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미란 씨(오른쪽)와 이기원 씨가 플라워트럭 앞에서 꽃을 들고 서 있다.
오미란 씨(오른쪽)와 이기원 씨가 플라워트럭 앞에서 꽃을 들고 서 있다.
대기업 7년차 직장인이던 오미란 씨(34)는 지난해 사표를 냈다. 꽃을 다루는 일을 하고 싶다는 꿈을 이루기 위해서다. 그는 회사를 그만둔 뒤 플로리스트 학원을 다녔다. 하지만 꽃 관련 일을 현장에서 체계적으로 배울 수 있는 곳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영세한 국내 화훼산업 특성상 가족 단위로 운영하는 꽃집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다 작년 9월 서울시에서 모집하는 플라워트럭 청년창업 프로그램을 알게 돼 신청했다.

오씨와 사내 연애를 하던 이기원 씨(33). 그는 꽃가루 알레르기 때문에 평소 꽃에는 관심이 없었다. 오씨와 연애할 때 꽃을 몇 번 선물하긴 했지만 꽃 이름도 제대로 구분하지 못했다. 상대적으로 키우기 쉬운 다육이도 금방 죽이곤 했다. 식물에 문외한이던 이씨는 플라워트럭을 하고 싶다는 오씨의 말에 뒤이어 사표를 냈다.

‘이동식 꽃집’인 플라워트럭은 신선한 아이디어 덕분에 사람들의 눈길을 끌었다. 각종 야외 행사장에 들어가기가 쉽고, 꽃을 운반하기도 편리해 다양한 꽃을 신선하게 판매할 수 있었다. 사업이 어느 정도 안정되면서 두 사람은 올해 11월 결혼하기로 약속했다. 사업 동반자에서 나아가 인생 동반자가 되기로 결정했다.

두 사람은 플라워트럭을 통해 꽃이 단순히 선물용이 아닌, 일상생활에서 즐길 수 있는 ‘액세서리’가 될 수 있음을 확인했다고 한다. 길을 걷다가 노점이나 길가 상점에서 마음에 드는 장식품을 구매하듯 꽃도 같은 방식으로 소비될 수 있다는 점을 현장에서 느꼈다는 설명이다. 집에 가다 우연히 잡화점에 들러 집이나 사무실을 꾸미는 용품을 사는 것과도 비슷하다. 거리에서 만나는 플라워트럭이 꽃을 자연스럽게 소비하는 통로가 될 것으로 두 사람은 전망했다.

오씨는 “캐릭터용품과 액자를 집 또는 사무실에 걸어놓듯 꽃도 비슷한 기능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오씨의 이 같은 생각은 회사 다닐 때 사무실에 종종 놔두던 꽃이 팀 내 분위기를 바꿨던 경험에서 비롯됐다. 꽃가루 알레르기는 극복했느냐는 질문에 이씨는 “약도 먹고 꽃과 매일 생활하니 알레르기가 나아졌다”고 웃으며 말했다. 이씨는 “오랫동안 정체됐던 꽃산업은 이제 관련 벤처기업이 생겨나는 등 변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며 “앞으로 ‘플라워트럭 프랜차이즈’를 운영하고 싶다”고 말했다.

FARM 김형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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