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군사전문가들 사이에선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파기에 신중해야 한다는 반대 의견이 우세하다. 정부와 여당 내에서 지소미아 파기에 무게를 두는 발언이 잇따르지만 득보다 실이 크다는 분석이다. 미국의 중재를 이끌어내기 위한 카드로 유효하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김성한 전 외교부 차관은 “미국은 한·미 동맹을 한·미·일 안보협력의 틀 속에서 운용하고 평가한다”며 “이런 배경을 무시한 채 지소미아 폐기로 대응할 경우 더 이상 3국 간 안보협력을 하지 않겠다는 얘기로 비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이 스스로 동북아 안보협력을 깬다는 일본의 비판 프레임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다. 이원덕 국민대 교수도 “지소미아는 북한의 위협에 대해 한·미·일이 협력하자고 하는 것인데 일본에 대한 불이익보다 미국의 반발이 더 클 것”이라고 말했다. 또 “미국이 어느 한쪽의 편을 들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이는 상황에서 지소미아 파기를 내세워 미국의 중재를 이끌어낼지 의문”이라고 했다.

미국은 지소미아 폐기에 대한 우려를 여러 차례 공식 표명했다. 미 국무부 관계자는 최근 태국 방콕에서 열린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서 “서로를 방어할 우리의 능력을 떨어뜨릴 것”이라며 “협력은 더 많을수록 좋다”고 언급해 유지 필요성을 강조했다.

북한의 핵·미사일 등 동향에 관해 한국이 일본으로부터 정보를 받고 있는 것도 지소미아를 연장해야 할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국방부에 따르면 한·일 양국은 2016년 11월 지소미아 체결 후 지난달까지 총 48건의 정보를 주고받았는데, 이 중 절반이 한국이 일본으로부터 정보를 받은 것이다.

지소미아 폐기 카드를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김준형 한동대 국제지역학과 교수는 “지소미아는 체결 당시부터 한·미·일 안보협력을 강화해 중국, 러시아 등 주변국을 적대시해 외교 갈등을 야기했다”며 “일본이 안보상의 이유로 한국과 더는 같이할 수 없다고 한 상황에서 한국 역시 일본과 안보 협력을 해야 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양기호 성공회대 일본학과 교수는 “지소미아 폐기에 신중해야겠지만 한·일 관계를 개선하는 데 미국의 역할을 이끌어 내려면 협상카드로 쓸 수도 있다”고 말했다. 지소미아의 틀은 유지하되 한국에 유리하게 개정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호사카 유지 세종대 교수는 “현행 지소미아는 미·일 간에 맺은 군사정보보호협정을 그대로 갖고 온 것이기 때문에 한국 사정에 맞지 않은 게 적잖다”며 “이 기회에 한국의 국익에 맞는 방향으로 개정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임락근 기자 rkl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