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한국 기업들이 외국 기업과 거래하면서 분쟁이 생겼을 때 당사자끼리 합의한 결과(조정)에 대해 법적 강제성을 부여하는 국제 협약에 한국이 가입한다. 싱가포르협약으로 불리는 이 협약에는 한국을 포함해 미국 중국 일본 등 20여개국이 서명할 예정이다. 가입국들이 국회 등의 비준 절차를 마치면 앞으로 국제 조정은 법원 판결과 같은 효력을 갖게 된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김오수 법무부 차관은 정부를 대표해 7일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조정에 관한 국제 협약’ 서명식에 참여한다. 유엔국제상거래위원회(UNCITRAL)와 싱가포르가 주도한 이 행사에서는 미국과 일본, 중국, 싱가포르, 호주, 스위스 등 20여개국이 서명할 전망이다. 3개국 이상이 자국내 국회 비준을 통과하면 협약은 곧바로 발효된다.

조정은 판사나 중재인 등 제3자의 판단 없이 당사자끼리의 합의만으로 분쟁을 해결하는 제도다. 1심부터 3심까지 5년이상 걸리는 소송이나 6개월 가량 걸리는 중재와 달리 한두달 만에 결론을 낼 수 있어 주로 거래기업간에 자주 활용된다. 비용도 소송의 10분의 1도 안되는 수준이다. 단점은 법적 효력이 없다는 것이다. 당사자가 합의 내용을 이행하지 않으면 결국 소송과 중재로 가야한다. 중재의 경우 1958년 체결된 뉴욕협약에 따라 세계 160개국에서 최종 판결(불복 불가능)과 같은 법적 효과를 갖고 있다.

싱가포르 협약이 발효되면 가입국에서 발생한 상업적인 국제 분쟁에 따른 조정은 법원 판결과 동일한 효력을 지니게 돼 불복할 수가 없다. 다만 법원 주도 조정이나 국제 조정이 아닌 자국내 조정 사건은 이번 협약의 대상에서 빠졌다. 박노형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최근 중재 절차의 비용과 기간도 늘어나면서 기업들의 조정을 통한 분쟁해결이 늘고 있다”며 “우리나라의 경우 국회 비준 통과과 함께 상사조정기본법(가칭)을 새로 제정하고 별도의 조정 기구인 국제상사분쟁조정센터를 설립해야 하는 과제가 남아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싱가포르협약을 통해 각국 기업들의 조정 사건을 한국으로 끌어와 ‘동북아 분쟁 조정의 허브’로 도약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