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별 주택담보대출 추이 갈려…국민·신한↓ vs 우리·농협·하나↑

주요 은행권의 가계대출이 올해 들어 처음으로 전월 대비 4조원 넘게 증가했다.

하지만 일부 은행에서는 내년에 신(新) 예대율 시행을 앞두고 주택담보대출을 줄이고 있어 은행별로 온도 차가 컸다.

4일 업계에 따르면 KB국민·신한·우리·KEB하나·NH농협은행의 7월말 가계대출 잔액은 591조8천182억원으로 전월보다 4조5천651억원 증가했다.

이들 5개 은행의 가계대출이 전월 대비로 4조원 이상 늘어난 것은 지난해 12월(4조161억원) 이후 처음이다.

연초 주춤했던 가계대출 증가세는 4월부터 강화되는 추세였다.

전월 대비 가계대출 증가액은 3월 2조2천628억원에서 4월 3조3천779억원으로 확대된 이후 5월 3조9천252억원, 6월 3조7천743억원으로 3조원 후반대를 유지하다가 전달에 4조원을 돌파했다.

특히 가계대출의 핵심인 주택담보대출 증가폭이 6월에 3조281억원으로 올해 들어 가장 큰 폭의 증가세를 보인 데 이어 7월엔 3조3천423억원으로 기록을 경신했다.

전세자금 수요가 꾸준한 가운데 신규 아파트 입주 관련 잔금대출 수요가 늘면서 주택담보대출 증가세가 이어졌다.

전국 아파트 입주 물량이 5월 2만4천호에서 6월 4만5천호로 급등한 데 이어 7월엔 3만2천호를 기록했다.

하지만 주택담보대출 추이는 은행별로 엇갈린다.

국민은행은 7월에 주택담보대출이 전달 대비로 3천226억원, 신한은행은 1천395억원 각각 감소했다.

국민은행은 3개월째 감소세를 이어왔고, 신한은행은 올해 들어 처음으로 감소세로 돌아섰다.

특히 국민은행은 예대율 관리 차원에서 주택담보대출에 소극적으로 대응하는 것으로 시장에서 평가하고 있다.

6월말 현재 예대율을 보면 국민은행이 97.7%로, 하나은행(97.3%), 신한은행(97.0%), 우리은행(96.9%) 등 다른 시중은행보다 높은 편이다.

신 예대율이 시행되는 내년이 더 문제다.

신 예대율에서는 가계대출에 가중치를 두기 때문에 가계대출이 많을수록 예대율이 현재보다 더 오른다.

국민은행이 자체 시뮬레이션을 한 결과 신 예대율 체제에서 예대율이 금융당국 규제 기준인 100%를 넘는 것으로 나왔다.

주요 은행 중에 가계대출 잔액이 가장 많은 국민은행으로서는 예대율을 규제 비율 이하로 낮추기 위해 가계대출 비중을 줄일 수밖에 없는 처지인 셈이다.

실제 국민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4월 106조3천281억원에서 7월 105조4천858억원으로 3개월 사이 8천423억원 감소했다.

최근 금리 인하 추세에도 국민은행이 대출금리를 상대적으로 높게 유지한 점도 이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대출자들이 주로 선택하는 주택담보대출 고정(혼합형) 금리를 보면 최고금리 기준으로 국민은행이 3.77%로, 신한은행(3.66%)이나 우리은행(3.50%)보다 높다.

신한은행은 대출금리 관련 금융당국의 경고를 받고서 주택담보대출 영업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아 7월에 감소세로 돌아선 것으로 알려졌다.

두 은행의 이런 행보로 나머지 은행의 주택담보대출이 많이 증가했다.

우리은행이 1조4천798억원, 농협은행이 1조3천300억원, 하나은행이 9천946억원 전달 대비로 늘었다.

우리은행 수치엔 특이한 사정이 있긴 했다.

주택도시기금의 기금이 고갈돼 해당 대출이 시중은행에서 이차보전 형태로 나가면서 통계상 은행의 주택담보대출로 잡혔다.

이렇게 우리은행의 주택담보대출로 계산된 규모가 2천500억원가량이다.

이를 제외하면 농협은행이 7월에 주택담보대출이 가장 많이 증가했다.

특히 농협은행은 올해 들어 주택담보대출 증가세가 가파르다.

전월 대비 증가액은 4월 1조2천9억원, 5월 1조1천299억원, 6월 1조3천454억원에 이어 7월까지 4개월 연속 1조원대를 보였다.

이에 따라 전체 주택담보대출 잔액이 72조9천5억원으로 주요 은행 중 가장 적지만 신한은행(73조8천319억원)을 거의 따라잡았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8월에도 입주 물량이 적지 않아 주택담보대출 증가세는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