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커브·급경사·수막현상으로 사고 위험↑…안전시설 정비·구간단속 설치 필요

여름 휴가철을 맞아 제주시와 서귀포시 산간을 잇는 516도로 이용량이 늘어나면서 교통사고가 빈발하는 '마의 구간'에 대한 경각심이 요구된다.

제주-서귀포 516도로 '아차하면 사고'…수악교 '마의 구간' 악명
516도로 대부분이 급커브 구간으로 조성돼 운전자의 시야를 방해하는 데다, 여름 휴가철을 맞아 늘어난 관광객의 초행 운전과 일부 운전자의 과속까지 더해지면서 각종 사고 발생 위험이 커지고 있다.

지난 1일 제주시에서 출발해 516도로에 들어서자 구불구불한 도로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속도를 내거나 앞차를 추월하기 위해 중앙선을 침범하는 차들을 쉽게 만날 수 있었다.

몇 차례나 속도를 내는 뒤차에 추월당하고, 한라선 성판악 입구에 다다르자 산행길을 오르기 위한 탐방객의 갓길주차로 왕복 2차선의 좁은 도로가 더욱더 좁아져 있었다.

한라산에는 주말 2천여명, 평일 1천명 이상 등반객이 찾으면서 성판악 일대 도로에는 주말 평일 할 것 없이 차들이 수백m까지 길게 주차되고 있다.

성판악 주차장은 100대밖에 세울 수 없어 몰리는 차량을 감당할 수 없는 실정이다.

성판악 인근을 지나는 내내 위험천만한 상황이 계속됐다.

갓길에 주차한 차에서 갑자기 탐방객이 내리며, 급하게 핸들을 꺾는 차가 있는가 하면 달리는 차 옆으로 탐방객들이 아슬아슬하게 지나가는 모습도 목격됐다.

성판악을 지나고 급커브 도로가 몇 차례나 계속되자 렌터카 차 한 대는 비틀대며 중앙선을 이리저리 침범하는 아찔한 상황도 목격됐다.

516도로 내 숲 터널을 지나 도달하는 수악교 부근 도로는 '마의 구간'으로 운전자들 사이에 악명이 높다.

숲 터널부터 수악교까지 제한 규정 속도는 시속 40㎞였지만 수악교를 지나면서 제한속도가 60㎞로 높아졌다.

운전자들은 속도에 둔감해졌고, 한 운전자는 수악교를 300m가량 지나자마자 갑자기 나타난 급커브길에서 올라간 속도를 이기지 못하고 급정거하면서 뒤따라오던 차량도 급브레이크를 밟는 아찔한 상황이 연출됐다.

제주-서귀포 516도로 '아차하면 사고'…수악교 '마의 구간' 악명
실제 수악교를 지나자마자 나타나는 급커브 길에 내려 주변을 살피자 차량에 부딪혀 양옆으로 찌그러진 가드레일이 한두 군데가 아니었다.

일부 차선규제봉은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 반쯤 뽑혀있기도 했다.

전조등 유리와 깨진 범퍼 조각 등 차량의 파편도 도로 곳곳에 뒹굴고 있었다.

급커브 도로가 끝나도 위험천만한 행태는 이어졌다.

이번엔 급경사의 4차선 왕복 도로다.

해당 4차선 왕복 도로는 제한속도 규정이 시속 60㎞(안전 속도 30㎞)지만 경사가 급한 탓에 브레이크를 밟지 않는 일부 운전자는 규정 속도 이상으로 빠르게 주행했다.

또 왕복 2차선으로 이어지던 길이 모처럼만에 넓어지면서 앞 차량을 추월하기 위해 경주하듯 아슬아슬하게 운전하는 모습도 목격됐다.

최근 수악교 인근 4차선 왕복도로에서 사고가 난 관광객 A씨는 "내리막길에 들어서자 속도가 붙어 핸들을 조작하기 쉽지 않았고, 비가온후 수막현상으로 도로가 미끄러워 그대로 고꾸라졌다"면서 "견인차량 기사가 이 구간에서 하루에만 사고차량을 끌고 가기 위해 15번 이상 다녀간 적도 있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제주도는 국제대에서 성판악까지 8㎞ 구간과 숲 터널 1.2㎞ 구간에 대해 4월부터 아스콘 덧씌우기와 미끄럼방지 시설을 새로 설치하고 있지만, 일부 구간에만 한정됐다.

한국교통안전공단 제주본부 김정열 교수는 "516도로는 직선과 곡선 코스가 계속 반복돼 다른 도로보다 운전하기 까다롭다"며 "특히 내리막 경사가 상당하고, 좁은 길에 급커브가 이어져 사고 발생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그러면서 "516도로 이용자는 추월과 과속운전을 자제하고, 제주도는 운전자의 과속을 막기 위한 구간단속 장비를 설치할 필요가 있다"며 "또 516도로 내 가드레일 등 교통안전시설의 대대적인 정비를 통해 운전자들의 안전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제주-서귀포 516도로 '아차하면 사고'…수악교 '마의 구간' 악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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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