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발목 잡는 '5敵'부터 없애자
“한·일 경제전쟁의 최전선에 내몰린 기업들이 제대로 맞붙어 싸울 수 있는 환경인지 모르겠다.”(대기업 A사 대표) “정부와 정치권이 이제라도 반(反)기업 정책을 거둬들여야 할 때다.”(한 경제단체 부회장)

한국 기업들이 일본과 싸워 이기려면 기업의 족쇄를 푸는 ‘정책 대전환’이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나친 친(親)노동정책과 규제 쓰나미에서 기업들을 벗어나게 해 제대로 뛰게 해줘야 한다는 지적이다.

5일 산업계에 따르면 삼성 현대자동차 SK LG 롯데 등 국내 간판 기업들이 일본과의 ‘장기전’에 대비해 비상경영체제로 전환했다. 이들 기업은 에칭가스(고순도 불화수소)와 적층세라믹커패시터(MLCC) 등 핵심 소재와 부품 재고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전기자동차 배터리와 수소전기차에 필수적인 파우치(배터리 셀을 감싸는 알루미늄 소재), 탄소섬유 등 미래 먹거리와 연계된 소재 국산화에도 돌입했다. 정부도 연일 주요 전략품목 자립화를 위한 대책을 쏟아내며 극일(克日) 의지를 공식화했다.

산업계에선 일본의 도발에 맞대응하는 식의 ‘임시방편’으로는 한계에 직면할 것이란 우려가 적지 않다. 추가경정예산 확보 등 소재·부품 연구개발(R&D) 및 국산화 지원 관련 중장기 대책의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걱정도 나온다.

한 경제단체 임원은 “정부가 정치·외교적 해법을 통해 기업들이 대응할 시간을 벌어주지 못해 아쉽다”며 “폐렴 진단을 받은 환자(기업)가 늘자 (정부가) 백신 개발 대책을 내놓고 있는 꼴”이라고 꼬집었다.

"親노동 정책기조 폐기하고, 규제사슬 과감히 걷어내야"

기업 사이에선 지나친 친노동정책과 거미줄 규제를 걷어내지 않고선 산업 생태계의 근본 체질을 바꾸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지난달 10일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청와대에서 열린 기업인 간담회에서 “규제는 한강에 빠뜨리자”(강호갑 중견기업연합회 회장), “현행 선택적 근로시간제에서는 (연구개발)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다”(윤부근 삼성전자 부회장)는 호소가 터져나온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전문가들은 한·일 경제전쟁을 정책 대전환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구체적으로 기업을 가로막고 있는 ‘5적(敵)’부터 없애야 한다고 조언했다. 가파른 최저임금 인상과 준비 안 된 근로시간 단축, 해직자의 노동조합 가입 허용 추진 등 쉴 새 없이 쏟아진 친노동정책 기조를 폐기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툭하면 공장을 멈추도록 한 산업안전법과 화학물질관리법 등 규제 사슬도 걷어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기업인을 죄인 취급하는 뿌리 깊은 반기업 정서와 법인세 인상, 초과이익공유제 도입 추진 등 포퓰리즘 정책도 버려야 할 구태로 꼽힌다. 매번 기업을 볼모로 잡는 지역이기주의도 마찬가지다.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