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車 등으로 규제 확대되자
비용 감수하며 재고 확보 나서
부품 수급 입찰 공고도 앞당겨
4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최근 일본의 소재·부품 공급사와 일본 업체로부터 제품을 들여오는 한국 내 협력사들에 “‘안전 재고’를 충분히 확보해달라”는 공문을 전달했다. 안전 재고는 급격한 수급 변동에 따른 생산 차질을 막기 위해 업체들이 미리 확보해 놓는 적정 재고를 말한다. LG전자 측은 “한국과 일본 간 경제 갈등이 장기화할 전망인 만큼 주요 소재 및 부품 공급이 안정적으로 이뤄질 수 있는 방안을 함께 고민해보자”고 협력사들에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LG전자의 스마트폰 사업부문은 전기를 저장했다가 필요할 때 반도체에 공급하는 적층세라믹커패시터(MLCC), 무선통신에 사용되는 라디오 주파수(RF) 부품 등을 일본 업체에 대부분 의존하고 있다.
삼성전자 IM(IT모바일), CE(소비자가전)부문은 이미 지난달 협력사에 공문을 보내 “일본산 소재·부품을 최소 90일치 이상 확보해달라”고 했다. 삼성전자 측은 “재고가 모두 소진되지 않을 경우 비용을 모두 부담하겠다”고도 했다.
국내 기업들은 주요 부품 확보를 위한 입찰 공고도 앞당기고 있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각종 전자기기의 핵심 부품인 MLCC는 일본 정부가 관리하는 전략물자 명단에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지만 만약을 대비해 재고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보통 납품받기 6주 전에 입찰 공고를 내는데, 최근의 불확실성을 고려해 입찰 시기를 앞당긴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글로벌 MLCC 시장은 무라타(34%), 다이요 유덴(14%), TDK(11%) 등 일본 업체들이 장악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스마트폰 한 대에 약 1000개, 전기자동차에는 약 1만5000개의 MLCC가 들어간다.
배터리·자동차업계는 일본 의존도가 절대적인 파우치(배터리셀을 감싸는 소재)와 탄소섬유의 국산화에 나섰다. 다만 까다로운 안전 및 품질 기준 때문에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는 가늠하기 쉽지 않다는 게 업계의 고민이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