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지대 크기·관리 주체 놓고 미국·터키 입장 엇갈려
미국과 터키가 시리아 북동부 쿠르드족 장악 지역과 터키 국경 사이 안전지대를 설치하기 위한 논의를 재개했다.

터키 국방부는 5일(현지시간) 수도 앙카라에서 미국 측 군 관계자들과 시리아 북부 안전지대 설치 방안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날 오전 시작된 양측의 회의는 뚜렷한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마무리된 것으로 알려졌다.

터키 최대 일간 휘리예트는 양측이 여전히 합의를 이루지 못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휘리예트에 따르면 터키는 안전지대의 폭이 30∼40㎞가량 돼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미국은 15㎞ 내외를 주장했다.

또 터키 측은 터키군이 안전지대 관리를 맡아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미국은 미군이 주도하는 연합군이 안전지대를 통제해야 한다는 견해를 굽히지 않았다고 신문은 전했다.

양측이 시리아 안전지대 설치 문제를 논의한 것은 지난달 23∼24일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터키 국경과 쿠르드족이 장악한 시리아 북동부에 안전지대를 설치하는 방안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월 처음 제안했다.

2011년 시리아 내전으로 정부군이 수도 방어를 위해 시리아 북동부에서 철수하자 이 지역의 쿠르드족은 자치정부를 수립하고 민병대를 조직하는 등 사실상 자치를 누려왔다.

이후 시리아 쿠르드 민병대(YPG)는 미국과 함께 이슬람국가(IS) 격퇴전에 참여했으나, 터키는 이들을 자국 내 분리주의 테러조직인 쿠르드노동자당(PKK)의 분파로 보고 있다.

IS 격퇴전 종료 후 터키가 시리아 국경을 넘어 YPG를 격퇴할 움직임을 보이자 트럼프 대통령이 일종의 완충지대 설치안을 내놓은 것이다.

터키도 트럼프 대통령의 제안에 원칙적으로 동의했으나, 양측은 안전지대의 크기와 관리 주체 등 세부 사안을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이미 미국과 안전지대 설치안에 합의하지 못할 경우 시리아 국경을 넘어 YPG 격퇴전을 강행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했다.

그는 전날 부르사에서 열린 고속도로 개통식에서 "우리는 이미 (시리아 북서부의) 아프린과 자라불스, 알밥에 진입했다"며 "이제 유프라테스 동쪽에 진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메블뤼트 차우쇼을루 터키 외교장관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미국은 YPG와의 파트너십을 끝내라는 우리의 요구에 긍정적으로 답해야 할 것"이라며 미국을 압박하고 나섰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