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이틀 새 14원90전 오르며 1200원 선 코앞까지 다가섰다. 미·중 무역분쟁이 다시 격화할 조짐을 보이는 데다 일본의 화이트리스트(수출절차 간소화 국가) 배제까지 확정되면서 안전자산인 달러 선호도가 높아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2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달러당 9원50전 오른(원화가치 하락) 1198원에 마감했다. 2017년 1월 9일(1208원30전) 후 2년7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이날 1196원에 출발한 환율은 오후 들어 상승폭을 키웠다.

원·달러 환율은 미·중 무역분쟁이 부각됐던 지난 5월에도 한때 달러당 1200원 선에 근접했다. 6월 중순 들어서는 안정을 되찾으며 1150~1170원까지 내려갔다. 하지만 지난달부터 이날까지 43원30전 오르면서 1200원 선을 다시 위협하고 있다. 원·엔 재정환율의 상승세는 더 가파르다. 이날 1118원95전을 기록하며 2016년 11월 9일(1123원71전) 후 처음으로 1100원 선을 넘어섰다.

원화가 달러 및 엔화와 비교해 약세를 보이는 것은 시장 불안감이 커졌기 때문이다. 글로벌 투자자들이 원화를 비롯한 신흥국 통화를 팔고 달러와 엔화 등 안전자산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대외 위험이 커져 글로벌 투자자들의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두드러질 것으로 보고 있다. 원·달러 환율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조만간 1200원 선을 돌파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민경원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일찌감치 우려했던 대외 리스크가 하나씩 현실화하면서 금융시장이 출렁이고 있다”며 “원·달러 환율은 단기적으로 1200원 선을 돌파해 1220원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원화 약세 흐름은 이달 말 한풀 꺾일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금융당국이 4000억달러 넘는 외환보유액을 바탕으로 환율 방어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서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달러당 1200원을 웃돌면 외환당국이 개입에 나설 수 있다”며 “당국 개입에 따라 상승폭이 줄면서 환율도 다시 안정을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