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최초의 벤처기업 창업자로 꼽히는 이민화 KAIST 케이스쿨(K-School) 겸임교수가 지난 3일 별세했다. 향년 66세. 사인은 부정맥으로 알려졌다. 이 교수는 창조경제연구회(KCERN) 이사장을 맡아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대응법을 찾기 위해 정부에 쓴소리를 아끼지 않는 등 적극적인 사회 활동을 해왔다.
지난 6월 한국경제신문사가 연 ‘대구 스케일업 콘퍼런스 2019’에서 기조연설하고있는 이민화 KAIST 교수.  한경 DB
지난 6월 한국경제신문사가 연 ‘대구 스케일업 콘퍼런스 2019’에서 기조연설하고있는 이민화 KAIST 교수. 한경 DB
1953년 대구에서 태어난 이 교수는 서울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한 뒤 KAIST에서 공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벤처’라는 단어조차 생소했던 1985년에 초음파 진단기를 개발한 의료기기업체 메디슨을 창업하면서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벤처업계 1세대 기업인 메디슨은 이후 삼성전자에 인수돼 사명을 삼성메디슨으로 바꿨다.

이 교수는 1995년엔 벤처 시장의 경영 개선을 위해 벤처기업협회를 설립하고 초대 회장을 지냈다. 이후 벤처협회 명예회장직을 맡아 왔다. 아울러 벤처기업 자금 조달을 위해 1996년 코스닥 설립을 추진하기도 했다. 한국의료용구협동조합 이사장, 한국기술거래소 이사장, 한국디지털병원사업수출협동조합 이사장, 창조경제연구회 이사장 등을 지냈다.

고인은 지식재산(IP) 분야 발전에도 헌신해 왔다. KAIST IP 영재기업인교육원에서 청소년들의 특허 출원 동기부여와 창업 노하우를 전수하는 데 앞장섰다.

최근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처하기 위한 정부의 역할을 강조하며 다양한 제언을 해 왔다. 지난 6월 한국경제신문사가 대구에서 개최한 ‘대구 스케일업 콘퍼런스 2019’에선 기조연설을 통해 규제 개혁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물리적으로 시장 확대가 어려운 한국은 규제 개혁이 중요하다”며 “인공지능(AI), 클라우드 기술을 활용하기 위한 개인정보와 빅데이터 규제를 걷어내는 일이 시급하다”고 했다.

청년정책학교를 열어 관련 업계에 반향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뜻 있는 청년 30명을 선발해 석 달간 교육하고 다양한 정책 대안을 찾기 위해 노력해 왔다. 그는 “세계는 4차 산업혁명을 향해 달려가는데 한국은 2차 산업혁명의 패러다임에 갇혀 있다”며 “정책 중심의 정치 혁신이 한국의 미래를 여는 길”이라고 지적했다.

빈소는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장례는 벤처기업협회장으로 진행되며 발인은 6일, 장지는 에덴추모공원이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