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 작업자 3명이 숨진 서울 양천구 목동 빗물펌프장(신월 빗물저수배류시설) 사고 당시 시공사인 현대건설 직원들이 유일한 탈출문을 직접 막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 사고 원인이 총체적인 관리 부실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양천경찰서는 사고 후 현대건설 직원 등 관계자들이 터널 내에 작업자들이 있는 것을 알면서도 유일한 통로인 유지관리 수직구 방수문을 직접 닫았다는 진술을 확보했다고 2일 밝혔다. 이 통로는 사고 당시 작업자들이 드나들 수 있던 유일한 통로로, 안에서는 문을 열 수 없다.

이들은 “사고당한 사람들이 어떻게든 피했을 것으로 예상하고 문을 닫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터널에는 몸을 피할 공간이나 튜브 등 안전장비가 없었다.

현대건설 측은 수문이 열리면 물이 역류하는 것을 막기 위해 방수문을 닫는 게 일반적인 조치라고 말했다. 이들은 문을 닫고 수직 이동 바구니를 통해 다른 통로로 들어가 직접 구조활동을 하다 여의치 않자 뒤늦게 소방서에 신고한 것으로 드러났다.

양천구와 현대건설이 수문 제어실로 가는 출입문 비밀번호를 공유하지 않는 등 빗물펌프장 관계자들의 소통이 원활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왔다. 폭우로 지상 저류조 수문이 열려 터널로 물이 쏟아진다는 것이 예고됐을 때 현대건설 직원은 제어실로 갔으나, 비밀번호를 몰라 수문 개방을 막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안전사회시민연대 등 10개 시민단체는 현대건설 사장과 양천구청장, 서울시 도시기반시설본부장 등 사고 관계자들을 직무유기 및 직무유기에 의한 과실치사상 혐의로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고발했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