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克日을 위한 첫 단추 다시 끼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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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한 日
경제적 실리 챙기면서
아시아 패권 노리는 건 아닌가
'强 대 强'으로 맞대응하는 정부
경제적 고립에, 자주외교도 후퇴
反日감정만 이용해선 안돼
최원목 <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경제적 실리 챙기면서
아시아 패권 노리는 건 아닌가
'强 대 强'으로 맞대응하는 정부
경제적 고립에, 자주외교도 후퇴
反日감정만 이용해선 안돼
최원목 <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시론] 克日을 위한 첫 단추 다시 끼우기](https://img.hankyung.com/photo/201908/07.15392489.1.jpg)
우리는 어떤 명분과 실리를 챙기고 있나? 첫 단추를 잘못 끼우고 옷을 입는 사람은 처음엔 문제의 심각성을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단추를 내리 끼워갈수록 뭔가 이상하고 어색하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그래도 고집을 피워 계속 진행하면 온몸이 답답해지고 추한 모습만 드러나게 된다.
그다음 단추는 일본 때리기를 가속화한 청와대가 그대로 내리 끼웠다. 일본 당국자들이 무역보복을 공언하면서 한·일 경제전쟁의 기류가 본격화됐지만, 우리 정부는 오히려 판결의 강제집행 과정을 정치적으로 뒷받침했다. 한국 구축함의 일본 초계기 사격용 레이더 겨냥 논란까지 겹친 상황에서 후쿠시마 수산물 세계무역기구(WTO) 분쟁 승소 업적을 대대적으로 찬양하면서 유례없는 재난을 당한 일본인들의 상처를 불필요하게 자극한 측면도 있다. 이제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제외 조치에 정면 대응해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폐기까지 거론하고 있다. 그다음은 서로 기본관계협정을 무시하며 외교관계, 국교 단절까지 가자는 것인가.
다급한 쪽은 글로벌 선진 한국의 몸뚱이에는 맞지 않는 뒤틀린 옷이 입혀지고 있는 한국이다. 각종 필수 산업소재 조달 문제가 발생함은 물론, 미·일동맹과 동남아·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경제동맹 축에서 공히 주도적 역할을 하는 일본의 공공연한 반대(미국의 묵시적 지원)에 직면하면 아시아태평양지역 경제협력체제로부터 순식간에 고립될 수 있다. 앞으로 우리의 대외 외교·경제 관계에서 마치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태가 일본 경제에 미친 영향만큼이나 수십 년간 복원해야 하는 악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국제중재 회부를 수용하는 대가로 경제보복을 철회하라는 제안을 일본 측에 해야 마땅하다. 진정한 극일(克日)을 위한 몸 만들기는 잘못 끼운 첫 단추부터 다시 끼우는 데서 시작된다. 그래도 이 뒤틀린 전투복을 그대로 끝까지 입고 경제전쟁터로 나서라고 국민에게 명령한다면, 그동안 부풀려진 반일감정 말고 도대체 무엇 때문에 그래야 하는지 청와대가 밝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