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애 처음 외국 대회 출전해 브리티시오픈 '깜짝 우승'
'엉뚱한 신데렐라' 시부노, 생글생글 웃으며 메이저 제패
시부노 히나코(21·일본)가 자신의 별명 '스마일 신데렐라'처럼 메이저 대회에서 '신데렐라 스토리'를 써 내려갔다.

시부노는 4일(현지시간) 영국 잉글랜드의 밀턴킨스에서 열린 시즌 마지막 메이저 대회 AIG 여자 브리티시오픈 골프대회(총상금 450만달러)에서 최종합계 18언더파 270타로 우승했다.

올해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투어 신인인 그는 지난해 프로 테스트를 통과했고 5월 일본 메이저 대회인 살롱파스컵에서 우승하기 전까지 일본 내에서도 잘 알려지지 않은 선수였다.

이번 시즌 살롱파스컵을 포함해 JLPGA 투어에서 2승을 따내 상금 랭킹 2위 자격으로 이번 대회에 나온 시부노는 외국 대회 출전 경험도 이번이 처음이었다.

3라운드까지 2타 차 선두를 달린 시부노를 일본 팬들이 부르는 별명은 '스마일 신데렐라'다.

JLPGA 투어에 입문하자마자 처음 출전한 메이저 대회 살롱파스컵에서 정상에 오른 시부노가 경기 도중 잘 웃는다고 해서 붙은 애칭이다.

그런 그가 '골프의 본고장'으로 불리는 영국에서 열린 메이저 대회에 처음 출전해 우승할 것이라고 예상한 이는 거의 없었다.

4라운드 초반인 3번 홀(파4)에서 더블보기를 적어내며 2타 차 리드를 순식간에 잃자 '역시 경험 없는 선수의 한계'라는 수군거림이 터져 나왔다.

하지만 시부노는 흔들리지 않고 5, 7번 홀 버디로 만회하며 선두 경쟁에서 버텨냈다.

세계 랭킹 1위이자 올해에만 메이저 2승을 따낸 고진영(24)이 한때 공동 선두까지 치고 나왔고 박성현(26), 모건 프레슬(미국) 등 쟁쟁한 선수들이 상위권을 위협했지만 시부노는 방글방글 웃는 얼굴로 이동할 때마다 갤러리들과 하이파이브를 해댔다.
'엉뚱한 신데렐라' 시부노, 생글생글 웃으며 메이저 제패
특히 시부노는 자정이 되면 마법이 풀리는 신데렐라와는 달리 이번 대회에서 후반에 강한 면모를 보였다.

1∼9번 홀에서는 나흘간 이븐파로 타수를 줄이지 못했지만 10∼18번 홀에서만 18타를 줄였다.

3라운드 후반 9개 홀에서 버디 6개를 기록했고, 마지막 날에도 버디 5개를 몰아치는 뒷심을 발휘했다.

15번 홀(파5) 버디로 리젯 살라스(미국)와 공동 선두에 오른 그는 18번 홀(파4)에서 약 6m 가까운 버디 퍼트까지 넣고는 활짝 웃으며 기뻐했다.

그는 후반으로 갈수록 여유가 생기는 듯 점점 중압감이 심해질 것 같은 상황에서도 TV 중계 카메라를 보며 재미있는 표정으로 간식을 먹는 등 여유를 보였다.

일본에서 처음 출전한 메이저 대회와 일본 이외 나라에서 처음 출전한 메이저 대회에서 모두 '깜짝 우승'을 일궈낸 덕에 그의 세계 랭킹은 지난해 말 550위대에서 이번 대회 전까지 46위로 치솟았다.
'엉뚱한 신데렐라' 시부노, 생글생글 웃으며 메이저 제패
일본 선수로 1977년 히구치 히사코 이후 42년 만에 메이저 정상에 오른 시부노는 "마지막 퍼트를 넣으면 세리머니를 어떻게 할지 생각했다"며 "이제 사람들이 저를 알아볼 텐데 사실 저는 조용한 삶을 살고 싶다"고 다소 엉뚱한 소감을 밝혔다.

그는 또 "42년 만에 일본 선수로 메이저 대회 우승을 했으니 대단한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면서도 "하지만 내가 어떻게 그것을 이뤄냈는지는 모르겠다"고도 말했다.

경기를 마친 뒤 배가 고프다며 음식을 먹으며 기자 회견을 진행해 다시 한번 엉뚱한 면모를 보인 시부노는 "마지막 18번 홀에서는 울 것 같았지만 눈물이 나오지 않더라"고 '스마일 신데렐라'다운 면모를 보였다.

그의 매니저 시게마쓰 히로시도 전날 3라운드에는 사무라이 복장을 하고 장난감 칼을 찬 채로 코스를 돌며 시부노를 응원했고, 4라운드에서는 광대 복장을 하고 나와 눈길을 끌기도 했다.
'엉뚱한 신데렐라' 시부노, 생글생글 웃으며 메이저 제패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