고 있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대일 김 수출 규모는 2015년 129억원, 2016년 236억원, 2017년 434억원, 2018년 440억원으로 꾸준히 증가한 상황이다. 최근 분위기는 더욱 좋았다. 지난 5월 도쿄에서 열린 한국산 김 수출 상담회에서 출품 물량이 모두 팔리면서 592억원 어치 매출을 기록한 것. 이는 수출 상담회 사상 최대 실적으로 지난해 대일 김 수출 금액인 1400억원의 42.4%에 해당하는 규모를 수출 상담회 1회 만에 팔아치웠다.

김 제조업체 한 관계자는 "일본에서 한국산 김에 대한 신뢰는 절대적"이라면서 "일본에서 한국산 김에 대한 수요가 점점 늘고 있는데 수출 규제로 제때 물량이 공급되지 못할 경우 일본에서도 마땅한 대책이 없어 김에 대해 통관 절차를 까다롭게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소 김 업체는 일본의 이번 조치에 큰 영향이 없다는 반응이다. 김 수출업체 아리무역의 김용규 대표이사는 "외국에 김을 수출할 때 다른 나라에서는 운영하지 않는 수입허가 쿼터제를 일본만 유일하게 운영하고 있다"며 "일본의 행태가 잘못된 것이 비관세장벽으로 심사를 받아야 하는 그 자체가 무역에서 이야기할 때 공정한 룰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어 "김 수확은 12월부터 4월까지만 이뤄지고 지금은 수확철이 아닐뿐더러 러시아, 중앙아시아 등 다른 나라에서도 한국 김을 많이 수입한다"고 덧붙였다.

파프리카도 상황은 비슷하다. 업계에서는 일본이 파프리카에 대해 당장 전면 수입제한보다는 검역 등 비관세 장벽을 높일 것으로 보고 있다. 가령 농산물 수입 물량의 일부를 무작위로 선별·조사하는 지금의 '샘플링' 방식 검역이 전수 검사로 바뀔 수 있다는 것이다.

경남 진주에서 파프리카 농사와 유통에 종사하는 한 관계자도 일본 수출에 대한 영향이 크지 않다는 의견을 내놨다. 그는 "일본 수출 규제가 본격화된 7월은 파프리카 수확철도 아니고 요즘에는 국내에서 가격이 더 높기 때문에 일본 수출보다 내수에 집중하는 게 더 좋다"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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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지자체는 혹시 발생할지 모르는 피해에 대비하는 모습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달 '대일 농식품 수출 점검 회의'를 열고, 일본의 산업 소재 수출 통제에 따른 농식품 분야 대응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농식품부는 당시 "국내 농식품 수출에는 큰 영향이 없다"고 판단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앞으로도 일본의 한국산 농산물 수입규제 우려에 대해 지속적으로 시장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할 계획"이라며 "품목별로 예상 피해상황 분석 등을 통해 수출 통관지원, 국내 소비촉진과 수출시장 다변화 등 대비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상남도와 전라남도는 도내 농수산업계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긴급대책회의를 개최하고 수출 규제 피해 신고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제주도는 일본이 검역을 강화한 지난달 이후 아직까지 제주산 광어 수출량에 큰 변화는 나타나지 않았다고 밝혔다. 올해 6월 제주산 광어의 일본 수출량은 107t으로, 전월(110t)보다는 줄었지만 지난해 같은 기간(103t)보다는 증가했다.

해양수산부 관계자는 "일본 수입 수산물 검사 강화의 영향은 현재까지 크게 없는 것으로 파악되지만 수출량 변동 추이를 지켜보며 대비하고 사전 검사를 강화하는 등 품질관리에 더욱 힘쓰겠다"고 밝혔다.

전규원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일본은 지속적인 대한국 무역 흑자를 기록하고 있어서 한일 무역분쟁이 장기화될 가능성은 낮다"며 "일본 경제가 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고, 일본의 수출규제에 대한 타당한 논거가 부족하다는 점에서 한일 무역분쟁은 연말 즈음 해소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망했다.

김동환(안양대 글로벌경영학과 교수) 농식품신유통연구원장은 "일본이 우리 농수산품의 안전성을 문제 삼아 검사를 강화하고 통관 절차를 복잡하게 해 비관세장벽을 강화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화이트리스트는 전략 물자 위주이고 또한 농수산품에 대한 비관세장벽 강화가 구체화된 것이 아니다"며 "일본이 만약 농산물까지 건들면 파국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국제적인 분위기를 봐서라도 농수산품에 대해 적극적으로 나서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