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 전기설비업체 대표인 정문영 씨(43·사진)는 서른세 살 때 강원 고성군에 있는 아파트 한 채를 구입했다. 해수욕장 인근 단지의 11층이었다. 그는 중개업소를 처음 방문한 자리에서 바로 구입을 결정했다. 인근 속초에서 군 복무할 때부터 전원생활을 꿈꿔왔다. 10월로 접어들자 아차 싶었다. 기온이 갑자기 떨어지면서 야외 활동이 어려워졌다. 아파트 층간 소음 때문에 아들에게 조용히 걸어다니라고 다그쳐야 했다.

정씨는 그러나 전원생활의 꿈을 포기할 수 없었다. 강원도 아파트를 팔고 1년6개월간 새로운 곳을 찾아다녔다. 특히 충남지역 곳곳을 누비고 다닌 끝에 서천군에서 그가 원하던 바닷가 근처의 땅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이곳에서 5년째 주말마다 전원생활을 즐기고 있는 그는 이제 국내 대표적인 전원생활 유튜버가 됐다. 2017년 3월 ‘바닷가 전원주택’이란 이름으로 시작한 그의 유튜브 구독자는 7만5000명을 넘어섰다. 동영상 수도 143개(2일 현재)에 이른다. ‘건축주가 사기 안 당하는 방법’ 등 전원생활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실제로 필요한 내용을 담는다. 지난달엔 이 콘텐츠를 모아 <전원주택 짓고 즐기며 삽니다>라는 책도 냈다.

정씨는 “전원생활을 희망하는 사람 대부분이 땅 위치와 집값만 생각한다”며 “그러나 진짜 중요한 건 뭘 하면서 놀지를 정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강연을 나가면 청중에게 전원주택을 짓고 무엇을 하고 싶으냐고 꼭 물어보는데 청중 대부분은 텃밭 조금 가꾸면서 유유자적하고 싶다고 답한다”고 전했다. 정씨는 “10년 동안 아무 것도 안 하고 지낼 수 있느냐고 다시 물어보면 아무도 대답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정씨는 땅값, 토목 공사비, 세금, 건축비까지 총 3억7000만원으로 주택을 지었다. 그는 집을 처음 소개하면서 “집 외관에는 큰돈을 들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집을 짓는 것은 전원생활의 끝이 아니라 시작이기 때문에 놀거리에 돈을 쓰라는 게 그의 조언이다. 정씨는 “전원생활로 즐길 수 있는 콘텐츠를 100가지 작성해 보라”며 “이에 맞춰 땅을 찾아야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정씨는 강원도에서의 실패를 바탕으로 전원생활 기준을 세웠다. 사계절 모두 바다를 즐길 수 있는 지역을 고르는 게 첫 번째였다. 동해를 떠나 서해로 간 이유다. 보기만 하는 바다가 아니라 체험이 가능한 곳을 찾았다.

주말마다 ‘전원남(男)’으로 변신하는 그의 콘셉트는 ‘개고생’이다. 남들은 하나만 해도 지칠 만한 전원생활 속 작업을 연이어 해낸다. 1~2년가량 장기 프로젝트로 10㎡짜리 찜질방 공사를 구상하고 있다. 원두막으로 바다 전망대를 만들 거라며 틀만 세워둔 자리를 보여주기도 했다. 벽돌로 막아 놓은 직사각형 공간에 흙을 담아 식물을 키우는 쿠바식 텃밭도 본격 가동하기 시작했다. 정자로 가는 길을 오솔길처럼 꾸미는 작업도 할 예정이다.

정씨는 이렇게 ‘작업의 재미’에 빠져 있다. 피자, 고기 등 음식을 굽는 화덕은 벌써 여섯 개나 제작했다. 주말마다 전원주택에 내려가 작업해 꼬박 두 달이 걸렸다. 화덕을 위한 내화 벽돌을 찾는 것부터가 그에겐 재미였다.

또 다른 재미는 바다에 있었다. 그는 “서해에서는 잡는 재미, 먹는 재미, 보는 재미 세 가지를 모두 즐길 수 있다”고 했다.

전원생활 5년차. 그는 스스로 놀랄 정도로 성격이 바뀌었다고 했다. “예정엔 목표 지향적이었어요. 누가 좋은 차를 사고, 좋은 집을 샀다고 하면 사실 배도 아팠죠.” 암이 발견돼 체중이 10㎏ 줄기도 했지만 지금은 건강을 되찾았다. 정씨는 “주말마다 전원생활을 즐기고 나서 욕심이 거의 사라졌다”며 “삶이 단단해졌다”고 말했다.

서천=FARM 김형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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