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과 소통 강화…품목별·기업별로 현장상황 점검
'불확실성 과장 보도' 경계…시장·기업 불안감 최소화 노력
정부 관계자 "1천200개 수도꼭지 다 잠기는 것 아냐"
김상조 "5대 그룹 경영진 만날 것…상시소통 채널 열고 협의"
일본이 한국에 대한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 제외를 결정하며 경제보복 수위를 높이자 청와대와 정부 역시 대기업 소통을 늘리는 등 대책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다.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은 5일 기자들을 만나 "조만간 5대 그룹 기업인들을 만날 것"이라며 "날짜는 유동적"이라고 밝혔다.

5대 그룹은 삼성, 현대차, SK, LG, 롯데를 말하며 김 실장은 각 그룹의 부회장급 인사를 만날 것으로 알려졌다.

회동 날짜로는 8일이 거론되고 있다.

김 실장은 다만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을 뿐 5대 그룹 부회장들과 이미 다 만났고 전화도 수시로 한다"며 "기업과 상시적으로 소통 채널을 열고 협의를 해왔으며, 앞으로도 그렇게 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청와대에서는 5대 그룹 측에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배제 결정이 2일에 이뤄질 가능성이 크며 정부도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점 등을 미리 알린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는 일본의 수출규제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기업의 소통을 활성화하는 것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연 관계부처 합동 브리핑에서 "정부는 그간 품목별·업종별 영향 분석을 토대로 백색국가 배제 상황에 대비해 종합적인 대응책을 준비해 왔다"고 밝혔다.

이에 더해 정부는 일본 제품 수입업체 및 수요업체 현황을 기업별로 나눠 파악하고, 각 기업에 어떤 대책이 필요한지에 대해서도 검토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대기업에서 중소기업에 이르기까지 현장 목소리를 토대로 일본의 규제조치로 받을 영향 등을 면밀히 살펴보고 지원책을 준비했다는 것이다.
김상조 "5대 그룹 경영진 만날 것…상시소통 채널 열고 협의"
이런 맥락에서 정부는 일본의 조치에 단호하게 대응하는 것과는 별개로, 이번 조치로 인한 불확실성이 과장되는 것을 특히 경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무엇보다 위험한 상황은 시장과 기업의 불안감이 증폭되는 일이라는 것이 정부의 판단인 셈이다.

정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기자들을 만나 "약 1천200개(품목)의 수도꼭지가 한꺼번에 잠길 수 있다고 (보도하는 것은) 명백한 오보다. 너무 과장하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언론에 당부했다.

이는 이제까지 정부가 내놓은 설명과도 일맥상통한다.

정부의 설명에 따르면 일본의 이번 조치로 영향을 받는 전략물자 품목의 수는 1천194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 가운데 1천120개를 전략물자로, 74개를 캐치올(Catch all·상황허가)에 해당하는 비(非)전략물자로 분류했다.

전략물자 1천120개 중 백색국가 제외와 무관하게 현재도 '건별 허가제'를 적용받는 군사용 민감물자는 263개이며, 이를 제외하면 857개 품목이 남는다.

이는 또 495개 품목으로 통합이 가능하며, 이 중에서도 국내에서 사용하지 않거나, 일본에서 생산하지 않는 등 수출통제의 영향을 받지 않는 품목과 국내 사용량이 소량인 품목, 수입 대체가 가능한 품목 등을 제외하면 159개가 남는다는 게 산업부의 설명이다.

정부가 159개 품목을 집중관리 대상으로 분류한 것도 이런 계산에 따른 것이다.

이 품목들에 대해서는 '일반포괄허가' 대상에서 '특별포괄허가' 대상으로 바뀌기 때문에 통관을 위한 서류가 더 필요해지거나 일본 경제산업성의 현장 점검 등이 더해질 가능성이 있다.

아울러 캐치올 품목에 대해서도 절차가 보다 까다로워질 수 있으므로 불확실성이 다소 증가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런 불확실성 증가에도 불구하고 급작스럽게 위기가 닥친다거나 '패닉'에 빠질 상황은 아니라는 것이 정부의 분석인 셈이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양국이 입을 피해가 얼마든 달라질 수 있으며 우리뿐 아니라 일본 기업에도 피해가 발생한다"며 피해를 과장하는 보도는 불안감만 부추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