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수출절차 간소화 국가)에서 배제하기로 결정한 이후 당·정·청 관계자들이 과격한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제2의 독립운동’ ‘신흥무관학교’ ‘전범국’ 등 자극적인 표현으로 우리 국민의 반일 감정을 자극하고 있다. 오랜 정경분리 원칙을 깨고 한국의 경제 숨통을 죄겠다고 나선 일본 정부의 행태는 지탄받아 마땅하지만, 그럴수록 냉정하고도 치열한 대응이 필요하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일 국무회의에서 ‘다시는 지지 않겠다’고 선언한 직후 “도쿄를 여행금지구역에 우선 포함시키자”는 과격한 제안까지 여당 중진의원 입에서 나왔다. 전쟁에서는 내부 단합이 필수인 만큼 때에 따라 거친 설전이 필요할 때도 있다. 하지만 전쟁 중인 적에게도 지켜야 할 선이 있는 만큼 파국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면 강도와 빈도를 조절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사생결단의 진짜 전쟁과 경제전쟁을 등치시켜 극단적으로 대처하는 것은 사태를 악화시킬 뿐이다.

전장의 장수는 병사들이 잘 싸울 수 있도록 치밀한 작전과 차분한 실행에 집중하는 게 우선이다. 상대방의 약점을 파고들고, 아군의 장점을 살리는 방안 찾기에 머리를 맞대는 게 먼저다. 정부는 짧게는 1년, 길게는 5년 안에 주력산업 ‘핵심 100개 소재’를 전부 국산화하겠다고 발표했다. 평정심으로 냉정하게 계산한 결과인지 짚어볼 필요가 있다. 국산화에 성공해도 원가경쟁력이 약하거나 국제분업상 비교우위가 없으면 두고두고 짐이 될 수도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증설까지 완료했는데 판로가 막히고, 경기침체라도 닥치면 끝장이라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