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오는 10월로 예정됐던 청약업무 이관과 청약시스템 개편 작업을 내년 2월로 연기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청약업무 이관 등에 필요한 주택법 개정안의 국회 처리가 지연되고 있는 데다 청약 시스템 개편을 위해 분양 성수기에 청약업무가 중단되는 상황을 고려한 조치다.

정부는 현재 금융결제원이 담당하는 청약시스템을 한국감정원으로 이관하는 절차를 밟고 있다. 수많은 아파트 청약자가 접속하는 청약시스템 안정을 위해서는 짧게는 한 달, 길게는 두 달가량 아파트 청약 업무의 중단이 불가피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본지 7월 4일자 A1, 10면 참조
금융결제원에서 한국감정원으로 이관하는 아파트 청약시스템 개편 작업이 늦어지면서 내년 2월에나 마무리될 전망이다. 지난달 청약을 받은 서울 성동구 청량리역 롯데캐슬 SKY-L65 모델하우스.  /한경DB
금융결제원에서 한국감정원으로 이관하는 아파트 청약시스템 개편 작업이 늦어지면서 내년 2월에나 마무리될 전망이다. 지난달 청약을 받은 서울 성동구 청량리역 롯데캐슬 SKY-L65 모델하우스. /한경DB
청약업무 이관 일정 ‘차질’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5일 “금융위원회와 금융결제원에 청약업무 이관을 10월 1일에서 내년 2월 1일자로 연기해줄 것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국토부가 청약시스템 이관 시점을 늦추기로 한 가장 큰 이유는 금융결제원이 수행하고 있는 청약업무를 한국감정원으로 이관하는 데 필요한 주택법 개정안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해 9·13 주택시장 안정대책에서 청약업무의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해 청약업무 이관을 결정했다. 비금융기관인 한국감정원이 청약통장 가입자의 금융정보를 취급하기 위해서는 법 개정을 통해 이 권한을 부여받아야 한다. 하지만 지난달 17일 진통 끝에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법안 소위에서 이 법안은 논의되지 않았다. 오는 10월 새 청약시스템 가동을 위해 최소 한 달 이상 실전 테스트를 해야 한다. 한국감정원 관계자는 “늦어도 이달 하순까지는 주택법 개정안이 통과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국토교통위원장 교체 문제와 국토교통위원들의 여름휴가 일정까지 겹쳐 이달 법안 통과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청약시스템 개편 작업을 위해 일정 기간 청약업무를 중단해야 하는 점도 국토부에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가을 분양 성수기인 9월 이후에 신규 분양이 전면 중단될 수밖에 없어서다. 이번 가을 분양시장은 국토부의 분양가상한제 도입 움직임에 따라 규제를 피하기 위한 ‘밀어내기’ 분양까지 겹쳐 지난해에 비해 공급 물량이 크게 늘어났다. 국토부는 “청약업무 중단 기간은 3주 정도”라고 밝혔지만 시스템 이관에 따른 오류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최대 두 달이 걸릴 수 있다는 게 중론이다.

반면 내년 2월은 청약 비수기여서 청약시스템 교체에 대한 부담이 줄어든다. 국토부 관계자는 다만 “아직 청약업무 이관 연기가 확정된 것은 아니다”며 “법안이 이달 중 처리될 수도 있고 금융위·금결원의 협조도 얻어야 해 여러 가능성을 놓고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건설업계 ‘분양 일정 어쩌나’…혼란

건설업계는 분양가상한제 민간아파트 확대 시행과 함께 청약시스템 개편 일정까지 불투명해지자 분양 일정을 잡지 못하는 등 혼란에 빠졌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9월 중 청약업무가 중단되는 것으로 알고 분양 일정을 조율하는 상황이었는데 시스템 개편 자체가 지연되면 분양 일정을 다시 짜야 한다”며 “정부의 오락가락 행정에 일정이 꼬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청약업무 이관 결정은 작년 9·13 대책에서 발표됐다. 국토부는 당초 청약 1, 2순위 확인과 같은 청약 관련 금융정보는 금융위의 유권해석을 받아 지금처럼 은행권으로부터 제공받으면 될 것으로 봤다. 하지만 금융위가 이 방식이 적절치 않다는 태도를 보이면서 뒤늦게 관련 법 개정에 나섰다. 주택법 개정안은 지난 5월 말에야 뒤늦게 발의됐다.

새로운 청약시스템 도입 일정이 연기되면 부적격 청약을 예방하기 위한 청약정보 제공 서비스도 그만큼 지연될 수밖에 없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청약제도가 복잡해 청약통장 가입 기간, 무주택 기간, 부양가족 정보 등을 잘못 입력한 청약 부적격자도 상당수 발생하고 있다”며 “이런 부작용을 없애기 위한 시스템 개선이 늦춰지면 그만큼 예비청약자들의 불편도 이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진석/이정선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