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Fed 금리 인하로도 이제 침체를 막기 어렵다는 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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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현지시간) 뉴욕 금융시장에서는 위험자산에 대한 투매가 벌어졌습니다.
다우지수는 한 때 1000포인트에 육박하는 폭락세가 나타나 2만5000선이 깨질 뻔 했습니다. 막판 반발매수세로 결국 767포인트(2.90%) 떨어진 채 마감했습니다. 포인트로만 따지면 이날 하락폭은 역대 6번째로 컸습니다.
S&P500 지수는 2.98%, 나스닥은 3.47%로 더 크게 폭락했습니다.
이날 하락장에서 그나마 위안을 준 건 미 중앙은행(Fed)의 금리 인하 확률이 확 높아졌다는 겁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연방기금금리선물시장에서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0.50%포인트 인하할 확률은 어제 1.5%에서 이날 28.1%로 높아졌습니다. 올해 연말까지 세번(0.75%포인트) 금리를 내릴 것이란 베팅도 전날 22.5%에서 41.2%로 급등했습니다.
하지만 월가는 이를 더 이상 호재로 보지 않습니다.
한 채권펀드 매니저는 "10년물 국채 금리가 1.74%까지 떨어진 건 Fed가 기준금리를 내려도 침체를 막기 어렵겠다고 본다는 뜻"이라고 말했습니다.
경기가 어려우면 당연히 Fed가 기준금리를 내려서 다시 경기를 북돋우겠지만, 경기는 살아나지 않을 수 있다는 시각이 확산되고 있다는 겁니다.
그 첫번째 근거는 미중 양국의 자세가 너무 강경해 당분간 계속 갈등이 심화될 것이라는 겁니다.
월가에서는 중국이 전날 달러당 7위안을 용인한 걸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중국이 미국과의 무역전쟁 속에서 필요한 해외자본을 끌어들이려면 환율을 지킬 것으로 봤던 것이죠. 하지만 중국 정부는 이번 조치로 미중 전쟁에 '올인'할 수도 있다는 걸 보여줬습니다.
농산물 수입 중단도 내년 대선에서 미 농민들의 이반을 부추겨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을 막겠다는 뜻으로 해석됩니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용납할 수 없는 것이죠. 지금 상황에서 중요한 건 트럼프 대통령의 다음 행보입니다.
'미치광이 전략'으로 유명한 트럼프 대통령이 물러설 가능성은 거의 없습니다. 게다가 오늘 일로 Fed의 금리 인하도 몇 차례 확보된 것 아니겠습니까.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선 금리를 내린 뒤 인프라딜을 추진하면 미 국내 경기는 부양할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행동으로 가장 유력한 건 9월1일 예고한 대중 관세율을 10%에서 25%로 올리거나 인상하겠다고 예고하는 겁니다. 그는 과거 중국산 상품에 대한 관세율을 올릴 때 중국의 환율조작을 그 근거로 든 적이 있습니다. 이번에도 비슷한 논리로 관세율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나설 수 있습니다.
미국이 외환시장에 직접 달러를 매각하는 방안도 거론됩니다. 이는 지난달 백악관 참모진 회의에서 래리 커들로 국가경제위원장, 스티브 므누신 재무장관 등 대다수가 반대해 부결된 내용이지만 다시 추진될 수 있습니다.
사실 월스트리트저널 보도에 따르면 9월1일 중국에 대한 관세 부과도 참모들 모두가 반대하고 ‘초강경파’인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국장만 찬성한 일이었는데, 트럼프 대통령이 밀어부쳤지요. 외환시장 직접 개입도 현재 나바로 국장만 강하게 주장하고 있는 일입니다.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뜻입니다.
미국이 이렇게나오면 중국은 위안화 환율을 더 떨어뜨릴 수도 있을 겁니다.
헤지펀드 헤이먼캐피털의 카일 배스는 이날 "중국 정부가 환율을 지지하지 않는다면 위안화는 현재보다 30~40%까지 더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렇게 되면 국제 금융시장은 어떻게될까요.
지난 2015년 8월11~13일 중국 인민은행은 위안화 환율을 대폭 낮춘 적이 있습니다. 당시 뉴욕 증시는 며칠만에 11% 급락했었습니다. 불행한 건 미중 무역전쟁 외에 세계 침체를 부추기는 요인이 몇 개 더 있다는 겁니다.
유럽에선 '노딜' 브렉시트가 오는 10월말 발생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어차피 하드 브렉시트를 처리하기 위한 인물로 선택된 것"이라며 "노딜 가능성은 매우 높다"고 말했습니다.
또 하나는 아시아의 한일 무역갈등입니다. 그동안 월가는 한일 갈등에 대해선 그다지 신경쓰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일본의 한국 화이트리스트 배제를 계기로 워낙 잡음이 커지면서 관심을 갖는 곳이 늘고 있습니다.
월가의 시각은 간단합니다. "세계 경제 규모 1, 2위인 미국과 중국뿐 아니라 세계 3위와 11위인 일본과 한국도 대책 없이 싸우고 있구나. 이건 세계 경제에서 글로벌라이제이션이 퇴조하고 각자도생으로 가는 신호다. 이런 기조가 확산된다면 세계 경제가 성장하길 기대하긴 힘들다. 빨리 위험자산을 정리하자."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
다우지수는 한 때 1000포인트에 육박하는 폭락세가 나타나 2만5000선이 깨질 뻔 했습니다. 막판 반발매수세로 결국 767포인트(2.90%) 떨어진 채 마감했습니다. 포인트로만 따지면 이날 하락폭은 역대 6번째로 컸습니다.
S&P500 지수는 2.98%, 나스닥은 3.47%로 더 크게 폭락했습니다.
이날 하락장에서 그나마 위안을 준 건 미 중앙은행(Fed)의 금리 인하 확률이 확 높아졌다는 겁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연방기금금리선물시장에서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0.50%포인트 인하할 확률은 어제 1.5%에서 이날 28.1%로 높아졌습니다. 올해 연말까지 세번(0.75%포인트) 금리를 내릴 것이란 베팅도 전날 22.5%에서 41.2%로 급등했습니다.
하지만 월가는 이를 더 이상 호재로 보지 않습니다.
한 채권펀드 매니저는 "10년물 국채 금리가 1.74%까지 떨어진 건 Fed가 기준금리를 내려도 침체를 막기 어렵겠다고 본다는 뜻"이라고 말했습니다.
경기가 어려우면 당연히 Fed가 기준금리를 내려서 다시 경기를 북돋우겠지만, 경기는 살아나지 않을 수 있다는 시각이 확산되고 있다는 겁니다.
그 첫번째 근거는 미중 양국의 자세가 너무 강경해 당분간 계속 갈등이 심화될 것이라는 겁니다.
월가에서는 중국이 전날 달러당 7위안을 용인한 걸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중국이 미국과의 무역전쟁 속에서 필요한 해외자본을 끌어들이려면 환율을 지킬 것으로 봤던 것이죠. 하지만 중국 정부는 이번 조치로 미중 전쟁에 '올인'할 수도 있다는 걸 보여줬습니다.
농산물 수입 중단도 내년 대선에서 미 농민들의 이반을 부추겨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을 막겠다는 뜻으로 해석됩니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용납할 수 없는 것이죠. 지금 상황에서 중요한 건 트럼프 대통령의 다음 행보입니다.
'미치광이 전략'으로 유명한 트럼프 대통령이 물러설 가능성은 거의 없습니다. 게다가 오늘 일로 Fed의 금리 인하도 몇 차례 확보된 것 아니겠습니까.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선 금리를 내린 뒤 인프라딜을 추진하면 미 국내 경기는 부양할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행동으로 가장 유력한 건 9월1일 예고한 대중 관세율을 10%에서 25%로 올리거나 인상하겠다고 예고하는 겁니다. 그는 과거 중국산 상품에 대한 관세율을 올릴 때 중국의 환율조작을 그 근거로 든 적이 있습니다. 이번에도 비슷한 논리로 관세율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나설 수 있습니다.
미국이 외환시장에 직접 달러를 매각하는 방안도 거론됩니다. 이는 지난달 백악관 참모진 회의에서 래리 커들로 국가경제위원장, 스티브 므누신 재무장관 등 대다수가 반대해 부결된 내용이지만 다시 추진될 수 있습니다.
사실 월스트리트저널 보도에 따르면 9월1일 중국에 대한 관세 부과도 참모들 모두가 반대하고 ‘초강경파’인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국장만 찬성한 일이었는데, 트럼프 대통령이 밀어부쳤지요. 외환시장 직접 개입도 현재 나바로 국장만 강하게 주장하고 있는 일입니다.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뜻입니다.
미국이 이렇게나오면 중국은 위안화 환율을 더 떨어뜨릴 수도 있을 겁니다.
헤지펀드 헤이먼캐피털의 카일 배스는 이날 "중국 정부가 환율을 지지하지 않는다면 위안화는 현재보다 30~40%까지 더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렇게 되면 국제 금융시장은 어떻게될까요.
지난 2015년 8월11~13일 중국 인민은행은 위안화 환율을 대폭 낮춘 적이 있습니다. 당시 뉴욕 증시는 며칠만에 11% 급락했었습니다. 불행한 건 미중 무역전쟁 외에 세계 침체를 부추기는 요인이 몇 개 더 있다는 겁니다.
유럽에선 '노딜' 브렉시트가 오는 10월말 발생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어차피 하드 브렉시트를 처리하기 위한 인물로 선택된 것"이라며 "노딜 가능성은 매우 높다"고 말했습니다.
또 하나는 아시아의 한일 무역갈등입니다. 그동안 월가는 한일 갈등에 대해선 그다지 신경쓰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일본의 한국 화이트리스트 배제를 계기로 워낙 잡음이 커지면서 관심을 갖는 곳이 늘고 있습니다.
월가의 시각은 간단합니다. "세계 경제 규모 1, 2위인 미국과 중국뿐 아니라 세계 3위와 11위인 일본과 한국도 대책 없이 싸우고 있구나. 이건 세계 경제에서 글로벌라이제이션이 퇴조하고 각자도생으로 가는 신호다. 이런 기조가 확산된다면 세계 경제가 성장하길 기대하긴 힘들다. 빨리 위험자산을 정리하자."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