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와 당내 바른정당계 수장 격인 유승민 의원이 정면충돌했다. 당 혁신위원회의 지도부 공개검증을 계기로 바른미래당이 사실상 분당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관측이 나온다.

손 대표는 5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유 의원을 겨냥해 “바른미래당을 자유한국당에 갖다 바치는 것만은 온몸을 바쳐서라도 막겠다”며 “한국당에 가고 싶다면 혼자 가라”고 말했다. 이어 “주대환 전 혁신위원장이 ‘유 의원이 지도부 퇴진 외 다른 것은 사소한 일이라고 했다’고 전했다”며 “바른정당계가 날 퇴진시킨 뒤 개혁보수로 포장해 한국당과 통합할 때 몸값을 받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유 의원은 이에 입장문을 내고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며 “손 대표가 허위사실로 날 비난한 것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하며 사과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주 전 위원장이 내게 한국당을 포함한 야권 재편을 추진하겠다고 했을 때, 난 ‘혁신위는 당의 자강과 혁신을 말해야지 왜 한국당과의 합당을 말하느냐’고 했다”고 반박했다.

이날 혁신위가 시작한 지도부 공개 검증이 바른미래당이 쪼개질 계기가 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이날부터 3일간 청문회 형식으로 이뤄지는 당 최고위원 검증에선 바른미래당 성패에 대한 평가와 당의 바람직한 정체성 등을 혁신위원이 묻고 평가한다. 첫 타자로 검증 자리에 선 오신환 원내대표는 바른미래당이 성공했다고 보는지 묻는 한 혁신위원의 질문에 “현재 시점에서 보면 실패했다”고 답했다. 바른미래당이 자강해야 하는지, 해체해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엔 “해체 수준의 변화와 혁신 속에서 자강해야 한다”고 답했다.

최고위원 9명 중 오 원내대표를 포함한 바른정당계 5명은 지도부 공개 검증에 참여하겠다고 밝혔지만, 당권파는 손 대표를 몰아내려는 수단에 불과하다며 보이콧하겠다는 입장이어서 갈등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