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기업들이 미국 등에서 판로를 개척할 때 ‘불의의 일격’을 받곤 하는데 대표적인 이유가 지식재산권(IP)이다. 물건 좀 팔아보겠다고 나서면 해당 국가의 ‘터줏대감’ 업체가 자신들의 특허를 침해했다며 발목을 잡기 일쑤다.
곽재우(왼쪽부터), 전정현, 김태형, 권영모, 박환성, 남아현 광장 변호사.    /법무법인 광장  제공
곽재우(왼쪽부터), 전정현, 김태형, 권영모, 박환성, 남아현 광장 변호사. /법무법인 광장 제공
게다가 미국에는 디스커버리(증거개시제도) 절차까지 있다. 특허를 침해당했다고 하는 회사가 상대방에게 소송에 필요한 증거를 내놓도록 하는 제도다. 시장 개척에 매진해도 시원찮을 판국에 특허 소송까지 제기되면 당황할 수밖에 없다.

법무법인 광장이 국제IP분쟁팀을 운영하며 한국 기업들의 해외 특허 소송에 깊숙이 개입하게 된 배경이다. 광장 국제IP분쟁팀의 역사는 2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국내 최초로 나일론 타이어코드(타이어에 들어가는 보강재)를 개발한 효성그룹이 1999년 글로벌 시장점유율 1위의 미국 기업 하니웰과 특허분쟁을 벌였을 때 소송에 참여했다. 효성그룹은 하니웰에 맞선 소송전에서 독자기술을 인정받았고 세계 1위 타이어코드 기업으로 올라섰다.

광장은 효성그룹의 타이어코드 사건 외에 유전자공학과 제약, 화학, 전기·전자 등의 산업 분야에서 30여 건의 국제IP분쟁 사건을 처리했다. 광장은 한국 기업에 생소한 미국 디스커버리제도 대응 부분에서 상당한 경쟁력을 갖췄다고 자평한다. 박환성 광장 변호사는 “소송을 제기하는 기업에 어떤 정보를 건네줘야 하는지를 정확히 판단해, 제공할 법적 의무가 있는 문서만 주는 게 매우 중요하다”며 “수십만 쪽 이상의 문서를 넘겨야 하는 사례도 많아 자칫 경영 리스크가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박 변호사는 “사건이 들어오면 소송전을 치르는 게 맞는지, 합의를 보는 게 나은지부터 따져본다”며 “해외 로펌과 네트워크를 형성해 종합적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해외 소송 경험이 없는 기업은 해외에서 특허 침해 소송을 당했을 때 현지 로펌을 곧장 선임하기보다 해외 소송 경험이 많은 한국의 로펌을 통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한국의 대형 로펌들은 잦은 해외 소송 과정에서 여러 해외 로펌과 긴밀한 관계를 형성하고 있어 현지 로펌들로부터 ‘단골 손님’처럼 법률 서비스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라는 얘기다.

광장은 한국 기업의 기술력이 좋아지면서 피고에서 원고로 공세를 전환하는 데 주목하고 있다. 광장은 국내 기업이 특허를 침해당했다고 시작한 사건에서 전략을 총괄하고 현지 로펌을 지휘하는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광장 국제IP분쟁팀은 서울대 화학공학과를 졸업하고 30년 이상 IP분쟁 사건을 담당한 권영모 변호사, 미국 로펌과 삼성전자 등에서 대형 사건을 처리한 김태형 변호사, 국내 처음으로 미국 소송에 대비한 디스커버리팀을 구성한 박환성 변호사 등이 이끌고 있다. 권영모 변호사는 “국제IP분쟁팀에서 일하는 100여 명의 변호사 가운데 절반 정도가 이공계 출신”이라며 “특허 침해의 논점을 쉽게 이해하고 법정에서 판사들이 궁금한 점을 물어볼 때도 즉각적으로 대응이 가능한 경우가 많아 의뢰 기업의 만족도가 높다”고 말했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