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신연 감독은 5일 서울시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진행된 영화 '봉오동 전투' 인터뷰에서 "촬영 전부터 환경에 대해 스태프를 모아서 얘기를 했다"며 "동강은 저희가 그 지역 전체가 생태 보전 지역이라는 걸 허가를 받을 때도 몰랐다. 너무 늦게 알았다"면서 안타까운 표정을 보였다.
영화 '봉오동 전투'는 지난해 11월 강원도 동강 유역에서 촬영을 진행하던 중 동강변 할미꽃 주 서식지와 화약류 사용과 소음 발생 등으로 양생 동식물을 훼손했다. 이에 원주지방환경청과 환경 단체로부터 생태경관보전지역 내의 촬영에 문제가 있음을 지적을 받았다.
'봉오동 전투' 촬영 과정에서 생태계 훼손이 있었다고 알려졌던 지난 6월, '봉오동 전투' 제작사 더블유픽처스 측은 "과태료와 법적 처분에 따른 벌금 납부를 완료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한다"고 입장을 전했다.
원신연 감독은 "본래 봉오동에서 찍고 싶었는데, 중국과 관계로 좌절된 후 15개월 동안 전국을 돌아다녔다"며 "이후 촬영을 진행하기 전, 자연환경이 훼손되고 문제가 생기면 영화 자체의 의미가 퇴색되고, 절대 그래선 안된다는 말을 계속 했었다"고 당시를 되돌아봤다.
또 "매일 무엇을 찍어야 어떻게 찍을 지 적혀 있는 계획표가 있다"며 "거기에도 항상 '동물들이 놀라니 크락션 누르지 마세요', '새싹들이 자라니 밟지 마세요' 이런 문구가 있었다. 환경 문제 때문에 모터도 사용하지 않았다"고 환경 보전을 위해 고민했던 부분을 전했다.
이어 "동강이 보존 지역이라는 걸 알고 동강에서 바로 철수했고, 영화에서 한컷도 사용하지 않고 재촬영했다"며 "이런 실수들이 또 재발할 수 있으니 제도적으로 메뉴얼을 만들자고 저희의 제안으로 환경 단체와 논의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봉오동 전투'는 1920년 6월, 죽음의 골짜기로 일본 정규군을 유인해 최초의 승리를 이룬 독립군의 전투를 그린 영화다. 총 제작비 155억 원이 투입된 대작으로 최근 반일 감정이 고조되면서 더욱 관심을 모으고 있다. 배우 유해진, 조우진, 류준열 등이 주연으로 출연했다.
원신연 감독은 '구타유발자들', '세븐데이즈', '용의자', '살인자의 기억법' 등을 연출하며 능력을 인정받았다. '봉오동 전투'에서는 전투가 승리하기까지 봉오동으로 일본군을 유인한 이름없는 독립군에 주목하며 극을 이끌었다.
원신연 감독은 장르물을 연출했던 섬세한 감각으로 일제 강점기를 다룬 기록물을 철저하게 고증했다. 일제 입장에서 남겨진 텍스트들은 저항의 뿌리가 될 수 있는 봉오동 전투를 축소하고 왜곡했지만 원신연 감독과 제작진은 당시 발행됐던 독립신문, 홍범도 일지 등 각종 문서 기록과 봉오동 조선인 마을 수남촌에 살고 있는 후손들과의 대화, 역사학자, 동북아역사재단의 자문 등을 통해 사실적인 봉오동 전투의 틀을 만들어갔다.
한편 '봉오동 전투'는 오는 7일 개봉한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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