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룩스 前 주한미군사령관 "공유 정보 제한하더라도 '지소미아' 파기해선 안된다"
빈센트 브룩스 전 주한미군사령관(사진)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을 파기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공유하는 정보를 제한한다고 하더라도 소통 채널을 파괴하는 것은 지혜롭지 않다”고 주장했다.

브룩스 전 사령관은 미국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지난 2일 워싱턴DC에서 개최한 포럼에 참석해 “(한·일) 군 지도부가 소통을 계속해 지소미아 같은 채널을 잃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 분명히 하고 싶다”며 이렇게 말했다. 앞서 김현종 국가안보실 2차장은 일본의 한국에 대한 화이트리스트(수출절차 간소화 국가) 배제 조치 이후 브리핑에서 지소미아 연장 거부 가능성을 거론했다. 지소미아는 1년 단위로 자동 연장되는데, 90일 전 어느 쪽이라도 파기 의사를 서면 통보하면 종료된다. 이달 24일이 연장 여부를 결정할 시한이다.

브룩스 전 사령관은 “공유 정보를 제한한다고 하더라도 소통 채널을 파괴하는 일을 보게 되지 않길 바란다”며 “(한·일 갈등은) 아주 깊은 문제다. 미국은 문제의 본질을 이해해야 하고 두 나라가 고통스러운 기억을 헤쳐나가는 걸 도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러시아 군용기의 한국 영공 침범 사건에 대해서도 “러시아가 고의적으로 (한·일) 두 나라의 마찰을 이용한 것”이라며 “그들(한·일)이 협력할 수 없으면 미·일의 ‘코너스톤(cornerstone·주춧돌)’ 동맹과 한·미의 ‘린치핀(linchpin·핵심축)’ 동맹에서 심각한 결과를 보게 된다”고 지적했다.

데니스 블레어 전 미 국가정보국(DNI) 국장도 “한국과 일본 간 군사정보 교환 채널을 없애버리는 것은 끔찍한 실수”라며 “우리는 그것(폐기)에 대해 조금 더 공개적으로 반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블레어 전 국장은 “우리는 한국이 그 협정을 끝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협정 폐기에 반대하는 일이 미국이 할 수 있는 역할”이라고 말했다.

마이클 뮬런 전 미국 합참의장은 “일본이 감정적 단계로 진입했고 그런 단계에서는 좋은 것이 나올 수 없다”며 “일본은 과민반응하지 말고 그들(한국)에게 (이를 헤쳐나갈) 시간과 공간을 줘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일이 의미 있고 건설적인 협상을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지점으로 가급적 빨리 도달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뮬런 전 합참의장은 한·일 갈등으로 중국이 이득을 볼 가능성을 지적하면서 일본에서 ‘한국 피로’를 느끼고 있다고도 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