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공행진을 이어가던 미국 주식시장이 흔들리고 있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최근 기준금리를 내리면서 보수적인 금리정책 방향을 제시한 데 이어 미·중 무역분쟁도 재점화되며 시장이 흔들렸다.

최근 1주일 새 다우존스, S&P500, 나스닥 등 주요 지수가 2% 넘게 빠지면서 뒤늦게 미국 주식형펀드 투자에 나선 투자자들의 불안도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일시적으로 조정을 받더라도 기업 펀더멘털(기초체력)이 탄탄하고, 달러 강세도 이어지고 있어 미국 증시 매력은 전 세계에서 가장 크다”고 분석했다.
미국 펀드, 설마 꼭지?
미국 펀드로 몰리는 자금

2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최근 1주일간 미국 펀드로 30억원의 신규 자금이 유입됐다. 에프앤가이드가 분류하는 20개 지역별 펀드 가운데 가장 많은 금액이다. 일본의 수출규제 등으로 한국 경제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면서 그나마 안전한 시장으로 여겨지는 미국으로 투자가 몰리고 있다는 설명이다.

개별 펀드 중에서는 ‘삼성미국그로스’(25억원 순유입), ‘AB미국그로스’(24억원) 등 성장주에 투자하는 상품들이 특히 주목받았다. 삼성자산운용 관계자는 “미국 주요 지수가 많이 오르긴 했지만 혁신적인 기술개발, 기업이익 확대, 금리 인하 기대 등으로 여전히 투자 기회가 있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최근 수익률은 부진한 편이다. 올 들어 40개 미국 펀드의 평균 수익률은 21.99%에 달하지만, 최근 1주일 사이엔 -1.14%로 손실을 봤다. 제롬 파월 Fed 의장의 금리 인하가 장기적 흐름이 아니라고 한 발언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중국에 대한 추가 관세 부과 방침 언급 등으로 주식시장이 크게 흔들렸기 때문이다.

8300선을 넘어섰던 나스닥지수는 지난달 26일 이후 1일까지 2.63% 하락해 8100대 초반으로 떨어졌다. 같은 기간 다우지수와 S&P500지수도 각각 2.24%, 2.39% 하락했다.

10년 넘게 상승한 미국 시장의 고점 논란도 재점화되고 있다. 백찬규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2분기 기업 투자가 2016년 이후 처음 감소했고, 글로벌 무역분쟁 영향으로 수출입 실적이 부진한 것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적개선 추세 여전

“믿을 건 미국 증시뿐”이란 의견도 많다. 미국 기업 실적이 양호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는 게 첫 번째 근거다. 박석현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S&P500지수 구성 상장사 중 2분기에 깜짝 실적을 낸 곳의 비율은 75.8%로 지난 1분기와 비슷하며 직전 8개 분기 평균(74.9%)을 웃돈다”며 “중국과의 무역분쟁으로 기업이익이 감소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 벗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신증권에 따르면 S&P500지수에 포함된 기업들의 12개월 선행 주당순이익(EPS: 순이익/주식수)은 평균 173.8달러로 3개월 전(173.4달러)보다 0.3% 증가했다. 같은 기간 일본(-4.2%), 독일(-0.4%) 등 선진국과 브라질(-2.2%), 중국(-1.7%), 한국(-4.1%) 등 신흥국이 감소한 것과 대조적이다.

탄탄한 내수도 뒷받침되고 있다. 미국 상무부에 따르면 미국 경제활동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개인 소비지출은 2분기에 4.3% 늘었다. 지난 1분기 증가율(1.1%)을 크게 웃돌았다. “정보기술(IT)업종이 급격히 성장하면서 ‘고용 증가→임금 상승→소비 증가’라는 선순환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달러 강세도 이어지고 있다. Fed는 금리 인하가 장기적인 흐름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지만, 글로벌 경기 하강을 막기 위해 미국뿐 아니라 각국 정부가 잇따라 금리를 내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동호 리딩투자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경기 하강 국면에서 달러화는 안전지대의 성격을 갖게 될 것”이라며 “수익률과 안정성 측면에서 여전히 신흥국보다는 미국 시장이 우위”라고 설명했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