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화이트리스트(수출절차 간소화 국가)에서 제외되는 건 오는 28일부터다. 그때까지 8·15 광복절, 미국의 추가 중재,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갱신 등 한·일 관계를 좌우할 수 있는 변수들이 대기하고 있다. 4주가 채 남지 않은 시간이지만 파행으로 치닫고 있는 양국 관계의 국면 전환이 일어날 수 있을지 관심을 모은다.

파국이냐, 출구냐…28일 시행 前까지 韓·日관계 '분수령'
2일 일본 각의를 통과한 화이트리스트 제외 안건은 주무장관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서명을 거쳐 나루히토 일왕이 7일 공포한다. 이후 실무적인 절차를 거치고 세부 내용이 관보에 게재된 뒤 28일부터 시행된다. 현행 일본 헌법이 제정된 이래 일왕이 내각의 안건을 거부한 전례가 없으며 헌법상 권한도 없다.

하지만 최종 시행을 앞두고 양국이 대화를 모색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화이트리스트 쌍방 배제가 양국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적지 않은 데다 국제사회의 시선도 곱지 않기 때문이다. 우선 오는 15일 광복절이 첫 번째 변곡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 분위기에선 우리 정부가 강경 입장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되지만 물밑 대화가 진행될 경우 의외로 유화적 언급이 나올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24일로 예정된 GSOMIA 연장 시한도 분수령이다. 일본 정부는 갱신을 원하고 있다. 만약 한국이 갱신을 거부한다면 또 다른 외교 갈등으로 비화될 수 있지만 이것을 지렛대로 협상이 이뤄질 수도 있다.

가장 중요한 변수는 미국의 중재 노력이다. 만약 미국의 중재에 힘입어 한·일 양국이 합의를 도출한다면 한국을 다시 리스트에 포함하는 안건을 각의에 재상정할 가능성도 없지는 않다. 법적 요건은 갖췄기 때문에 정치적 결단만 있으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일본은 그동안 화이트리스트 지정 요건을 ‘대량파괴무기 등에 관한 조약에 가입하면서 수출 통제 체제에 모두 참여, 캐치 올 제도를 도입하는 나라’로 명시했다. 한국은 이 요건에 맞지만 이번에 일본이 리스트에서 제외했다.

임락근 기자 rkl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