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가 도로 상부를 활용해 주택을 지은 독일의 ‘슐랑켄바더 슈트라세’처럼 저이용 공공시설 입체화를 통해 지역 발전을 이끌어 내는 신개념 공공주택을 도입하기로 했다. SH공사는 북부간선도로의 상부를 활용해 주거·여가·일자리를 제공하는 ‘북부간선도로 입체화 사업’을 본격화한다고 5일 발표했다. 이른바 ‘도로 위 도시’(조감도)를 짓겠다는 것이다.
북부간선도로 덮어…신내동 '도로 위 도시' 본격화
SH공사는 서울 중랑구 북부간선도로 신내IC~중랑IC 약 500m 구간 상부에 인공대지를 만들고 공공주택 1000가구, 공원 등 사회간접자본(SOC), 지식산업센터 등을 조성할 계획이다. 도로 위 인공대지(2만3481㎡), 북부간선도로와 도로 남쪽 신내차량기지 사이 저층 창고부지와 주거지 3만3519㎡, 도로 북측 신내3지구 쪽 완충녹지 1만7675㎡ 등 총 7만4675㎡를 활용한다.

SH공사는 경춘선 신내역과 신내3지구를 가로막는 북부간선도로 위에 터널을 만들어 인공대지를 조성하고 공중보행길로 도로의 남북을 연결할 방침이다. 이 일대는 경춘선 신내역과 지하철 6호선 신내역(개통 예정), 면목선 경전철역 등 트리플 역세권이 형성될 예정이다. 인공대지 위에는 인근 지역주민들까지 함께 이용할 수 있는 녹지공간과 여가활동을 위한 문화시설 등이 배치된다.

총사업비는 4200억원 정도로 추산된다. 저층 창고 부지 일대의 사유지 보상 비용을 포함한 금액이다. 김세용 SH공사 사장은 “도로 위는 땅값이 ‘제로’”라면서 “인공대지 조성 비용은 3.3㎡당 1000만원 이내지만 서울 시내 토지 매입비용은 평균적으로 1700만~2000만원 정도라 인공대지 조성이 훨씬 저렴하다”고 설명했다.

SH공사는 ‘도로 위 도시’에 생길 수 있는 소음이나 진동 문제는 터널 내 흡음판, 차량 진동 차단·저감장치, 소음차폐형 구조 적용 등으로 해결 가능하다고 자신했다. 인공대지 조성을 위한 도로 위 터널 내 환기는 적정한 환기·정화 시스템으로 대응하고 터널 내 차량 화재 등에 대비한 첨단 방재 시스템도 구축한다.

서울시는 사업에 속도를 내기 위해 ‘공공주택지구’로 지정할 계획이다. 공공주택지구는 도시계획위원회 심의, 환경·교통영향평가 등 각종 심의를 통합심의로 받아 사업 절차를 간소화할 수 있다. 5일부터 주민 의견 수렴 절차를 거쳐 연내 지구 지정을 마무리하고 10월 국제현상설계 공모로 설계안을 채택할 계획이다. 2021년 하반기 착공, 2025년 입주가 목표다.

이번 사업은 지난해 말 박원순 서울시장이 발표한 ‘주택공급 5대 혁신방안’의 핵심사업 중 하나다. 당시 박 시장은 “공공주택을 물량만 확대하는 것이 아니라 혁신적 모델을 다양하게 도입해 도시의 입체적 발전까지 이끌겠다”며 “북부간선도로 상부의 새로운 콤팩트시티가 도시공간 재창조 효과를 내고, 단절을 극복해 지역발전의 마중물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아영 기자 youngmone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