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를 방문 중인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부 장관과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남중국해 문제 등과 관련해 중국을 강하게 비판했다. 미국이 중거리핵전력(INF) 조약에서 탈퇴한 지 하루 만에 지상 발사형 중거리 미사일의 아시아 배치 구상을 밝힌 가운데 미·중 간 패권 경쟁이 격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에스퍼 장관은 4일(현지시간) 폼페이오 장관과 함께 미국과 호주의 외교·국방 장관회담인 ‘2+2회의’(AUSMIN)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우리는 어떤 나라도 인도·태평양을 지배할 수 없고 그렇게 해서도 안 된다고 확고히 믿고 있다”며 “역내 시급한 안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동맹 국가들과 협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우리는 공격적인 중국의 행동에 단호히 반대한다”며 “여기에는 글로벌 공동자산(남중국해)의 무기화, 약탈적 경제 수단 활용, 지식재산권 탈취 등이 포함된다”고 강조했다.

중국은 앞서 주변국과 영유권 분쟁 중인 남중국해에 인공섬을 건설하고 군사시설 등을 설치해 미국의 반발을 샀다. 남중국해는 에너지가 풍부하고 연간 3조4000억달러(약 4135조원) 규모의 선적이 지나가는 곳이다. 중국의 영유권 주장에 말레이시아, 필리핀, 대만, 베트남 등 주변국도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폼페이오 장관도 기자회견에서 “미국과 호주 모두 중국의 남중국해 인공섬에 대한 군사화에 우려하고 있다”며 “이를 계속 지켜볼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호주는 용감하게도 중국의 5세대(5G) 이동통신 야욕의 위험에 대해 우리가 간파하기도 전에 먼저 경종을 울렸다”고 말하기도 했다.

폼페이오 장관과 에스퍼 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미국의 지상 발사형 중거리 미사일 배치가 중국을 겨냥한 적대적 조치라는 인식이 있다는 질문에는 즉답을 피했다.

한편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의 중국 내 스마트폰 판매가 ‘애국주의’ 열풍 속에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카날리스를 인용해 지난 2분기 화웨이의 중국 내 스마트폰 시장점유율이 38%에 달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전년 동기 28%에 비해 10%포인트 늘어난 것으로 분기 기준으로 역대 최고치다. 화웨이 경쟁업체인 애플과 샤오미의 지난 2분기 중국 스마트폰 시장점유율은 각각 12%, 6%에 그쳤다.

중국 기업들의 화웨이 지지도 이어지고 있다. 중국 허난성 푸양시에 있는 한 회사는 사내 게시판에 “미국의 중국 제품 제재는 중국 혁신에 대한 저항”이라며 “아이폰에서 화웨이 스마트폰으로 바꾸는 직원들에게 500위안(약 8만6000원)을 지원한다”는 글을 올렸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