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키는 것도 투자…인버스ETF 등 하락場 대안"
“지키는 것도 투자입니다. 시장 흐름이 안 좋을 때 잘 방어해야 나중에 증시가 반전할 때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습니다.”

이경민 대신증권 투자전략팀장(41·사진)은 최근 투자자들에게 강조하는 투자전략이 무엇인지를 묻는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다. 이 팀장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2019년 주식시장이 약세를 보일 것이라고 말했는데, 이를 불편해하는 사람이 적지 않았다”며 “돈을 잃을 수도 있다는 얘기를 투자자들이 듣고 싶어 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투자를 잘하려면 조정 가능성을 냉정하게 예상하고, 방어전략을 치밀하게 짜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팀장은 2004년 신영증권에서 애널리스트 생활을 처음 시작했다. 우리투자증권(현 NH투자증권) 등을 거쳐 2013년 대신증권에 입사했다. 2013년 한국은행 총재 대외 포상(주식 시황 부문)을 받았다.

지난해 대다수 애널리스트가 올해 증시전망을 ‘상저하고’로 예측할 때 이 팀장은 거의 유일하게 ‘상고하저’를 전망했다. 결과적으로 이 팀장의 전망이 들어맞는 것으로 흘러가면서 최근 증권가에서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이 팀장은 “올해 증시가 상저하고로 흐를 것이란 전망이 많았던 건 지난해 주식시장 낙폭이 커 올해 하반기쯤에는 올라가지 않겠냐는 막연한 기대가 있었기 때문”이라며 “하지만 상황을 냉정하게 뜯어보면 증시가 2019년 하반기에 반전될 여지는 많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 상반기에는 작년 4분기의 급락에 따른 일시적 반등을 할 수 있어도 증시 펀더멘털(기초체력)이 이를 연중 내내 지탱할 수 없을 것으로 봐 상고하저를 예상했다”고 설명했다.

이 팀장은 “최근 증시가 안 좋지만 돈이 아직 안전자산 쪽으로 충분히 이동한 건 아니다”고 했다. 그는 “아직 투자자들 사이에는 현재와 같은 정도의 기대 수익과 위험을 유지하는 선에서 어떤 종목과 상품이 좋은지 살피겠다는 경향이 강하다”며 “주식시장 안에서 종목을 갈아타면서 대응하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요즘과 같이 불안한 장세에서 좋은 투자전략은 뭘까. 이 팀장은 “금 달러 채권 등 안전자산의 비중을 늘리면서 약세장에서 수익을 볼 수 있는 인버스 상장지수펀드(ETF)에 투자하는 걸 추천한다”며 “금융투자상품의 종류가 매우 다양해졌기 때문에 하락장에서도 충분히 수익을 볼 수 있는 기회가 열려 있다”고 말했다. 인버스 ETF는 기초자산이 하락할 경우 하락률만큼 수익이 나도록 설계된 상품이다.

개별 업종 전망에 대해선 “제약·바이오주는 그동안 워낙 고평가를 받았기 때문에 지금이라도 빠져나오는 게 좋다”고 강조했다. “신약 개발 성공에 대한 기대가 현실화되는 시점이 되면서 조만간 옥석 가리기 과정을 거칠 텐데, 이 과정이 지나고 난 뒤 투자하는 게 좋을 것”이라고 했다. 최근 급증하고 있는 해외주식 직접 투자에 대해서는 “한국 투자자는 워낙 한국 주식 투자 비중이 높았기 때문에 해외 비중을 늘리는 건 바람직하다”며 “다만 해외 쪽도 하반기에는 변동폭이 커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증시 반등 시점은 언제일까. 이 팀장은 “내년 미국 대통령 선거가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전망했다. 그는 “대선이 다가오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경기부양책을 강하게 쓸 가능성이 있다”며 “글로벌 무역분쟁도 다소 진정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팀장은 “한국은 반도체 업황이 좋아진다는 신호가 나오면 경기가 빠르게 회복될 것”이라며 “이르면 올해 하반기, 늦어도 내년 상반기에는 이런 신호가 감지될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지나친 낙관주의는 금물이라고 이 팀장은 선을 그었다. 그는 “이런 전망이 현실화되더라도 이는 경기가 좋아진다기보다는 더 나빠지지 않기 때문이라고 보는 게 정확하다”며 “미국 경제성장률(GDP)이 높다고는 하지만 연 3% 정도이고 중국의 6%대 성장률도 곧 깨질 것”이라고 말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