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문화적 가치 보전을 이유로 정비구역에서 직권해제됐다가 기사회생한 종로구 ‘사직2구역’과 서울시의 갈등이 재점화됐다. 사직2구역 정비사업조합은 박원순 시장과 일부 공무원을 ‘직권남용 및 업무방해’ 등으로 최근 대검찰청에 고발했다고 5일 밝혔다. 지난 4월 대법원의 최종판결을 통해 정상적인 재개발사업 추진이 가능해졌는데도 서울시가 지속적으로 사업을 방해하고 있다는 게 조합 측 주장이다.

양측의 갈등은 서울시가 2017년 3월 ‘역사·문화적 가치 보존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이 구역을 정비구역에서 직권해제하면서 시작됐다. 조합은 서울시와 종로구를 상대로 ‘정비구역해제고시 무효’, ‘조합설립인가 취소처분 취소’ 등의 소송을 제기했고 최종 승소했다. 대법원은 판결문에서 “역사·문화적 가치 보전이라는 사유는 재개발 추진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다”고 밝혔다.

조합 측은 “2013년 10월 종로구청에 제출한 사업변경 신청서를 법적 처리기한(60일)을 무시한 채 3년5개월간 수리나 반려하지 않았다”며 “박 시장이 종로구청장에게 고의적인 행정지연 지시를 했고 공무원들은 위법인 줄 알면서도 진급을 위해 동참했다”고 주장했다. 또 “시 관계자들이 시공사를 압박해 조합에 대여금을 지원하지 않도록 하는 등 업무방해를 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잠실과 여의도 일대 등지의 재건축 조합도 서울시가 정비사업의 진행을 지연시키고 있다며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잠실주공5단지 재건축 조합은 지난 4월 두 차례 집회를 연 데 이어 지난달에도 혈서까지 쓰며 ‘부당한 인허가 지연’에 대한 농성을 벌였다. 잠실5단지 조합 측은 “박 시장이 국제공모를 하면 재건축 심의를 통과시켜 준다고 약속해 사업이 지연되고 1조원에 달하는 추가 부담금까지 내게 됐지만 약속이 이행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여의도 일대 주민들의 반발도 거세다. 한 주민은 “서울시가 개발을 전면 보류하는 명목으로 ‘여의도 금융중심 지구단위계획’을 수립하겠다고 했지만, 1년이 넘도록 실체를 드러내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